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2020-2021시즌 일정 마친 26일 폭행 사건 발생

-사건은 술자리에서 발생, 동료 선수 “프로에서 있을 수 없는 일···같은 선수로 수치스럽다”

-가해자 선수 “안와골절 진단 받은 B에게 무릎 꿇고 사과···피해 선수들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다시 한 번 사죄”

-또다른 증언 “가해 선수가 먼저 팀 매니저에게 얼굴 맞아 코뼈 골절됐다···팀 매니저한테 맞은 가해 선수가 흥분한 상태에서 팔 휘두르다 후배들이 맞은 것”

-현대모비스 "구단 매니저가 선수를 때렸다? 전혀 사실무근이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에서 4월 26일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사진=엠스플뉴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에서 4월 26일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선배 선수가 후배 선수를 일방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던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폭행사건에 새로운 증언이 등장했다. "선배 선수가 후배 선수를 폭행하기 이전, 선배 선수가 다른 사람에게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는 증언이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선배 선수를 때린 사람은 구단 직원으로 확인됐다.

울산 현대모비스 폭행사건은 2020-2021시즌을 마친 4월 26일 일어났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전에서 80-86으로 졌다. 현대모비스는 5전 3선승제로 치러지는 4강 PO 3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2020-2021시즌 일정을 마쳤다.

시즌 중 현대모비스는 평일에 경기를 마치면 경기도 용인 현대모비스 체육관으로 이동해 저녁을 먹어왔다. 이날도 같았다. 평소와 달랐던 건 이날은 식사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였다는 것.

폭행 사건은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발생했다. 애초 농구계엔 베테랑 선수 A가 후배 선수 4명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주축 선수인 B가 A에게 맞고 안와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일이 커졌다.

피해자들과 대화 나눈 선수 C “아무 이유 없이 맞은 것···프로농구 선수로 수치스러운 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정규리그 준우승, 4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2020-2021시즌을 마무리했다(사진=KBL)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정규리그 준우승, 4강 플레이오프 진출로 2020-2021시즌을 마무리했다(사진=KBL)

현대모비스 폭행 피해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A에게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소상히 아는 농구계 관계자는 “피해 선수들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었다. 프로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 매우 안타깝고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A에게 맞았다. 낌새가 있었다면 피하기라도 했을 거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먼저 언성을 높인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주먹이 날아온 ‘묻지 마 폭행’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A가 후배들을 때리기 전, 구단 매니저와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확인했다. A가 홧김에 후배들에게 분풀이한 것 같다. 우린 프로농구 선수이자 공인이다. 같은 선수로 매우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터진 거다.” 앞의 농구 관계자 얘기다.

A에게 맞은 B는 한국 농구 대표팀에 활약하는 선수다. A에게 맞아 안와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B의 6월 도쿄 올림픽 남자농구 최종예선 참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A는 폭행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부터 B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B에겐 직접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농구계 관계자는 아직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A가 무릎 꿇고 사과를 한 건 맞다. 그런데 폭행 피해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왜 맞아야 했는지 모른다. A로부터 아무 얘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신 상태였지만 모두가 그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때린 이유에 관한 설명 없이 사과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A “후배들을 때린 건 백번 잘못한 일···폭행 이전 구단 매니저에게 얼굴을 맞고 코뼈가 골절됐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홈구장인 울산동천체육관(사진=KBL)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홈구장인 울산동천체육관(사진=KBL)

한 지도자는 “A는 성실한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10년 이상 프로에서 뛰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A가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고갤 갸웃했다.

엠스플뉴스는 A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다. A는 “후배들을 때린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내 잘못”이라면서 “다음날부터 폭행 피해자는 물론이고 당시 자리에 함께 있던 모든 분에게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는 사과를 전했다”고 말했다. A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이렇다”고 설명했다.

“구단 매니저와 실랑이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매니저에게 얼굴을 맞았다. 병원 진단 결과 코뼈 골절이다. 그런 상황에서 B가 ‘형, 무슨 일이야’ 하면서 달려왔다. 감정이 격해진 상황에서 팔을 휘둘렀다. 거기에 후배들이 맞았다. 정말 후배 선수들을 때리려고 때린 게 아니다. 다음날부터 후배들에게 사과했다. 아직 사과를 안 받아준 선수도 있다. 이해한다. 내 폭행이 정당화될 순 없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후배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사과한다. 다만 이번 일은 폭행 사건이 아닌 사고라는 걸 믿어주셨으면 한다.”

실제로 농구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폭행 전 A는 B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과 언쟁을 벌이지 않았다. 폭행 피해 선수들도 폭행 전 A와의 마찰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가 흥분한 A를 말리려했다는 복수의 증언자 역시 존재한다. 그렇다면 폭행 사건의 애초 발단이 구단 매니저의 폭행에서 비롯된 것이란 A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측은 구단 매니저의 폭력 행사 주장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런 일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은 4월 30일 재정위원회를 열어 현대모비스 폭력 사건을 심의한다. 이 자리에선 현대모비스의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도 다룰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KBL 결정과 별개로 자체 조사를 해 구단 차원의 강력한 징계를 내릴 것”이라며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안일하게 생각했다. 구단이 잘못한 일”이라고 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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