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수원전 지휘한 유상철 감독, 입원 전 선수들과의 약속 지켰다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호흡할 때 가장 행복. 구단에선 휴식 권하지만 그라운드에 있는 게 건강 회복에 도움 될 것으로 판단”

-두 차례 눈물 보인 ‘절친’ 이임생 감독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뿐이었다”

-인천 주장 이재성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우리들의 영웅, 그와 함께 잔류를 확정 짓고 내년을 준비하고 싶다”

상반된 표정의 두 감독. 10월 27일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절친 이임생 감독은 경기 전·후 눈물을 보이며 유 감독의 건강 상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상반된 표정의 두 감독. 10월 27일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은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절친 이임생 감독은 경기 전·후 눈물을 보이며 유 감독의 건강 상태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인천]

표현은 달랐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하나였다. 10월 27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선 유상철 감독의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유 감독은 19일 성남 FC전을 마치고 병원에 입원했다. 황달 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이 악화되면서 정밀 검진을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이번 주 중 나올 예정이다.

구단에선 유 감독에게 휴식을 강력히 권했다. 팀이 K리그1 잔류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성적보다 중요한 게 유 감독의 건강인 까닭이다.

유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정밀 검진을 마친 뒤 하루만 쉬었다. 곧바로 팀에 복귀해 수원전을 준비했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는 게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또 하나,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성남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올 테니까 수원전 잘 준비하고 있어라. 나는 경기장에서 너희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꼭 돌아오겠다’고. 어제(26일) 팀에 돌아와서 ‘약속 지켰다’고 했다. 그리고 ‘너희들을 믿는다. 잘하라’는 말을 전했다.평소처럼 환한 얼굴을 한 유 감독의 말이다.

따뜻하게 안아준 이임생 감독의 눈물, 미소로 감싸준 ‘절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누구 하나 마음 편히 웃을 수 없었다. 취재진도 다르지 않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질문이 이날만큼은 상처가 되진 않을까 신경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그런 긴장을 풀어준 건 다름 아닌 유상철 감독이었다.

이날 인천축구전용구장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이 찾았다. 경기 전 웃는 얼굴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유 감독의 첫 마디는 깜짝이야. 오늘 결승전이에요?였다.

이렇듯 유 감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절친 수원 삼성 이임생 감독은 달랐다. 경기 전 ‘유 감독을 만나보았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허공을 바라본 뒤 이렇게 답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유 감독을 찾았다. 둘이 좀 울었다. 내가 하나뿐인 친구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밖에 없었다.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 유 감독에게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되, 골을 넣더라도 과격한 세리머니만은 자제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수원은 전반 22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다. 전세진이 우측면에서 올려준 볼을 아담 타가트가 툭 밀어 넣으며 골망을 갈랐다.

타가트는 K리그1 득점 공동 선두 자리를 되찾은 골을 넣었지만, 전세진과 함께 세리머니를 간략하게 했다.

이날 경기는 슈팅 수 13-11, 반칙 개수 15-17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수원 선수들은 후반 추가 시간 명준재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몸을 날리고 그라운드에서 구르길 반복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프로답게 최선을 다하면서 유 감독에 대한 예의를 지켰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이 감독은 우리와 상대 모두 후회 없이 싸웠다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잠시 감정이 북받쳐 오른 이 감독은 곧이어 말을 이었다.

인천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점골을 만들었다. K리그1 잔류에 한발 다가서는 희망의 득점이었다. 우리 유 감독에게도 그런 희망이 있었으면...

이 감독은 다시 한번 눈물을 보였다. 이 소식을 접한 절친한 친구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얘기했다.

(이)임생이가 덩치는 큰데 여린 부분이 많다. 감성적이다. 그거를 내가 ‘그러지 말라’고 하는 건 웃기는 일이다(웃음). 친구를 걱정해주는 마음이 참 따뜻하고 고맙다.

유 감독과 캡틴 이재성의 한 마디 “우린 함께 잔류한다”

인천 유나이티드 중앙 수비수 이재성(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중앙 수비수 이재성(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 풍경은 일주일 전과 달랐다. 10월 19일 성남전을 마친 인천은 눈물바다였다. 선수들은 물론 이천수 전력강화실장까지 눈가가 촉촉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호남은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당장은 말씀드릴 수 없다. 곧 알게 될 것”이란 말을 반복했다.

27일 인천 선수 가운데 눈물을 보인 이는 없었다. 그렇다고 밝은 얼굴을 한 선수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하나같이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걸 쏟아냈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잔디에 털썩 주저앉았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유 감독은 그런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 산 골키퍼의 이탈(부상)로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이재성은 승점 1점이 소중한 시점이라며 승전고를 울리진 못했지만 패배 직전에 몰린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께선 ‘인천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했다. 선수들 역시 공감한다.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이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했다.

인천은 이날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6경기 연속 무패(2승 4무)행진을 이어갔다. 9월 15일 FC 서울전 1-3 역전패 이후 패배를 잊었다. 그러면서 K리그1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는 10위로 올라섰다. K리그2로 강등되는 최하위(12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는 6점으로 벌렸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 경남 FC와는 1점 차지만, 분위기에서 앞선다. 경남은 최근 6경기에서 1승 3무 2패를 기록 중이다.

감독께선 팀이 잘 나갈 땐 선수들을 치켜세우고, 흔들릴 땐 ‘내 책임’을 외치는 지도자다. 또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4강 신화를 일군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그런 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 우리가 바라는 건 하나다. 감독님과 올 시즌 K리그1 잔류를 확정 짓고 지금보다 발전된 내년을 준비하고 싶다.이재성은 유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면서, 인천의 K리그1 잔류를 다짐했다. 그것이 선수들이 유 감독에게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판단한다.

유 감독은 그런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나는 우리 선수들과 끝까지 함께할 겁니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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