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여자프로배구 고 고유민 사건 원점부터 재수사 방침

-지난해 7월 사망한 고유민, ‘악플’ 원인 지목됐지만 유족은 ‘구단 책임’ 주장

-“현대건설, 트레이드 미끼로 계약해지 합의…임의탈퇴 처리해 ‘사기’”

-경찰은 불기소 의견 송치…검찰에서 다른 결론 나올까

검찰이 고 고유민 사망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수사한다(사진=엠스플뉴스)
검찰이 고 고유민 사망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수사한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검찰이 여자프로배구 고(故) 고유민 선수 사망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현대건설 배구단과 구단주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다르게 판단한다는 의미다.

고유민 선수 유족을 대리하는 박지훈 변호사는 2월 19일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1월 중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인으로 출석해, 검찰이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수사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고인의 사망 시점부터 시작해 사건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에 사건 관련 모든 사항을 빠짐없이 진술했고 증거자료도 제출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까지 모두 알렸다”며 “경찰이 피고소인인 현대건설 구단주에 대한 소환 조사는 고사하고, 사건 주체들에 대한 무성의한 수사로 일관했다. 이런 사실을 모두 검찰에 알렸다”고 밝혔다.

"프로배구 및 스포츠계에 만연한 구단 갑질과 태움 문화의 실태 밝혀져야"

고 고유민의 생전 경기 장면(사진=KOVO)
고 고유민의 생전 경기 장면(사진=KOVO)

서울종로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9일 사기, 업무방해, 사자 명예훼손,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된 박동욱 전 현대건설 배구단 구단주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7월 31일 경기 광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유민 선수의 죽음에 현대건설 구단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고 선수 유족 측은 “고유민이 구단의 트레이드 약속에 속아 계약해지에 합의했지만 약속과 달리 임의탈퇴 공시가 됐다. 배구를 할 수 없는 처지로 몰아가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구단 책임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박 전 구단주 소환 없이 전·현직 사무국장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동료 선수와 감독의 진술 등을 토대로 구단의 불법 행위 여부를 수사한 결과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같은 수사 결과에 유족 측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구단에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경찰이 처음엔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유족 측이 증거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경찰과 통화 녹취 등도 모두 검찰에 제출했다”며 “구단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선수들과, 직접적인 가해자로 지목된 관계자 및 감독의 진술만 근거로 삼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유족 측이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경찰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판치는 곳'이라며 울음을 터트리는데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할지 난감했다최근 배구계에서 불거진 '학폭 사건'을 비롯해 여러 스포츠 사건들이 경찰에 가지만, 거의 모든 사건이 힘 있는 사람 편에서 해결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일갈했다.

검찰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수사할 방침을 밝히면서, 프로배구 및 스포츠계에 만연한 구단 갑질과 태움 문화의 실태가 밝혀질지도 주목된다. 박지훈 변호사는 "학폭 사건의 연장선에 있는 게 프로배구계에서 선배, 동료, 코칭스태프에 의해 자행되는 태움 문화”이라며 “유족은 이번 수사가 고인의 억울함을 푸는 데 그치지 않고, 잘못된 태움 문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법무부 인사이동으로 현재 사건 담당 검사가 교체된 상태다. 박 변호사는 “사건 인수인계가 진행된 만큼 수사 기조에 큰 변화가 있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지헌,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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