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FA컵 정상+K리그1 상위 스플릿’ 꿈꾸는 수원의 히든카드

-김민우, 수원 복귀전에서 골맛···“포지션이나 뛰는 시간은 상관없다. 오직 수원을 위해 뛰겠다”

-이임생 감독 “민우에게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 맡기고 싶다”

-상주 김태완 감독 “민우는 수비보다 공격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중요한 일전 앞둔 수원에 큰 도움 될 것”

수원 삼성 김민우(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수원 삼성 김민우(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수원]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마지막 히든카드가 돌아왔다. 1년 9개월의 군 생활을 마치고 수원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다시 입은 김민우의 얘기다.

김민우는 전역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9월 17일 전역해 5일 후 복귀전을 치렀다. 상대는 불과 얼마 전까지 동고동락한 상주 상무였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김민우는 한국 축구 대표팀 출신다운 맹활약을 펼쳤다. 수비의 허를 찌르는 패스와 과감한 슈팅으로 전 동료들을 곤란하게 했다. 전반 36분엔 빠른 침투와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선제골까지 터뜨렸다.

후반전엔 측면으로 자리를 옮겨 공·수를 쉴 새 없이 오갔다. 상대의 격한 반칙에 넘어지길 반복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수원의 중심을 잡았다.

수원은 원소속팀 골문을 겨냥한 김건희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했다. 하지만, 김민우의 복귀가 팀의 올 시즌 성패를 좌우할 2주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걸 확인했다.

김민우는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라며 수원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게 낯설지 않았다. 익숙한 분위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고 말했다. 이어 전역 후 첫 경기가 얼마 전까지 동고동락한 상주라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미안한 감정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게 축구고 최선을 다하는 건 프로의 임무다. 이젠 수원을 위해 뛰고 싶다고 했다.

팀 운명 가를 ‘2주’, 수원은 배수진을 쳤다

9월 21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김민우를 축하해주고 있는 수원 삼성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9월 21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김민우를 축하해주고 있는 수원 삼성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김민우는 수원의 올 시즌 성패를 가늠할 2주를 앞두고 전역했다. 복귀전부터 맹활약을 보인 만큼 팀의 기대는 아주 크다.

수원은 올 시즌 FA컵 우승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그런데 9월 18일 화성 FC(K3리그)와의 FA컵 준결승 1차전에서 패하며(0-1) 벼랑 끝에 몰렸다. 홈에서 치러지는 2차전(10월 2일)에 온 힘을 쏟아내야 한다.

이임생 감독은 화성전 패배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게 사실이라며 선수들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라운드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팬은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준다. 그 안엔 우리의 가족도 포함된다. 그들을 위해 FA컵 우승 트로피와 상위 스플릿 진입을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FA컵 1차전 이후 우승을 하지 못하면 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구단 버스로 향하는 길엔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승리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수원에서 이 감독의 사퇴 암시 발언을 예견하고, 팬들에 다가가 사과의 뜻을 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그만큼 이 감독은 FA컵 우승에 모든 걸 걸었다.

그렇다고 리그에 소홀히 임할 순 없다. 모기업의 투자가 줄면서 전력이 약해진 게 사실이지만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상위 스플릿 진입을 리그에서의 목표로 잡은 이유다.

수원은 상위 스플릿 막차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K리그1 6위에 올라있다. 7위 상주 상무와 승점(40)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1점 앞선다. 1경기를 덜 치른 5위 대구 FC와의 승차는 2점이다. 대구가 22일 최하위(12위)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승점 확보에 실패하면 5위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순 없다. 8위 포항 스틸러스가 이명주, 주세종의 전역 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FC 서울을 2-1로 잡았다. 수원과의 승차가 1점으로 좁혀졌다. 9위 성남 FC는 승점 35점을 기록 중이다. 상위 스플릿 진입 가능성이 남아있다.

상·하위 스플릿 라운드로 나뉘기까진 3경기가 남았다.

가장 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수원은 K리그1 1~3위를 만난다. 9월 25일 울산 현대(2위)전을 시작으로 전북 현대(1위·28일), FC 서울(3위·10월 6일)과의 경기를 치른다. 이 감독은 “울산전에선 정상 전력을 가동하겠다”고 했다. 단 FA컵 준결승 2차전을 앞두고 치러지는 전북전에선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

수원은 FA컵 준결승 2차전이 치러지기 전 울산과 전북을 상대한다. K리그1 우승 후보팀과의 경기에서 승리만큼 화성과의 FA컵 준결승 1차전 패배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꿀 특효약은 없다. 반대로 2경기를 모두 패할 땐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에서 FA컵 준결승 2차전에 나서야 한다.

팀 운명을 바꿀 ‘열쇠’, 김민우는 '진짜'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까

9월 21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김민우(사진 왼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9월 21일 상주 상무와의 경기가 1-1 무승부로 끝나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한 김민우(사진 왼쪽)(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김민우가 수원 삼성의 분위기를 바꿔줘야 한다. 김민우는 전역 후 첫 경기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치면서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줬다.

김민우는 엘리트 코스를 거친 선수다. 2006년 AFC(아시아축구연맹) U-16 축구 선수권 대회를 시작으로 2009년엔 이집트 U-20 월드컵 8강 진출에 앞장섰다. 이듬해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선 동메달 획득에 일조하며 이름값을 높였다. 2013년엔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본선 조별리그 두 경기를 뛰었다.

김민우는 왼쪽 측면 공격수와 수비수를 오갈 수 있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뛸 수 있다. 왕성한 활동량을 앞세워 그라운드 전 지역을 쉴 새 없이 오가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에 능하다. 섀도 스트라이커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결정력도 갖췄다. 축구계는 “김민우는 축구 지능이 아주 높은 선수”로 칭한다.

이임생 감독은 김민우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 이 감독은 김민우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고 싶다아담 타가트에게 집중된 공격에 다양성이 더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김민우를 지도한 상주 상무 김태완 감독도 김민우는 수비보다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며 중요한 일전을 연달아 앞둔 수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민우는 팀이 자신에게 걸고 있는 기대를 잘 안다. 이 감독이 어떤 역할을 주든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FA컵 1차전 패배로 팀 분위기가 좋진 않다. 이 분위기를 바꿔 팀이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꼭 선발이 아니어도 괜찮다. 교체로 투입돼 골을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전역하고 돌아와 보니 고참 축에 속하게 됐는데 그라운드 밖에선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선배가 되겠다. 자신감을 가지고 남은 경기를 준비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로 믿는다.김민우의 말이다.

수원은 김민우의 전역에 맞춰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염기훈, 데얀이 복귀했다. 9월 21일 상주전에선 국가대표 왼쪽 풀백 홍 철이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으로 쌓은 피로를 푼 기회가 됐다. 축구계가 수원의 상황이 나쁘다고만 보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예상 못 한 변수가 생겼다. 올 시즌 K리그1 26경기에서 뛰며 16골을 터뜨린 득점 1위 아담 타가트가 상주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수원에 없어선 안 될 타가트가 다쳐 마음이 아프다. 안쪽 허벅지(내전근)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주 후 K리그1 33라운드가 끝났을 때 수원은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 김민우가 흔들리는 팀의 중심을 잡고 FA컵 우승과 상위 스플릿 진입을 이끌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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