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용료 너무 올라 2부 투어, 아마추어 선수들은 죽고 싶을 지경”

-“코로나19 이전보다 훈련비 40% 상승. 일주일에 두 번 갈 골프장, 지금은 한 번으로 줄여”

-“내 돈 들여 골프팬들 골프장에 모신 이유? ‘당신들이 골프팬을 호구로 본다면 난 이분들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나만의 반항이었다”

-“한 번 오른 골프장 이용료, 과연 내릴 수 있을지 회의적.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골프장 마일리지가 생겼으면”

한국 골프장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골프팬들과 선수들은 단군 이래 가장 극악한 골프장과 만나고 있다. 비현실적인 고가의 이용료와 3부 운영 등으로 너덜너덜해진 잔디를 보면서 많은 골프팬은 ‘국외 골프장에 갈 수 있는 하늘 길이 열리면 국내 골프장을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는 보복 다짐을 하고 있다.
한국 골프장은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 골프팬들과 선수들은 단군 이래 가장 극악한 골프장과 만나고 있다. 비현실적인 고가의 이용료와 3부 운영 등으로 너덜너덜해진 잔디를 보면서 많은 골프팬은 ‘국외 골프장에 갈 수 있는 하늘 길이 열리면 국내 골프장을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는 보복 다짐을 하고 있다.

[엠스플뉴스]

‘내장객 서비스 개선’ ‘고정비 상승 부담’. 골프장들이 내세우는 이용료 대폭 인상 이유다. 과연 그럴까. 차라리 드라큘라가 피보다 생수를 좋아한다는 말을 믿는 게 나을지 모른다.

국내 골프장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앞다퉈 그린피, 캐디피, 카트피를 올리고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스포츠카를 몰 듯 이들의 요금 인상엔 거침이 없다. 주말 그린피 30만 원이 넘는 대중제 골프장을 보는 건 이젠 놀랄 광경도 아니다.

“어디 그린피, 캐디피, 카트피뿐이겠어요. 그늘집 음식값도 특급호텔 레스토랑 수준으로 올려놨어요. 골프장들이 이렇듯 뻔뻔하게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건 순전히 두 가지 덕분이에요. 정부의 무관심과 코로나19로 꽁꽁 닫힌 하늘 길이죠.” 골프팬 김별림 씨의 얘기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는 한국 골프장. 폭리를 통해 돈을 쓸어 담고 있지만, 누구 하나 이들의 폭주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골프장의 폭주로 고통받는 이들이다. 대표적인 이들이 바로 골프 선수들이다.

“일반 골프팬들도 불만이 크실 거예요. 다만, 그분들은 비싸면 안 와도 되고, 부킹 안 되면 다음에 와도 되는 분들이에요. 하지만, 선수는 달라요. 선수는 주기적으로 골프장 잔디를 밝으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해야 해요. 비싸도 와야 하는 신세죠. 그래선지 요즘 골프 선수들이 다 그래요. ‘골프장 이용료가 너무 올라 죽겠다’고요. 지금처럼 골프장 이용료가 계속 폭등하면 골프를 포기하는 선수들이 속출할 거예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프로 골퍼의 걱정이다.

엠스플뉴스가 골프장 대표, 골프학과 교수에 이어 현직 프로 골프선수로부터 천정부지로 오르는 골프장 이용과 관련한 엄혹한 현실을 들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공태현이다.

“골프장 이용료 너무 올라 2부 투어, 아마추어 선수들은 죽고 싶을 지경”

KPGA 투어에서 뛰는 공태현 선수. 공 선수는 투어에서 뛰면서 유튜브를 통해 활발하게 골프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엔 자비를 들여 팬들을 골프장에 초청해 함께 라운드를 돌았다
KPGA 투어에서 뛰는 공태현 선수. 공 선수는 투어에서 뛰면서 유튜브를 통해 활발하게 골프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엔 자비를 들여 팬들을 골프장에 초청해 함께 라운드를 돌았다

프로 골퍼들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필드에서 나갑니까.

일주일에 최소 한 두 번은 나가요. 선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그 정도는 이용한다고 봐야할 겁니다.

선수들은 일반 골프 이용객보단 할인된 가격으로 골프장을 이용할 듯싶습니다.

여러 혜택을 받는 프로선수들이 있긴 해요. 골프장과 직접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경우 당연히 혜택을 보죠. 하지만, 그런 프로들은 극소수일 거예요. 거의 모든 선수가 일반 골프 이용자분들과 똑같은 금액의 그린피를 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캐디피, 카트피도 일반 골프 이용객과 똑같이 냅니까.

그럼요. 어느 분이 “선수들은 그늘집을 싸게 이용하지 않습니까” 물어보시던데요. 아닙니다. 당연히 그늘집 이용 가격도 똑같습니다(웃음).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 골프장들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호황이 가능한 건 많은 골프장이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그늘집 음식 가격 등을 서로 경쟁하듯 올렸기 때문입니다. 자유롭게 국외 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국내 골프장들의 폭리가 계속될 게 분명해 보입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선수들의 부담이 무척 커졌을 듯싶습니다.

정말 부담이 큽니다. 저 같은 경우 그렇게 많은 상금을 버는 프로 골퍼가 아니에요. 혹시 지방에 있는 A 골프장 아세요?

압니다. 규모가 큰 대중제 골프장으로 유명한 곳 아닙니까.

예전엔 가난한 골프 선수들에겐 참 감사한 곳이었어요. 이용객이 많지 않다 보니까 그린피도 저렴했고, 선수들에게 여러 배려를 해줬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확’ 변했어요. 지금은 그린피가 대폭 뛰고, 선수 혜택도 없어져서 갈 엄두가 나지 않아요. 부킹 어려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아, 얼마 전 큰맘 먹고 다시 가봤는데…그날 이후 다시 가기가 좀 망설여지더라고요.

왜요?

원체 사람을 많이 받다 보니까 코스가 엉망이더라고요.

2부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아마추어 골퍼는 사정이 더 어렵겠습니다.

그럼요. 죽고 싶을 지경일 거예요. 정말 힘든 시기에요. 제가 아마추어 선수로 뛸 때 대중제 골프장은 대부분 10만 원 이하로 해결이 됐어요. 물론 그 돈 또한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 아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 두 세 배 이상이 뛴 상태에요. 제일 저렴한 시간대의 대중제 골프장도 14만 원 이상은 내야하고. 주말은 상상 할 수도 없는 가격대가 돼버렸죠.

“코로나19 이전보다 훈련비 40% 상승. 일주일에 두 번 갈 골프장, 지금은 한 번으로 줄여”

골프장 이용료 폭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 골프를 이끌어가는 골프 선수들이다.
골프장 이용료 폭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 골프를 이끌어가는 골프 선수들이다.

프로 골퍼 입장에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얼마나 ‘훈련 투자 비용’이 뛰었습니까.

최소한 3, 40%는 오르지 않았나 봐요. 선수 입장에선 필드에 나가 연습을 안 할 수도 없고…학생 골퍼들은 더 지옥 같을 거예요.

그러잖아도 어느 학생 골퍼 부모를 만났는데 이런 얘길 하더군요. “골프장 이용료가 너무 올라 아이의 필드 훈련을 반으로 줄였다. 지금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

프로, 아마추어 선수 가릴 거 없이 모두 “너무 힘들다”는 얘길 많이 해요. 요즘은 날씨가 좀 애매하다 싶으면 라운드를 취소해요.

이유가?

과거 같으면 일주일에 두 번 나갈 필드, 요즘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한 번밖에 나가질 못하거든요. 그 한번을 이용하는데 강풍 불고, 거센 비가 내린다고 생각해보세요. 헛돈 날리는 게 되잖아요.

대회 시작 전, 출전 골퍼들이 사전에 코스를 돌지 않습니까. 그런 공식 연습라운드 때도 골프장에 그린피를 냅니까.

그럼요. A급 선수들은 무료로 치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2부 투어나 아마추어 선수들은 모두 제값을 내야 합니다. 대회 바로 전날이 그린피가 가장 저렴하기도 해요. 골프장에서 약간 배려를 해주는 거죠.

사전에 코스를 익혀야 실제 대회 때 좋은 성적을 낼 텐데요.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부담이 말도 못 하게 커졌겠습니다.

한번 오른 골프장 그린피, 다시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거 우리 선수들도 알고 있어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대한민국 골프 발전에 우리 골프 선수들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봐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골프 선수들이 우리 골프계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더 골프 대중화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많은 분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공 선수는 어떻습니까.

선수들에게 ‘마지막 조 뒤에서 혼자 골프백 메고 라운드를 하라’고 배려해주는 골프장도 있어요. 고마운 골프장들이죠. 저도 충남 태안의 현대 솔라고CC에서 여러 혜택을 받으면서 이것저것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전 행운이라고 봐요.

공 선수는 필드 밖에서 더 유명한 스타입니다. 요즘 유투브에서 가장 인정받고 주목받는 골프 레슨 유투버 가운데 한 명인데요. 최근 유투브 이용자 가운데 몇 분을 추첨해 함께 필드를 돌았다고 들었습니다.

네, 추첨으로 뽑히신 분들이 무료로 라운드할 수 있게 도와드렸어요. 다 제 사비로. 스폰 전혀 없이.

왜요?

부족한 제게 관심 주신 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요즘 부킹이 어려워서 골프장을 이용하고 싶어도 못 하는 분이 많으시잖아요. 저와 함께 라운드했을 때 그 순간만이라도 즐거우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한편으론 현 세태에 대한 저만의 반항이라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반항?

당신들이 골프팬을 ‘봉’으로 본다면 난 이분들을 ‘왕’으로 모시겠다는(웃음).

“한 번 오른 골프장 이용료, 과연 내릴 수 있을지 회의적.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골프장 마일리지가 생겼으면”

태국의 유명 골프장. 국외 골프장을 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국내 골프장은 서비스와 시설 개선은 뒤로한 채 ‘우린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
태국의 유명 골프장. 국외 골프장을 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국내 골프장은 서비스와 시설 개선은 뒤로한 채 ‘우린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

대중제 골프장 문제와 관련해 공 프로가 생각하는 대안이 있을 듯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일리지 제도가 도입됐으면 좋겠어요.


마일리지?

비행기나 골프장이나 한 번만 이용하는 분은 거의 없어요. 계속 이용하죠. 가격을 내릴 수 없다면 골프장 이용자한테 마일리지 같은 혜택을 주면 어떨까 싶어요.

좋은 아이디어네요.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묻겠습니다. 노캐디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는 골프팬이 적지 않은데요. 공 선수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사실 플레이어들의 문화부터 성숙돼야 한다고 봐요.

어떤 뜻입니까.

플레이어들이 캐디를 동반자라고 인식해야 해요. 적지 않은 플레이어가 아직도 캐디들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그들이 슈퍼맨이길 바랍니다. 공 찾아오고, 채 닦아주고, 라이 봐주고, 돈 바꿔오는 걸 캐디의 주업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아니에요. 만약 ‘캐디가 무슨 동반자?’라고 생각하신다면 먼저 캐디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그만한 진행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자유로운 국외 이동이 가능해지길 기다리는 골프팬이 많습니다. ‘반드시 국내 골프장에 보복하겠다’고 벼르는 골프팬도 부지기수인데요. 프로 선수들도 마찬가지인가요?

선수들은 ‘보복’ 이런 감정은 없고요. 순전히 비용만 생각한다면 아마 예전처럼 국외 골프장으로 훈련 가는 선수들이 많아지게 될 겁니다.

박동희 대표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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