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선수 생활 ‘12년’ 김덕우 “자전거는 평생의 동반자”

-“학창 시절은 사이클 훈련으로 가득,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무작정 내달린 추억, 힘들었지만 머릿속은 맑아졌다”

-“2018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모두가 ‘누가 사이클을 돈 주고 배우느냐’고 했다”

-“운동 효과 극대화하는 것만큼 사이클이 가진 매력 전파하고 싶다”

주식회사 태그아웃 가양본점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 김덕우 지점장(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주식회사 태그아웃 가양본점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 김덕우 지점장(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골프처럼 레슨비를 내고 사이클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주식회사 태그아웃 가양본점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 김덕우(31) 지점장은 2018년 이맘때를 떠올렸다. 처음 레슨비를 받고 사이클을 가르치기 시작한 때다.

“주변 사람들이 다 그랬어요. 모두가 ‘누가 사이클을 돈 주고 배우느냐’고 했죠. 3년이 지났습니다. 2020년보다 회원수가 40%가량 늘었어요. 선수 경력만 12년입니다. 사이클이 가진 매력과 효능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심폐기능, 다리, 무릎, 허리, 엉덩이 근육 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김 지점장의 설명이다.

비용을 지불하고 사이클을 배운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엠스플뉴스가 김 지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이클 선수 경력 12년김덕우 지점장 “사이클의 가장 큰 매력?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

양양군청, 국군체육부대, 코레일 등에서 실업팀 선수 생활을 한 김덕우 지점장(사진=김덕우 지점장 제공)
양양군청, 국군체육부대, 코레일 등에서 실업팀 선수 생활을 한 김덕우 지점장(사진=김덕우 지점장 제공)

㈜태그아웃 가양본점에서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 지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사이클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양양군청, 국군체육부대, 코레일 등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요. 지금은 사이클의 매력과 효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는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예요.

사이클 선수를 꿈꾼 계기가 있습니까.

제 고향이 강원도 양양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등·하교를 자전거로 했어요. 자전거 없인 못 다녔죠. 휴일엔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추억이 많아요(웃음). 그러던 중 중등부 사이클 감독님에게 제안을 받았죠. 감독님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저를 눈여겨본 겁니다.

아.

선수 제안을 받고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자전거는 가장 가까운 친구니까. 자전거를 더 잘 탈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렜죠.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자전거뿐이에요.

자전거뿐이다?

보통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친구가 생각나잖아요. 전 아닙니다. 제 학창 시절은 야외 훈련으로 가득해요. 방과 후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생각조차 못했죠. 방학 땐 항상 전지훈련을 떠났고요. 졸업식 추억도 없습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린 이유가 있습니까.

사이클이 재밌었어요. 사이클로 꼭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죠. 감독님이 제게 늘 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이클의 가장 큰 매력은 뭡니까.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대구에서 선수 생활할 때 일화가 있어요. 휴가 받아서 서울까지 무작정 달렸습니다. 머리가 복잡한 시기였거든요. 머릿속을 비우고 달리다 보니 힘든 건 잊히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머릿속에 담았고요.

국외 대회도 많이 참여했을 듯한데요.

필리핀에서 열린 사이클 대회에 참여해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더운 날씨에 끝이 안 보이는 오르막 길에 올랐어요. 태어나서 가장 극심한 갈증을 느꼈죠. 문제는 주변에 물이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결승점이 아닌 계곡 찾기에 몰두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계곡을 찾았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죠. 지금껏 먹어본 물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추억이 많은 듯합니다.

아픈 기억도 있죠. 모든 운동선수가 국가대표를 꿈꿉니다. 저도 다르지 않았어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내고 싶었죠. 사이클 선수로 몸이 가장 좋았던 2013년이었습니다. 좀 더 땀 흘리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믿었죠.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훈련 중 넘어졌어요. 온몸을 크게 다쳤습니다. 얼굴에도 상처가 가득했죠. 운동 시작 이후 처음 두 달 이상 쉬었습니다. 고된 훈련에 지쳐 집중력이 잠깐 흐트러졌을 때 사고가 난 거였어요. 사고는 찰나의 순간 일어난다는 걸 배웠습니다.

아이고.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습니다. 크게 다친 후 제 기량이 나오질 않았어요. 후회는 없습니다. 선수 생활할 땐 앞만 보고 달렸어요.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은퇴 후에도 사이클과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회원들이 운동 효과와 성취감을 동시에 맛볼 때 큰 보람 느끼죠”

주식회사 태그아웃 가양본점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 김덕우 지점장(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주식회사 태그아웃 가양본점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 김덕우 지점장(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지금도 사이클이 재밌습니까.

솔직히 말해야 하나요(웃음). 일로 느껴질 때가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야외에서 자전거를 탈 땐 옛날 느낌 그대로예요. 자전거는 일상에서 벗어나 저만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여전히 좋은 친구죠.

㈜태그아웃 가양본점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에선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칩니까.

사이클의 매력을 알아간다는 것만으론 비용을 지불하기 아깝죠(웃음). 백만킬로 사이클 아카데미에선 운동 효과를 최대화합니다. 회원마다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선수 시절 경험을 살려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기록 향상이 이뤄지도록 하죠. 회원들이 운동 효과와 성취감 모두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선수 생활을 마친 후 곧바로 회원들을 가르친 겁니까.

선수 생활은 2015년에 마쳤어요. 곧바로 트레이너의 길로 나아간 건 아닙니다. 자전거 매장에서 관리직을 맡았어요. 영업 사원도 경험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기도 했고요. 사이클로 가득했던 제 삶이 조금 더 풍성해졌습니다. 회원들을 가르치면서 느껴요.

예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소통하는 법을 익힌 겁니다. 완벽하진 않아요. 매일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회원들이 더 쉽게 이해하고 운동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말이죠.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핵심이군요.

회원들의 열정이 보통 아닙니다. 사이클 선수와 비교해 부족함이 없어요. 기록을 매일 경신하려고 하죠.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제가 더 고민하고 땀 흘려야 합니다. 2018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땐 ‘누가 사이클을 돈 주고 배우냐’는 분이 많았어요.

아.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말이 싹 사라졌습니다. 하루는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고 다른 날은 무릎과 허리 강화에 힘써요. 다음날엔 다리 근육 향상에 온 힘을 다합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사이클 운동법을 만들고 싶어요.

선수 시절엔 국가대표를 꿈꾸며 쉼 없이 내달렸습니다. 지금은 어떤 꿈을 꾸고 있습니까.

더 많은 분에게 사이클의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제가 자전거를 타면서 얻은 소중한 추억들을 다른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휴일엔 종종 회원들과 여행을 떠나요.

여행이요?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겁니다(웃음). 밖에선 회원들이 전문가예요. 회원들 덕분에 골목에 숨겨진 맛집, 분위기 좋은 카페를 많이 알게 됐죠.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지금보다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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