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남은 K리그1, 우승부터 강등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

-최근 10년 동안 스트라이커 수상만 9차례였던 MVP 경쟁도 치열, 올 시즌엔 ‘축구 도사’형이 대세

-울산 축구 도사 김보경 “우승을 위해 MVP가 필요하다면 온 힘을 다해 도전하겠다”

-전북 ‘슈퍼 크랙’ 문선민 “학창 시절 이후 들어본 적 없는 우승 트로피만 생각 중”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울산 현대 김보경(사진 왼쪽), 전북 현대 문선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울산 현대 김보경(사진 왼쪽), 전북 현대 문선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올 시즌엔 ‘골만’ 잘 넣는 스트라이커보다 ‘골도’ 잘 넣는 축구 도사형이 대세다.

2009년부터 10년간 K리그1 MVP(최우수선수상)는 스트라이커가 독점했다. 이동국(2009·2011·2014·2015), 김은중(2010), 데얀(2012), 김신욱(2013), 정조국(2016), 말컹(2018) 등 전방에서 득점을 책임지는 선수가 K리그1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

최근 10년간 최전방 공격수가 MVP를 받지 못한 건 딱 한 번이다. 2017시즌 전북 현대의 우승을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MVP를 받았다.

쭉 그래왔던 건 아니다. K리그 초대(1983) MVP는 할렐루야 독수리에서 뛴 미드필더 박성화였다. 1987시즌까진 박창선(1984), 한문배(1985) 등 미드필더가 리그 최우수선수상을 독점했다. 최초의 공격수 MVP는 1989년 유공 코끼리(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에서 뛴 노수진이었다. 직전 시즌엔 측면 수비수 박경훈이 MVP를 받았다.

스트라이커 전성시대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8년엔 이운재가 골키퍼 포지션으론 최초이자 유일한 MVP 수상자가 됐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2019시즌, ‘흥행 대박’일 수밖에 없다

볼 다툼을 벌이는 울산 현대 김보경(사진 왼쪽), 전북 현대 손준호(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볼 다툼을 벌이는 울산 현대 김보경(사진 왼쪽), 전북 현대 손준호(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은 10월 19일 상·하위 6개 팀씩 나뉘어 치르는 파이널 라운드로 돌입했다. 20일엔 그 첫 번째 라운드가 마무리됐다. 이제 각 팀은 4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단독 선두 울산 현대(승점 72점)와 2위 전북 현대(71점)는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2위 경남 FC의 승점 차가 21점에 달했던 지난 시즌과 다르다. 강등권 싸움도 마찬가지다. 최하위(12위) 제주 유나이티드(23점), 11위 경남(28점), 10위 인천 유나이티드(29점)가 생존을 향한 혈투 중이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출전권 경쟁도 뜨겁다. 3위 FC 서울(54점)~6위 포항 스틸러스(48점)까지 차기 시즌 ACL 출전 가능성이 있다. 4위 대구 FC는 서울을 승점 4점 차로 맹추격 중이다.

이렇듯 시즌 막판까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K리그는 흥행 성공을 거두고 있다.

K리그1은 26라운드 만에 총 125만 575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지난 시즌 38라운드 총 관중(124만 1천 320명)을 일찍이 넘어섰다. K리그2엔 24라운드까지 31만 2천 488명이 찾았다. 지난 시즌 총 관중(31만 627명)을 넘었다. K리그1이 정규라운드(33)를 마친 6일엔 1·2부를 합쳐 2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

안양 FC 고정운 전 감독은 현장에 가보면 관중이 늘어난 게 보인다팀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이 최근 5시즌 가운데 4번 우승했다. 항상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울산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위팀들도 예측이 어려운 경기를 이어가면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 못잖은 MVP 경쟁, 올 시즌엔 스트라이커 아닌 ‘축구 도사’들의 대결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는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사진 맨 왼쪽에서 두 번째), 전북 현대 호세 모라이스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는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사진 맨 왼쪽에서 두 번째), 전북 현대 호세 모라이스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안 그래도 재밌는 올 시즌 K리그1에 흥미를 더하는 요소가 있다. 우승팀과 강등팀을 맞추는 것만큼 어려운 ‘MVP’ 경쟁이다.

유력한 후보는 우승 경쟁을 펼치는 현대가 두 팀의 에이스다. 단독 선두 울산 현대엔 ‘축구 도사’가 되어 K리그1에 복귀한 김보경이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 유니폼을 입은 김보경은 32경기에서 공격 포인트 20개(12골 8도움)를 기록 중이다. 스트라이커 주니오의 뒤를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를 오가며 맹활약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빈 선수다운 화려한 드리블과 기술, 번뜩이는 패스와 탁월한 결정력으로 축구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김)보경이는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라며 시즌 내내 ‘축구 도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경이가 볼을 잡으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그라운드 위 지휘자 역할은 물론 최전방 공격수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선수인 까닭이다.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평소처럼만 해주길 바란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면 MVP는 보경이의 몫이라고 했다.

올 시즌 김보경과 MVP를 다투는 이는 전북 현대의 ‘슈퍼 크랙’ 문선민이다. 2019시즌을 앞두고 전북에 합류한 문선민은 공격 포인트 20개(10골 10도움)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을 떠올리는 스피드와 탁월한 마무리 능력이 돋보인다. 밀집한 수비를 뚫어내는 드리블 기술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도 일품이다.

전북 호세 모라이스 감독은 올여름 ‘주포’ 김신욱이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떠났다득점을 책임진 스트라이커의 이적으로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문선민이 놀라운 활약을 보인다. 시즌 초엔 새로운 팀과 전술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스스로 이겨냈다. 지금은 K리그1 최고의 선수다. 3연패 도전의 핵심 열쇠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김보경, 문선민 외에 공격 포인트 20개 이상을 기록한 이는 세 명뿐이다. 울산 주니오(16골 5도움), 대구 FC 에이스 세징야(13골 9도움), 포항 스틸러스 간판스타 완델손(13골 7도움) 모두 외국인 선수다.

울산이 우승을 차지할 경우엔 주니오가 김보경과 MVP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공격 전 지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보경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게 사실이다.

2016년 전북에서 ACL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에서 그때의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솔직히 MVP로 거론되는 건 좋지만 큰 욕심은 없다. K리그1 정상에 서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MVP가 필요하다면 온 힘을 다해 도전하겠다. 공격 포인트가 승리로 연결된다면 계속해서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김보경의 말이다.

문선민의 마음도 김보경과 다르지 않다. 문선민은 학창 시절엔 정상에 서본 적이 있지만, 프로에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없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 MVP는 중요하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이 둘은 공통점이 많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유니폼을 입었다. 나란히 공격 포인트 20개를 기록 중이고,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지녔다.

이들은 최근 10년간 스트라이커가 대세였던 K리그1에 혼자서 경기를 결정짓는 ‘슈퍼 크랙’의 바람을 몰고 왔다.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올 시즌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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