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2020 도쿄 올림픽 조별리그 A조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69-73 석패

-“스페인은 2016 리우 올림픽 은메달, 유럽 최고로 꼽히는 강팀 중의 강팀”

-“눈을 뗄 수 없는 경기, 아주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경기 결과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보여줬다”

-“한국 여자 농구, 한 번도 안 본 사람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

세계랭킹 3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3점슛 2개 포함 26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한 강이슬(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랭킹 3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3점슛 2개 포함 26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한 강이슬(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합니까.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스페인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KBS 하승진(35) 농구 해설위원의 말이다.

전주원(48)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월 2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69-73으로 졌다.

놀라운 결과였다. 스페인은 세계랭킹 3위다. 19위인 한국보다 16계단 높다.

한국은 스페인과의 최근 5차례 대결에서 전패한 상태였다. 모두 15점 차 이상으로 크게 졌다.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선 46-83으로 패했다.

스페인과의 경기 전 농구인들은 “큰 점수 차로만 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 위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2쿼터가 끝났을 때 한국이 스페인에 35-33으로 앞섰다. 한국은 3, 4쿼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게 했다.

하 위원은 경기 후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한국 농구의 힘을 보여줘서 아주 고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엠스플뉴스가 하 위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승진 해설위원 “마지막까지 죽을힘 다해 뛴 선수들,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KBS 하승진 농구 해설위원(사진=엠스플뉴스)
KBS 하승진 농구 해설위원(사진=엠스플뉴스)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스페인과의 대결에서 접전을 벌였습니다. 농구계가 깜짝 놀란 명승부였습니다.

눈을 뗄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피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느꼈어요. 스페인은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팀입니다. 유럽에선 가장 강한 팀이에요. 도쿄 올림픽에선 유력한 금메달 후보죠. 한국이 그런 팀을 상대로 접전을 벌인 겁니다. 선수들이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승패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보여줬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경기 전엔 걱정이 앞섰어요. 한국은 스페인과의 최근 5차례 대결에서 모두 15점 차 이상으로 졌습니다.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선 46-83으로 크게 졌죠. 김은혜 해설위원과 경기 전 이런 얘기를 나누었어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김은혜 위원에게 “솔직히 큰 점수 차로만 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고 했어요. 반성합니다. 제가 한국 선수들의 능력을 과소 평가했어요. 스페인과의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놀랐습니다. 선수들이 죽을힘 다해 올림픽을 준비했다는 게 보였어요. 한국은 자기들보다 크고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부딪혔어요. 농구인으로서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센터 박지수, 한국의 기둥이자 에이스”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센터 박지수(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센터 박지수(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모든 선수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센터 박지수의 활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박지수는 이날 17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크고 강한 스페인 선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습니다.

박지수는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의 기둥이자 에이스입니다. 박지수를 보면서 떠오른 선수가 있어요.

누굽니까.

미국 프로농구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뛴(1995~2003) ‘전설’ 아비다스 사보니스(은퇴·리투아니아)입니다. 사보니스는 NBA에서 뛴 유럽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한 선수로 평가받아요. 키가 221cm입니다. 공격 능력은 물론 동료를 활용하는 패싱력이 아주 뛰어난 센터였어요. 박지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찬가지다?

박지수는 스페인 선수들을 상대로 득점은 물론 리바운드까지 연거푸 잡아냈어요.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되면 날카로운 패스로 동료의 득점을 만들었습니다.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어요.

박지수는 WKBL 최고 센터이자 WNBA에서 뛰고 있는 선수입니다.

박지수가 WKBL 최고의 센터이자 WNBA 리거의 자존심을 보여줬어요. 한 가지 걱정되는 건 박지수가 경기 막판 무릎을 다쳤다는 겁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보다 자기 몸이 더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건강하게 대회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은 캐나다(7월 29일), 세르비아(8월 1일)와의 경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장담합니다. 스페인전을 지켜본 분들은 남은 경기를 안 볼 수 없을 거예요. 한국 경기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한국 농구가 침체기인 게 사실이에요. 스페인전과 같은 경기력을 이어가면 농구계에 아주 큰 힘이 될 겁니다. 더 많은 분이 죽을힘을 다해 준비하고 뛰는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하승진 해설위원이 뽑은 여자 농구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누나(하은주)도 농구 선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여자 농구를 많이 봤어요. 여자 농구엔 남자 농구에선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시원한 덩크슛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짧고 빠른 패스로 공을 주고받으며 득점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어요. 아기자기한 매력이죠. 제가 스페인전을 중계하면서 여자 농구의 매력에 더 깊이 빠진 것 같아요. 더 많은 팬이 여자 농구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남은 경기 해설도 잘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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