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이 본선 첫 경기 이스라엘전 선발 마운드에 올릴 투수로 22살 원태인을 선택했다.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안고 마운드에 오를 동생을 향한 형 원태진의 마음도 긴장감과 떨림으로 가득하다. 그래도 형은 동생이 마운드에서 웃으면서 내려올 것으로 믿는다. 하늘나라에서 아들 원태인을 지켜볼 어머니가 있는 까닭이다.

동생 원태인(왼쪽)과 형 원태진(오른쪽)(사진=원태진 제공)
동생 원태인(왼쪽)과 형 원태진(오른쪽)(사진=원태진 제공)

[엠스플뉴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이 본선 첫 상대인 이스라엘전 올인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전 첫 승을 위해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바로 원태인이다. 2021시즌 전반기 KBO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활약한 원태인은 13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 야구 대회에서 본선 첫 경기 선발 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받았다.

원태인의 형 원태진(대구 원베이스볼클럽 감독)은 불과 22살의 어린 나이에 막중한 임무를 맡은 동생을 향한 믿음이 굳건하다. 물론 마음 한구석에 생긴 걱정도 있지만, 원태진은 동생이 이스라엘전 마운드에서 웃으면서 내려올 것으로 믿는다. 엠스플뉴스가 7월 29일 오후 7시 이스라엘전 선발 등판을 앞둔 동생 원태인을 향한 형 원태진의 응원 메시지를 들어봤다.

원태인(왼쪽)의 형 원태진(오른쪽)은 과거 야구선수 출신으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경력이 있다(사진=원태진 제공)
원태인(왼쪽)의 형 원태진(오른쪽)은 과거 야구선수 출신으로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경력이 있다(사진=원태진 제공)

동생 원태인 선수의 이스라엘전 선발 등판이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름이 돋습니다(웃음). 올림픽이라는 무대와 메달의 의미가 대단하잖아요. 동생이 나가는 무대지만, 저도 가족으로서 무서울 정도로 긴장감을 느낍니다. 거기에 (원)태인이가 첫 경기 선발 투수라는 소식에 닭살이 돋을 정도였고요.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런 부담감을 짊어진다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결과를 떠나서 태인이가 오늘 웃으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갔으면 좋겠어요.

대표팀에 합류한 원태인 선수에게 계속 격려 메시지를 전했겠습니다.

태인이가 제 딸인 조카와 얘길 나누면서 긴장을 풀기도 합니다. 출국 전에도 영상 통화로 딸이 ‘삼촌 잘 던지고 와 파이팅’라고 응원했더니 ‘삼촌이 선물 사서 올게’라면서 웃더라고요. 태인이가 긴장을 많이 하면 전화기를 잘 안 쳐다보더라고요. 도쿄로 가서는 답장이 거의 안 오는데 오늘 긴장감을 털고 잘 던지길 바랍니다.

오늘 긴장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겠습니다.

아버지도 계속 팔공산에 올라가 기도하고 오시더라고요. 가족과 친척 가릴 것 없이 다들 긴장하고 있어요. 가족들도 긴장감과 부담감이 이 정도인데 태인이는 얼마나 긴장할지 상상이 안 갈 정도입니다. 무사히 맡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끝냈으면 합니다. 제구만 잘 이뤄진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어요.

가족들이 더 떨리는 심정인 듯합니다.

‘대표팀에서 폐를 끼치면 안 될 텐데’라는 걱정이 들어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크게 부진했던 선수들을 향해 비판과 비난이 거셌으니까요. 그래도 태인이가 그런 부담감을 떨치고 무사히 경기를 치를 것으로 믿습니다. 태인이는 정말 강한 아이니까요.

올림픽 대표팀 승선이라는 목표를 이룬 동생을 보면서 형으로서 느낀 점이 궁금합니다.

사실 지난해 태인이가 반복된 후반기 부진에 자기 자신에게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전화위복이 됐어요. 당시 태인이한테 ‘올림픽이 1년 미뤄진 게 너에겐 좋은 동기부여이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라고 힘을 불어넣어 줬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말이 현실로 이뤄진 겁니다. 올해 정말 좋은 기운이 태인이를 감싸는 느낌이에요. 또 동생이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점이 있거든요.

어떤 점입니까.

올해 태인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절제력이 정말 달라졌습니다.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도 모든 걸 절제하고 야구만 생각하더라고요. 집 안에서도 가만히 야구를 보다가 수건을 들고 섀도 피칭을 하고, 학창 시절 투구 영상을 다시 보기도 하고요. 그런 야구 열정이 전반기 태인이의 활약을 만들어준 게 아닐까요. 저도 형이고 프로 선수 생활을 해봤지만, 22살의 나이에 저런 멘탈을 보여주는 자체가 대단하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동생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 메시지가 궁금합니다.

야구와 관련해선 태인이에게 제가 건네줄 말은 없습니다. 그래도 항상 학창 시절 때부터 태인에게 하던 말이 있었거든요. 태인이도 가장 좋아했던 말이고요.

태인아. 지금 부담감을 안 느낄 수가 없을 텐데 내가 항상 해주던 말이 있잖아. 하늘에서 엄마가 항상 우리를 도와주고 지켜보고 계실 거야. 오늘도 하늘에서 도쿄올림픽 마운드 위에 서는 너를 웃으면서 지켜보실 엄마를 믿고 잘 던져보자. 엄마가 도와줄 테니까 너도 웃으면서 마운드에서 내려올 것으로 믿는다. 태인아 파이팅!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