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 일군 K리거 14명, 프로 선배들과 경쟁하며 한 단계 성장 중

-K리그2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오세훈 “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들과 경쟁하며 배우는 게 많다”

-조금씩 출전 시간 늘려가는 ‘신인’ 이광연 “그라운드 안팎에서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 대비해야 한다”

-전세진에게 조언한 수원 이임생 감독 “U-22 출전 조항에 의지하기보다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투쟁심 필요”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올봄 축구계는 뜨거웠다. 한국 U-20 축구 대표팀이 FIFA(국제축구연맹)가 주관하는 4대 메이저 대회(U-17·19·성인 월드컵·컨페더레이션스컵) 최초(남자) 준우승을 달성한 까닭이다. 이전까지 한국의 최고 성적은 ‘2002 한-일 월드컵’과 ‘1983 멕시코 세계 청소년대회’(U-20 월드컵의 전신) 4강 진출이었다.

6월 16일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결승전을 마친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가 새 출발을 알렸다. 영광은 가슴에 묻고 더 큰 도약을 약속했다.

축구계는 눈앞에서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전체 21명의 선수 가운데 최민수(함부르크), 최 준(연세대), 정호진(고려대),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 이강인(발렌시아), 김정민(FC 리퍼링), 이재익(알 라이안)을 뺀 14명이 K리거(1·2)인 까닭이다.

K리그2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오세훈은 선수들과 ‘2022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 대표팀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U-20 월드컵 이후에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연령대 선수들과의 경쟁보다 프로가 훨씬 어렵고 힘들다. 노련한 선배들과 부딪치면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했다

U-20 월드컵보다 어려운 프로 무대, ‘빛광연’도 프로 적응은 쉽지 않다

U-20 월드컵에서 '빛광연'이란 별명을 얻은 강원 FC 이광연 골키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U-20 월드컵에서 '빛광연'이란 별명을 얻은 강원 FC 이광연 골키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오세훈의 말처럼 같은 연령대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토너먼트 대회와 프로는 확연히 다르다. 프로엔 나이 제한이 없다. 갓 데뷔한 신인부터 1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경쟁해야 한다. 20세 이하 선수가 팀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건 매우 어렵다.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 이광연 골키퍼가 대표적인 예다. 이광연은 한국이 치른 7경기에서 연일 놀라운 반사 신경과 선방 능력을 뽐냈다. 축구계는 그런 이광연에게 ‘빛광연’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하지만, 프로는 녹록지 않았다. 이광연의 소속팀 강원 FC엔 2005년 프로에 데뷔한 김호준이 버티고 있었다. 김호준은 올 시즌 팀이 소화한 34경기 가운데 28번(35실점) 골문을 지켰다. 올해 프로에 데뷔한 이광연이 베테랑 김호준을 넘어서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함석민, 이승규와 벌이는 넘버2 경쟁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광연은 U-20 월드컵을 마친 뒤에야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강원 김병수 감독이 대회를 마치고 팀에 돌아온 지 나흘 만에 출전 기회를 줬다.

이광연은 6월 23일 K리그1 17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프로 데뷔전에서 무려 4골을 내줬다. 팀이 0-4의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극을 펼치며 승점 3점을 획득했지만, 성인 무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이광연은 이후 3경기에 더 출전했다. 무실점 경기는 없었다. 4경기에서 10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벤치와 그라운드를 오가면서 많은 걸 배웠다.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였던 10월 20일 FC 서울전에선 깜짝 선발 출전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막판 서울 미드필더 이명주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낸 게 백미였다.

선방 능력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게 프로란 걸 느낀다. 빠른 경기 속도에 적응하고, 운영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 벤치에 앉아있을 땐 선배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본다. 훈련을 마친 뒤엔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발전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U-20 월드컵에서의 영광을 뒤로하고 힘겨운 프로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광연의 말이다.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들,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다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주전 스트라이커 오세훈(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주전 스트라이커 오세훈(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 주역 가운데 K리그1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없다. 이광연(4경기 10실점)을 비롯해 박지민(출전 기록 없음), 전세진(이상 수원 삼성·17경기 1도움), 김주성(7경기), 조영욱(이상 FC 서울·16경기 2골 1도움), 고재현(대구 FC·3경기), 박태준(성남 FC·9경기), 이규혁(제주 유나이티드·출전 기록 없음) 모두 힘겨운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면 K리그2엔 주전으로 자리 잡은 선수가 있다. 오세훈이 대표적이다. 오세훈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뛰며 6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 박동혁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받으며 올 시즌 내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대전 시티즌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이지솔도 올 시즌 23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하며 주전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엄원상(광주 FC·14경기 1골), 김세윤(대전 시티즌·8경기), 이상준(부산 아이파크·출전 기록 없음), 황태현(안산 그리너스·15경기 3도움) 등은 K리그1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광연은 U-20 월드컵 때처럼 그라운드 위에서 증명하는 방법뿐이라며 지금부터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6월까진 소속팀보다 대회에만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그 대회를 마친 지 4개월이 지났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걸 배웠다.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지만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믿는다고 했다.

수원 이임생 감독은 U-20 월드컵에서 활약한 전세진에게 한 가지 강조하는 게 있다. 이 감독은 (전)세진을 포함한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과의 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훈련장에서 자신이 출전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면, 감독은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U-22 의무 출전 조항에 의지하지 않고 진짜 주전 선수가 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적인 유망주가 총출동한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소속팀 복귀 후엔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경쟁을 펼친다. 그러면서 조금씩 출전 기회를 늘려간다. 이렇게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젊은 K리거들이 성장하고 있다.

오세훈은 원소속팀 울산 현대에서 뛴 지난 시즌 3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아산으로 임대된 올 시즌엔 K리그2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에서도 호시탐탐 주전 자리를 노리고 있다.

세계무대가 그들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올봄 축구계를 들썩이게 만든 젊은 K리거들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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