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호 도쿄올림픽 국가대표팀에서 한화 선수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김민우. 김민우는 자신의 등 번호 53번 대신 ‘절친’ 팀 동료 강재민의 등 번호 55번을 달고 뛴다. 몸은 떨어져도 마음만은 하나로 이어진 덕분인지, 투구 내용도 선수 둘을 합친 것만큼 빼어나다.

대표팀 에이스로 발돋움한 김민우(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팀 에이스로 발돋움한 김민우(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대전]


“장난스럽게 얘기한 건데, 민우 형이 정말로 55번을 달았더라. 55번 달고 던지는 모습을 보니 나름 뿌듯했다.”

몸은 떨어져도 마음만은 하나로 이어졌다. 한화 이글스 마운드의 ‘단짝’ 김민우와 강재민에겐 등 번호 55번이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팀에 한화 선수로 유일하게 승선한 김민우는 팀에서 쓰는 등 번호 53번 대신 55번을 달고 뛴다. 55번은 아쉽게 이번 대표팀에 함께하지 못한 동료 강재민의 등 번호다.

등 번호의 힘일까.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보여준 투구내용도 아주 뛰어나다. 불펜으로 등판한 7월 31일 미국전에선 1.2이닝 동안 안타와 4사구 없이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로 나온 2일 이스라엘전에서도 첫 3이닝 퍼펙트에 5회 1아웃까지 2안타 1볼넷만 내주고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높은 타점과 긴 익스텐션에서 나오는 140km/h 중후반대 강속구, 여기에 속구와 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이스라엘 타자들은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다. 한국 타선도 18안타 11득점으로 고른 활약을 했지만, 초반 3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낸 김민우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중계 방송으로 경기를 지켜본 강재민도 김민우의 호투에 미소를 지었다. 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강재민은 “김민우 형이 나가서 잘했다는 게 기쁘다. 예선전부터 대표팀이 힘든 경기를 했는데, 민우 형이 등판한 경기에서 잘해서 기분이 좋았다”면서 “앞으로 남은 2경기에서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면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강재민은 김민우가 일본으로 출국한 뒤에도 매일 휴대전화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미국전과 이스라엘전 경기 후에도 먼저 연락해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축하를 전했다. 대표팀에 함께하지 못한 강재민의 마음을 배려한 것인지, 김민우는 덤덤하게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자신의 등 번호인 55번을 달고 대표팀 마운드에서 던지는 김민우의 모습을 본 소감이 궁금했다. 강재민은 “저는 장난스럽게 얘기한 건데, 민우 형이 정말 55번을 달고 나왔다”면서 “진짜 그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55번 달고 던지는 모습을 보고 나름 뿌듯했다”고 미소지었다.

고대했던 성인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아쉬움은 잊은 지 오래다. 야구팬들의 진심 어린 응원이 강재민을 다시 일으켜 세운 힘이 됐다. 그는 “대표팀은 내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엔트리 발표 후 심적으로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다”면서도 “발표 이후 처음 경기에 올라갈 때, 관중들의 환호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덕분에 힘을 내서 빨리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 야구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3일 대전에서 만난 강재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3일 대전에서 만난 강재민(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김민우의 활약상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수베로 감독은 “불펜과 선발 등판 두 번 다 굉장히 잘 던졌다”면서 “코스로 빠지는 안타와 볼넷 하나 외에는 흠잡을 데가 없는 피칭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국가대표 경험은 김민우가 더 좋은 투수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베로 감독도 “나 역시 그러길 바란다” “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출전한 선수이기 때문에, 대표팀을 계기로 성장하는 모습이 나오길 기대한다. 좋은 시즌을 보내다 대표팀에 간 만큼, 전반기 좋은 모습이 후반기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우는 수베로 감독의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 구상에서도 핵심적인 선수다. 그는 “라이언 카펜터-닉 킹험-김민우-김기중-장시환까지 5명으로 후반기 선발진을 구상하고 있다”며 “김민우의 등판 순서는 남은 올림픽 경기 등판 여부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 현재는 세 번째 순서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한화는 오후 5시부터 대전 홈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한다. 최원호 2군 감독이 이끄는 퓨처스팀이 선공으로 김태연(2)-김인환(1)-정민규(좌)-유장혁(중)-박정현(3)-임종찬(우)-노태형(지)-송호정(유)-이원석(지)-장규현(지)-허관회(포)-안진(지)까지 12명의 타자를 선발 라인업에 배치했다. 퓨처스 선발투수는 장민재다.

후공인 KBO팀은 정은원(2)-최재훈(포)-하주석(유)-노시환(3)-최인호(좌)-장운호(우)-이성곤(지)-조한민(1)-이동훈(중)-장지승(지)까지 10명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고 장시환이 선발로 등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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