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윤리센터 설립, 9월 2일부터 신고 조사 업무 시작

-여가부 차관 출신 이숙진 초대 이사장 “막중한 책임감 느껴”

-“고 최숙현 사건, 공적 기관이 어떤 역할 해야 할지 고민할 계기”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 국회 입법 발의 상태, 실질적인 수사권 꼭 필요”

-“이관 이첩 없이 내부에서 결론 및 징계 요구, 제보자·피해자 익명 보호 보장”

-“징계 사후 관리 철저하게, 향후 징계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 계획”

스포츠윤리센터 이숙진 초대 이사장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냈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민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쌓은 양성평등, 인권 및 행정 전문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스포츠윤리센터 이숙진 초대 이사장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냈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민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쌓은 양성평등, 인권 및 행정 전문가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충정로]

2020년 대한민국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 사건은 바로 고(故) 최숙현 선수의 죽음이었다. 잊었다 싶음 반복되는 한국 체육계의 폐단에 뜨거운 성토가 이어졌다. 수차례 제보를 시도했던 최숙현 선수를 지켜주지 못했던 대한체육회와 국가인권위 특별조사단을 향한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이번만큼은 체육계 폐단을 뿌리 뽑겠단 각오로 스포츠윤리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체육계에서 완전히 독립된 재단법인 형태로 스포츠인권을 보호하고자 8월 5일 출범했다.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과 조사권 등 권한을 강화하고, 2021년까지 인력과 예산을 대폭 확충해 지역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사무소 3개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내부 규정·신고시스템 정비와 경찰청 등 외부 기관과의 협조체계 구축 및 경찰인력 파견 협의 등 준비를 거쳐 9월 2일부터 신고접수 및 조사를 시작했다. 스포츠윤리센터를 이끌 초대 이사장 자리는 이숙진 여성가족부 전 차관이 맡게 됐다.

이숙진 이사장은 “나는 체육계와 연이 없는 사람이라 온정주의도 없다”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스포츠윤리센터를 만들어 한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라고 강조했다. 엠스플뉴스가 이숙진 이사장에게 스포츠윤리센터의 운영 방향성과 한국 체육계의 폐단을 없애겠단 각오를 직접 들어봤다.

스포츠윤리센터 신고 상담 업무 개시, "사건 조사도 진행 중"

스포츠윤리센터는 8월 5일 출범해 1개월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9월 2일부터 신고 상담 업무를 시작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스포츠윤리센터는 8월 5일 출범해 1개월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9월 2일부터 신고 상담 업무를 시작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출범 뒤 1개월여의 준비 끝에 스포츠윤리센터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밤낮없이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완전히 새롭게 출범하는 기구라 준비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고민이 많아 매일 잠을 설치기도 했고요. 다행히 직원들이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9월 2일부터 신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신고 받은 내용들을 면밀하게 살펴보는 동시에 몇몇 사건은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입니다.

오랜 기간 해결하지 못한 한국 체육계 폐단을 없애는 건 정말 어려운 과제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직 제의를 받았을 때 수락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솔직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최근 체육계에 안 좋은 사건들이 이어졌고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스포츠윤리센터가 새롭게 만들어졌으니까요.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는 자리기에 선뜻 수락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래도 주위에서 이런 문제를 맡아 해결하는 역할도 꼭 필요하다는 말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여성가족부 차관 업무를 맡은 이력도 눈에 들어옵니다.

2017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여성가족부 차관 업무를 맡았습니다. 당시 ‘미투’ 이슈가 본격적으로 떠오를 때인데 불법 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와 혜화역 여성 시위 등 굵직한 사건이 있었던 시기였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사안인데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여전히 있었습니다. 차관 업무를 통해 피해 당사자가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상태인가를 더 고민하게 됐어요.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공적 기관이 해야 할 역할 고민한 계기였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숙현이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달라“면서 “더는 억울하게 당하는 운동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최숙현법'을 꼭 입법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고(故)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는 “숙현이의 억울한 죽음을 끝까지 밝혀달라“면서 “더는 억울하게 당하는 운동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최숙현법'을 꼭 입법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최근 한국 체육계 폐단의 피해자가 된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을 보며 느낀 바도 많았겠습니다.

사건을 보고 마음이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리고 유망한 선수가 여러 기관에 본인 문제를 호소했는데 그 누구도 자기 문제를 진지하게 같이 해결해주지 않는 상황이 됐잖아요. 선수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그만큼 신체적, 정신적 폭력의 충격이 더 커졌을 겁니다. 공적 기관이 스포츠 선수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다시 느끼게 된 계기였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를 향한 외부의 회의적인 시선도 분명히 있습니다. 기존에 있었던 시스템과는 분명히 차별화가 필요할 듯싶습니다.

일부 우려하는 시선도 이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만의 역할로 체육계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해야 하지만, 결국 한국 체육계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도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면 왜 스포츠를 해야 하는지 왜 성적만 보고 앞으로 가야 하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선수와 그들의 부모, 그리고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죠. 성적에만 매몰된 스포츠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해야 합니다. 스포츠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동시에 달라져야 하고요.

성적만 좋으면 뭘 해도 괜찮다는 체육계 현장의 인식부터 바뀌는 게 먼저 일 듯싶습니다.

최근 공부하는 학생선수로 가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알고 그 안에서 자발적인 의지로 창의력을 발휘해 즐겁게 운동하고 공부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까진 그러지 못했기에 선수들의 훈련 과정에서 그런 극단적인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큰 위기감을 느끼며 과감하게 변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체육계에서 탈피해야죠.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가 핵심, "국회에서 관련 법안 발의"

스포츠윤리센터에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가 필요하단 지적이 쏟아진다.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입법 대기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스포츠윤리센터에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가 필요하단 지적이 쏟아진다.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입법 대기 중이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다시 스포츠윤리센터 이슈로 돌아간다면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가 핵심이라는 시선이 쏟아집니다. 실질적인 수사가 가능한 권한이 없다면 결국 무용지물이라는 뜻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자체에서 직접 조사를 시작할 권한은 있습니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사항이라도 언론 보도나 다른 통로를 통해 인지한 사건은 심의위원회를 열어 신고자가 없어도 조사를 시작할 수 있죠. 다만, 특별사법경찰 권한과 관련한 수사권은 아직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사건 증거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선 필요한 요소인데 현재 국회에서 특별사법경찰 권리 도입과 관련한 입법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국회에서 시급히 통과가 될 필요가 있겠습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안민석, 이병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 법안 3개가 대기 중입니다. 특별사법경찰 권한이 있어야 폐쇄적인 한국 체육계 구조에 직접 들어가 수사가 가능합니다. 문체부에서도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국회에서도 얼른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합니다. 법안 통과 전까진 스포츠윤리센터에 파견되는 경찰과 협업해 업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제보자와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스템 구축도 중요합니다. 기존 대한체육회 시스템에선 제보자와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타 기관 사건 이관 이첩 과정에서 노출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기존 기관과 스포츠윤리센터의 가장 다른 점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에선 제보 받은 사건과 관련해 다른 기관에 이관 이첩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자체적으로 경찰에 고발할 계획이고요. 사건을 자체 종결하거나 해당 기관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어요. 제보자와 피해자의 개인정보 노출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익명성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다고 자부하기에 스포츠윤리센터를 믿고 상담과 신고를 해주시면 됩니다.

대한체육회의 협력과 공조도 필수겠습니다.

기존에 대한체육회에서 맡았던 사건들을 이어받아 잘 마무리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또 고통 속에 반복 진술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고요. 체육계 실태 조사와 체육인 교육과 관련해 대한체육회와 서로 협조하지 않고는 제대로 일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대한체육회도 신고 상담과 조사, 그리고 재발 방지와 가해자 징계 등을 함께 도와줄 거로 믿습니다.

"한국 체육계 인권과 공정성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길"

이숙진 이사장은 체육계에 연이 없기에 온정주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이숙진 이사장은 체육계에 연이 없기에 온정주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체육 단체들의 가해자 솜방망이 징계도 해마다 논란이 됐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실질적인 징계권을 보유할지도 관심사입니다.

현재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직접 징계를 내릴 권리는 없습니다.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징계 처분 요구를 문체부를 통해 전달하게 됩니다.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경우 실제 징계 이행 여부와 징계 진행 사항 등 사후 관리 차원에서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할 겁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있지만, 사후 징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징계 이력이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에 있어 불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최근 야구계에선 과거 학교 폭력 문제로 한 신인선수의 프로팀 입단이 취소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교 폭력과 관련한 제보 및 신고와 문제 해결도 고민해야겠습니다.

그 사건으로 한국 체육계에 많은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지닌 선수라도 과거 학교 폭력 이력이 있다면 큰 문제를 겪을 수 있으니까요. 결국, 학생선수라면 운동을 잘하는 것 외에도 공동체 안에서 상호존중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게 스포츠의 기본이라고 보고요. 학교 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도 스포츠윤리센터가 교육 홍보를 통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마저 실패하면 한국 체육계 개혁은 더 요원해질 수 있단 얘기도 나옵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떻게든 기존에 있던 시스템보다 더 잘 만들어야겠단 생각뿐입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업무를 통해 오히려 신고 사건이 줄어든다면 희망적인 메시지가 아닐까요. 반대로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를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단 얘기가 나오면 존재 가치에 의문이 달릴 겁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과정까진 수많은 선수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스포츠윤리센터에기에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업무에 임하겠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해 그리는 한국 체육계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해 한국 체육계 인권과 공정성이 진일보했단 평가를 받았으면 합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건을 조사해 징계까지 철저하게 사후 관리하는 시스템을 꼭 구축하겠습니다. 저는 체육계에 연이 없기에 온정주의도 없을 겁니다. 한국 체육계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모두가 힘을 합하면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 동력을 만들 거로 믿습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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