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명 골프연습장 진입로에 갑자기 나타난 대형 돌

-도로로 사용하던 빈 땅이 농지로 변신하면서 대형 돌 등장. 주민들의 의심 “버려졌던 농지를 시세보다 5배 높게 팔려고 저런 짓 벌인 것”

-주민들 “대형 돌 등장 후 접촉사고 빈발, 불 나면 대형 화재로 번질 것. 해당 구청은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일관. 불 나면 다 타죽으란 소리냐” 격앙

-변호사 “아무리 사유지라도 교통 방해하거나 주민 불편 초래할 목적으로 대형 돌 설치 시 법적 처벌받을 수 있다” 주장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J골프연습장 진입로 초입에 설치된 대형 돌들. 의문의 돌들이 설치된 이후 잦은 차량 접촉사고와 안전 문제로 주민들이 골머릴 앓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J골프연습장 진입로 초입에 설치된 대형 돌들. 의문의 돌들이 설치된 이후 잦은 차량 접촉사고와 안전 문제로 주민들이 골머릴 앓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지역 유명 골프연습장이 ‘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골프연습장 이용객들도 “돌로 인해 접촉사고가 빈번하다”고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골프연습장 주변 주민들 역시 “돌이 통행을 막아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어찌 된 사연일까.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 위치한 J 골프클럽은 일산, 김포, 파주에 사는 골프 동호인들이 애용하는 유명 골프연습장이다.

골프 동호인 김환성 씨는 “다른 골프연습장에 비해 이용료가 높지 않다.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한적한 곳에 있어 다른 골프연습장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주차하기 편한 연습장”이라며 “J 골프연습장 이용객 대부분이 평범한 직장인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J 골프연습장의 장점이 사라져버렸다.

J 골프연습장 이용자들은 “용이했던 접근성이 한달 전부터 극악으로 변했다”며 “골프연습장에 들어가려면 접촉사고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고 목소릴 높이고 있다.

- 10년 이상 방치됐던 땅에 등장한 대형 돌들. 평화롭던 진입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

올해 10월 이전만 해도 골프연습장과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진은 대형 돌들이 등장하기 이전 진입로다
올해 10월 이전만 해도 골프연습장과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진은 대형 돌들이 등장하기 이전 진입로다

10월 8일 이전까지 J 골프연습장 진입로는 2차선 도로였다. 양쪽 차선으로 차가 원활하게 오갔다. 골프연습장 진입로는 연습장뿐만 아니라 주변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이기에 인근 주민들도 이 도로를 이용했다. 골프연습장이 생긴 이후 10년 이상 이 도로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갑자기 문제가 발생한 건 10월 초였다. 골프연습장을 운영 중인 A 씨는 “2차선 도로 옆이빈 땅이었다. 빈 땅 절반이 수풀로 덮여 있어 차량 통행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10월 초 이 빈 땅이 난데없이 농지로 변신하면서 모든 게 변했다”고 주장했다.

골프연습장 진입로 옆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B 씨 역시 “도로 옆 수풀로 우거졌던 빈 땅이 농지인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도로 옆에 있는 자투리땅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 10월께 이 빈 땅에 누가 농사를 짓겠다면서 묘목을 심고 철제 펜스를 친 통에 평화롭던 진입로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10월 초 골프연습장과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초입에 대형 돌들이 누군가에 의해 설치됐다. 농지와 도로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대형 돌로 진입로 주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올해 10월 초 골프연습장과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초입에 대형 돌들이 누군가에 의해 설치됐다. 농지와 도로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설치된 대형 돌로 진입로 주변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10년 넘게 방치됐던 빈 땅은 농지였다. 땅 소유주가 방치됐던 땅에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건 문제 될 게 없었다. 엄연한 재산권 행사이기 때문이었다. 정작 문제는 그 농지에 가져다 놓은 대형 돌이었다.

가로 1m, 높이 50cm 안팎의 대형 돌 두 개가 박힌 곳은 공교롭게도 진입로 초입이다. 골프연습장과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 우회전하거나 반대로 골프연습장과 마을에서 나와 좌회전하려는 차들은 이 대형 돌들로 인해 통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골프연습장 측은 “대형 돌이 박힌 뒤 눈으로만 확인한 접촉사고가 7건이나 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접촉사고가 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근 주민들도 “야간엔 이 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 돌들의 존재를 모르고 좌·우회전할 때 차량이 돌에 부딪히는 사고가 빈번하다”며 “이 돌들 때문에 진입로를 따라 출·퇴로하는 차량이 얽혀 차량 정체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이 돌들은 원래 있던 돌들이 아니다. 누군가 포크레인을 동원해 흙을 파고 돌을 가져와 박아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농지 주인은 어째서 이 대형 돌들을 가져와 하필 진입로 초입에 박아둔 것일까.

- 주민들 “대형 돌 때문에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상태. 불 나면 다 타죽으란 소린가”. 구청 “사유지에 돌 설치한 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변호사 “교통을 방해하고, 주민의 불편을 초래할 목적으로 돌 설치했을 시엔 법적으로 문제 돼” -

대형 돌들은 야간엔 식별이 어렵다. 많은 접촉사고가 야간에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야간만 되면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 길을 놔두고 몇 분이 더 걸리는 우회로를 따라 통행하는 이유다(사진=엠스플뉴스)
대형 돌들은 야간엔 식별이 어렵다. 많은 접촉사고가 야간에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야간만 되면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 길을 놔두고 몇 분이 더 걸리는 우회로를 따라 통행하는 이유다(사진=엠스플뉴스)

인근 주민들은 입을 모아 “농지 주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 C 씨는 “도대체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 돌들을 박아둔 건지 물어보고 싶어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며 “마을에선 ‘이 빈 땅을 골프연습장이나 주변 공장에 시세보다 5배 정도 높게 팔려고 의도적으로 돌을 박아둔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골프연습장 측은 “농지 주인과 관계된 것으로 보이는 분이 찾아와 ‘저 땅을 5억 원에 살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시세보다 너무 높은 가격이라 거절했다. 인근 공장엔 3억 원인가를 얘기한 것 같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소문을 부인하지 않았다.

취재 결과 문제의 농지엔 애초 철제 펜스만 둘렀다. 이후 골프연습장과 인근 공장에서 ‘무리한 가격에 땅을 살 수 없다’고 거절 의사를 보이자 대형 돌들을 가져다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입로 초입에 박힌 대형 돌들은 주민들의 통행뿐만 아니라 주민 안전에도 큰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들이 대형 돌들로 인해 진입할 수 없는 상태다. 주민들이 고양시청과 일산 서구청에 분개하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민 D 씨는 “고양시청과 일산 서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넣어 해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청이나 구청 모두 ‘사유재산이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문제의 농지를 도로로 수용해달라는 요청도 아니고 통행과 안전에 방해가 되는 대형 돌만이라도 치워달라고 요청하는데도 공무원들이 귀를 닫고 있다. 불 나면 다 타죽으란 얘기냐”고 목소릴 높였다.

이와 관련해 일산 서구청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와 단속원을 보내 내용을 파악했다. 대형 돌들이 개인 사유지 안에 들어가 있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주민들에게 들려준 설명을 되풀이했다.

골프연습장 진입로를 따라 마을까지 이어진 길. 이 길 주변으로 많은 공장과 주택이 있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이 어려워지면 단순 화재가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일산 서구청은 “사유지 재산권 행사라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골프연습장 진입로를 따라 마을까지 이어진 길. 이 길 주변으로 많은 공장과 주택이 있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이 어려워지면 단순 화재가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일산 서구청은 “사유지 재산권 행사라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담당 공무원의 설명은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

법무법인 (유한) 현 박지훈 변호사는 “납득할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박 변호사는 “땅 주인이 교통을 방해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목적으로 대형 돌들을 고의적으로 설치했다면 형법 제189조(과실, 업무상과실, 중과실)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아무리 사유지라도 교통을 방해할 목적이 있다면 교통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

덧붙여 박 변호사는 “계속 방치하면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화재 발생 시 대형사고로 확대될 수 있다”며 “시청이나 구청에서 ‘나 몰라라’ 한다면 주민들이 땅 주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엠스플뉴스가 백방으로 취재했지만, 땅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 땅 주인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구청과 시청이 시민의 안전보다 사유지 재산권 행사 보호에 방점을 찍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오늘도 돌을 보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박동희, 이근승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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