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돌풍 베트남·삐걱 이란’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축구가 성장하면서 절대강자 없는 시대가 왔다”

-“이란·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하는 중동에선 시리아·이라크 등의 성장 돋보여”

-“과거의 성적이나 이름값이 월드컵 본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2011년 4월부터 9년 동안 이란을 이끌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사진 가운데)(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1년 4월부터 9년 동안 이란을 이끌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사진 가운데)(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으로 향하는 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전통의 강호가 손쉽게 승점 3점을 획득하던 시절은 지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19년 예정된 월드컵 예선을 모두 마무리했다. H조에 속한 한국은 2승 2무(1위)를 기록했다. 초반 2연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북한과 레바논 원정에선 승전고를 울리지 못했다.

안양 FC 고정운 전 감독은 아시아 축구의 격차가 확 줄었다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축구가 몰라보게 성장하며 절대강자 없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처럼 전통의 강호의 대승이 줄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원정에선 승점 1점만 가져와도 성공이다. 과거의 성적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종예선에선 아시아 축구의 격차가 더욱 줄어들 것”

한국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8개 조 가운데 4경기 전승을 기록 중인 팀이 없는 건 아니다. 시리아(A조), 호주(B조), 일본(F조)이 각각 4승을 기록하며 조 선두에 올라있다.

A조에선 ‘중동의 다크호스’ 시리아가 4전 전승을 기록하며 선두에 올라있다. 시리아는 귀화선수들을 앞세운 중국(2-1), 필리핀(5-2)을 따돌렸다. 중국 마르셀로 리피 감독은 11월 14일 시리아전에서 패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호주, 일본은 전통의 강호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호주는 쿠웨이트 원정에서 3-0, 요르단에선 1-0 승리를 거머쥐었다. 호주는 ‘2019 UAE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0-1로 패한 바 있다. 11월 14일 K리그1 득점 선두 아담 타가트의 결승골로 당시의 패배를 설욕했다.

일본은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몽골, 미얀마와 한 조에 속해 전승을 기록 중이다. 4경기에서 13골을 넣었고 실점은 없다.

고정운 감독은 시리아의 상승세에 주목했다. 고 감독은 중동에선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아시아의 한국과 일본처럼 전통의 강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리아, 이라크와 같은 팀이 치고 올라왔다. 최종예선에서 그 격차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어느 때보다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삐걱거리는 이란·첫 최종예선 진출을 노리는 베트남, 아시아 축구가 달라졌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 박항서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베트남 축구 대표팀 박항서 감독(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이변의 희생양으로 떠오른 팀이 있다. 아시아에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7위)이다.

이란은 9월 10일 홍콩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10월 10일 캄보디아와의 홈경기에선 14-0으로 대승했다. 아시아 축구계는 이란의 최종예선 진출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은 10월 15일 바레인 원정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 후반 20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졌다. 11월 14일 이라크 원정에선 1-2로 졌다. 2연승 뒤 2연패를 기록하며 2019년 예정된 예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란은 이라크, 바레인에 이은 조 3위다. 2차 예선에선 각 조 1위 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한다. 각 조 2위 팀 가운데선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다음 라운드로 향한다. 이란은 홈에서 펼쳐질 바레인, 이라크와의 재대결에서 꼭 승리해야 최종예선 진출을 노릴 수 있다.

고정운 감독은 2011년 4월부터 9년 동안 팀을 이끌어온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수비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술로 9년을 보냈다. 마르크 빌모츠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2차 예선에서 이란이 만난 팀들은 만만치가 않다. 그들이 흔들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란은 강했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의 이란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5차례 붙어 1무 4패를 기록했다. 한국이 이란을 상대로 승전고를 울린 건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빈 ‘2011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이었다. 당시 한국은 윤빛가람의 연장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이란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와 한 조에 속했다. 축구계로부터 ‘죽음의 조’의 희생양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란은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스페인(0-1)과 포르투갈(1-1)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고, 모로코(1-0)를 상대로는 승점 3점을 챙겼다. 아시아에선 16강에 진출한 일본 다음으로 성적이 좋았다.

MBC SPORTS+ 이상윤 해설위원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이란은 짧은 시간 내 만들어질 수 없는 팀이었다오랜 준비 끝 물샐틈없는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을 구사하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점을 따냈다. 스페인전에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를 펼쳤다. 당시의 이란은 세계 어느 팀을 만나도 물러서지 않는 팀이라고 했다.

그런 이란이 주춤하는 동안 새롭게 치고 올라온 팀이 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동남아시아의 다크호스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태국, UAE,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한 조(G조)에 속해있다. 라이벌 태국 원정 0-0 무승부 이후 3연승을 기록했다. 11월 14일엔 아시아 최고의 미드필더로 손꼽히는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버틴 UAE를 1-0으로 잡았다. 19일 홈에서 펼쳐지는 태국전에서 승전고를 울린다면,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가능성이 커진다.

고 감독은 동남아의 성장이 눈부시다. 베트남뿐 아니라 태국도 UAE와의 홈경기에서 2-1로 이겼다. 베트남, 태국 모두 더 이상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짧고 빠른 패스를 앞세운 공격 등 색깔 있는 축구로 아시아 축구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고 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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