-부천 SK 오랜 팬에서 부천 FC 프런트로...“우리 팀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날 어찌 잊겠습니까”

-“지금도 친구들 만나면 이을용이 부천 SK 유니폼 입고 뛰던 시절 이야기합니다”

-“제주와 같은 리그에서 경쟁하는 걸 13년 꿈꿨습니다”

-“부천이 아주 끈끈하고 좋은 팀이란 걸 제주에 보여줄 겁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만남을 누구보다 기다린 부천 FC 유하람 대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와 만남을 누구보다 기다린 부천 FC 유하람 대리(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부천]

지금도 이을용이 부천 SK 유니폼을 입고 뛰던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부천 SK는 우리의 학창 시절 추억이 담긴 팀이에요. 그런 팀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그날 느낀 허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2006년 2월 2일 부천 SK가 제주도로 연고 이전을 발표한 날을 떠올린 부천 FC 프런트 유하람 대리의 말이다.

유 대리는 부천의 오랜 팬이다. 친구들과 부천을 대표하는 프로축구팀인 부천 SK를 응원하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특히나 이을용을 아주 좋아했다. 이을용은 1998년부터 2002년 7월까지 부천 SK에서 뛴 바 있다. 이을용은 부천 SK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주역으로 우뚝 섰다. 유 대리는 지금도 이을용의 부천 SK 시절 활약상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다. 이을용은 부천 SK 간판이자 유 대리와 친구들의 영웅이었다.

2020년 5월 26일 부천이 제주 유나이티드를 만났다. 2007년 12월 1일 팀 창단 이후 첫 만남이었다. 부천은 후반 추가 시간 제주 스트라이커 주민규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졌다.

그러나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유 대리는 제주와 같은 리그에서 경쟁할 날을 13년 기다렸다우리가 얼마나 끈끈하고 멋진 팀인지 제주에 꼭 보여주겠다. 제주와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

“2006년 2월 2일 우리 팀이 사라진 날을 어떻게 잊습니까”

1998년부터 2002년 7월까지 부천 SK에서 활약한 이을용(사진=제주 유나이티드)
1998년부터 2002년 7월까지 부천 SK에서 활약한 이을용(사진=제주 유나이티드)

부천 FC의 오랜 팬이라고 들었습니다.

온 국민을 열광하게 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고 축구에 빠졌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방과 후 축구하고 저녁엔 프로축구를 챙겨보는 게 일상이었죠. 동네 프로축구팀은 ‘부천 SK’ 하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부천 SK를 응원했어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축구팀이니까.

많은 부천 팬이 2006년 2월 2일을 잊지 못합니다. 부천 SK가 제주도로 연고 이전을 발표한 날입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부천 이야기를 나누고 현장에서 축구 보는 게 취미였어요. 특히나 부천 출신 스타 이을용을 아주 좋아했죠. 지금도 친구들 만나면 이을용의 선수 시절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추억을 공유한 팀이 연고 이전을 기습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참 허무했어요. 한순간에 우리가 응원한 팀이 사라졌으니까.

허무했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축구팀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컸습니다. 학창 시절 많은 추억을 남긴 팀이기도 했죠. 하루아침에 팀이 사라져버리니 멍했습니다. 부천 SK가 연고 이전을 발표한 뒤론 축구에 관심을 끊었어요. 나와 함께 성장한 팀이 사라지니 축구 볼 맛이 안 난 거죠.

현재는 부천 FC 프런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천과 인연이란 생각을 많이 해요(웃음). 장래를 고민하던 중 좋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2015년 부천 FC 코칭스태프, 선수단을 지원하는 프런트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부천과 인연이다?

2007년 12월 1일 부천 FC가 창단했습니다. 부천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진 K3리그에 있었어요. 당시 저는 수험생이었습니다. 축구에 큰 관심을 쏟지 못했죠. 성인이 되고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 팀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더라고요. 그러던 중 부천이 K리그2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크게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과 ‘부천이 돌아왔다’면서 아주 좋아했어요.

“13년간 제주와 같은 리그에서의 경쟁을 꿈꿨습니다”

5월 26일 부천 FC(붉은색 유니폼)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의 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5월 26일 부천 FC(붉은색 유니폼)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의 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5월 2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13년 만에 만났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야 했는데... 아쉬워요(웃음). ‘축구는 전쟁’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제주전을 앞두고 부천 서포터스 ‘헤르메스’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주말에 만나 응원 녹음을 진행하고, 현수막 설치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죠. 부천이 성장해온 과정을 들으면서 제주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유가 있습니까.

헤르메스에 있는 분들은 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천을 사랑합니다. 부천 SK 시절부터 응원을 아끼지 않은 분이 즐비하죠. 이분들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K3리그에 참가했을 때도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다녔습니다. 축구가 가족인 사람들이죠. 더 설명이 필요할까요.

제주 유나이티드와 첫 대결에선 패했지만 아직 두 차례의 만남이 남아있습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우리가 K리그1으로 올라가서 만났다면 더 좋았겠지만 제주와 경쟁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아주 좋아요. 부천에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어떤?

팬과 비행기 타고 제주 원정에 나서는 꿈을 꿉니다. 제가 팬들의 원정 버스 응원을 책임지고 있어요. 버스를 빌려 팬과 함께 원정 응원에 나서는 거죠. 7월 12일 제주에서 올 시즌 두 번째 대결을 펼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유관중 전환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제주 원정과 9월 19일 홈경기에선 꼭 팬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부천은 어느 팀보다 끈끈한 것 같습니다.

부천은 팬이 주인인 구단입니다.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건 당연한 거죠. 지금보다 많은 팬이 함께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선수들은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제주전에선 아쉽게 패했지만 3승 1패로 K리그2 2위예요. 올 시즌 경기 수가 줄었습니다. 초반 흐름이 2020시즌 성패를 좌우할 수 있어요.

부천이 제주전에서 올 시즌 첫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K리그2 2위입니다. 구단은 올 시즌 역대 최고 성적인 4위 이상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축구는 참 어려워요. 항상 예측을 벗어납니다(웃음). 분명한 건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거예요. 제주가 우리와 같은 리그에서 경쟁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제주보단 높은 순위로 마치고 싶어요. 부천이 아주 끈끈하고 좋은 팀이란 걸 그들에게 보여줄 겁니다. 저부터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축구에만 집중할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쓸 거예요. 제주와의 경쟁은 이제 시작입니다(웃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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