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초 7년 FA 계약 이정표 세운 두산 내야수 허경민

-“‘7년 계약’은 구단에서 준 큰 선물, 3년 옵션 계약이 아깝지 않은 선수가 돼야”

-“같이 잔류한 친구 정수빈 있어 든든해, 베테랑 재호 형도 챙겨드려야 한다.”

-“내가 ‘챙김’ 받은 것처럼 힘든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어, 행동으로 모범 선배 되겠다.”

-“고토 코치님·조성환 코치님은 잊을 수 없는 스승, 언젠가 다시 만나길 소망”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 아들·남편·아빠로서 더 멋진 허경민 되겠다.”

베어스와 7년 더 동행을 택한 두산 내야수 허경민(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베어스와 7년 더 동행을 택한 두산 내야수 허경민(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잠실]

‘7년’이라는 숫자가 한국 야구에서 의미하는 바는 크다. 어떤 야구선수에겐 포스팅 국외 진출의 꿈을 향해 기다려야 할 긴 세월이다. 2022시즌 이후 KBO리그 대졸 선수들이 생애 첫 FA 자격 취득을 위해 기다려야 할 긴 세월이기도 하다.

KBO리그에서 FA 7년 계약을 맺었다고, 그것도 선수에게 연장 옵션이 있다고 말한다면 대다수가 고갤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선수가 두산 베어스 내야수 허경민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허경민은 올겨울 첫 FA 자격을 취득해 원소속팀 두산과 4+3년 총액 85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KBO리그 FA 최장 계약 기간 신기록(종전 SK 와이번스 최 정, 롯데 자이언츠 정수근 등 6년 계약)에다 선수가 +3년 연장 옵션을 실행할지 선택할 권한까지 얻은 계약 조건이다. KBO리그 선수 FA 계약 역사에 이정표를 세운 허경민의 7년 계약이라는 게 야구계 중평이다.

그만큼 두산 구단은 허경민이라는 선수 가치를 믿었다. 허경민도 구단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혹여나 나태해질 자신을 경계한다. 허경민은 “베어스라 의미 있는 7년이지만, 내가 나태해지면 의미 없을 숫자다. 구단과 서로 웃으며 7년을 보내고 싶다. 그래야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엠스플뉴스는 7년 FA 계약이라는 새 역사의 첫 발걸음을 떼는 허경민의 진심을 직접 들어봤다.


- 허경민의 진심 "4년 뒤 3년 옵션 계약이 아깝지 않은 선수가 돼야 한다." -

두산과 허경민은 4년 총액 65억 원에 3년 연장 20억 원 선수 옵션이 들어간 계약에 합의했다(사진=두산)
두산과 허경민은 4년 총액 65억 원에 3년 연장 20억 원 선수 옵션이 들어간 계약에 합의했다(사진=두산)


허경민 선수가 한국 야구 FA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총 계약 기간 7년에 선수 연장 옵션, 가장 파격적인 조건으로 두산 잔류를 택했습니다.

(쑥스럽게 웃으며) 마냥 좋아하기보단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정말 파격적인 조건이잖아요. ‘베어스’라서 의미 있는 7년이지만, 제가 나태해지면 의미가 없어질 숫자기도 합니다. 그 ‘7년’ 때문에 서로 불편해지면 안 되니까요.

계약이 보장됐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계속 보여줘야 한단 의미군요.

구단에서 7년이라는 선물을 주셨지만, 나머지 3년 20억 원이라는 연장 계약을 발동할 때 그 가치가 안 되는 선수라는 평가가 앞선 4년 동안 나오면 안 되는 겁니다. 구단 관점에선 그럴 경우 제 7년 계약이 손해고, 계륵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4년 뒤 3년 20억 원 계약을 발동하더라도 아깝지 않은 선수가 되자는 마음가짐인 거죠.

팀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합니다.

제가 KBO리그에서 처음 7년 FA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선수 생활 말년에 구단과 서로 불편해진다면 장기 FA 계약에 대한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어요. 후배들에게도 한 팀에서 오래 뛰면서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본보기를 좋은 의미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두산 구단이 왜 허경민 선수에게 7년 보장 계약을 제시했는지 점점 알 듯싶습니다. 1년 1년 절대 나태하게 뛸 선수가 아니니까요.

보통 7년이라는 안정된 시간이 주어지면 나태해지지 않겠냐는 시선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걸 경계하면서 우선 눈앞에 있는 4년 동안 최선을 다해 달려갈 겁니다. 4년 동안 제 가치를 올려서 4년 뒤 3년 20억 원이 아깝지 않은 선수라는 평가를 듣는 게 제 목표죠.


- 90베어스 친구들과 함께라 행복한 허경민 "끝까지 같이 야구했으면" -

박건우(사진 왼쪽부터)와 허경민, 그리고 정수빈으로 이어지는 90베어스 트리오는 두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다(사진=두산)
박건우(사진 왼쪽부터)와 허경민, 그리고 정수빈으로 이어지는 90베어스 트리오는 두산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다(사진=두산)

허경민 선수 계약 다음 해가 바뀌고 같은 팀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 선수도 두 번째 FA 계약(3년 총액 25억 원)을 맺었습니다. 김재호 선수 계약에 가장 기뻐했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계약 때문에 고민할 때 (김)재호 형한테 연락했다가 ‘눈치 좀 챙겨’라고 많이 혼났습니다(웃음). 재호 형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정말 커요. 야구장 안뿐만 아니라 야구장 밖에서도 베테랑 역할을 해주는 형이니까요. 형이 예전에 베테랑이 되니까 외롭다고 말씀하셨는데 앞으로 제가 그 외로움을 달랠 수 있도록 같이 놀아드리겠습니다(웃음).

이미 많은 인터뷰에서 얘기가 나왔지만, 팀 동료 정수빈(6년 총액 56억 원 계약)과 함께 장기 계약을 맺은 것도 큰 화제였습니다. 허경민에게 친구 정수빈의 존재는 어떤 의미입니까.

(정)수빈이는 출발선이 저와 달랐습니다. 20살 때부터 이미 스타였던 친구라 수빈이를 바라보면서 저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노력했던 듯싶어요. 어떻게 보면 어릴 때 저를 자극해준 존재였죠. 주위를 보면 친구끼리 같은 해 입단해서 은퇴할 때까지 한 팀에서 쭉 뛰는 사례가 별로 없더라고요. 저는 수빈이가 항상 옆에 있을 테니까 든든한 느낌이죠. (박)건우도 자기가 선택해야겠지만, 같이 야구를 오랫동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웃음).

그렇다면 반대로 ‘친구 허경민’은 어떤 존재일까요.

친구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정직하게 살고, 남들에게 피해 주지 말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제가 한만큼 벌고 한만큼 쓰고 욕심부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살고 있죠. 좋은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에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단 생각이 먼저 박힌 듯싶어요. 친구들도 저를 좋게 생각해줬으면 합니다(웃음).

허경민 선수를 오랫동안 보며 느낀 건 ‘경쟁’이라는 단어 언급을 극도로 피한다는 겁니다. 경쟁보다는 공생에 더 초점을 맞췄기에 친구와 동료들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듯싶습니다.

보통 프로스포츠에서 ‘경쟁’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저는 단체 종목에서 경쟁이라는 단어가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생각해요. ‘경쟁’을 먼저 생각하는 건 경쟁하는 선수가 못하길 바라는 거니까요. ‘다 같이 잘하자’로 생각해야 팀 우승에 점점 다가가지 않을까요. 개인 기록과 돈을 먼저 생각하면 팀이 한마음으로 뭉치지 않을 듯싶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학창 시절에도 경쟁이라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제가 야구를 잘하면 제가 뛰는 거지 누가 못하길 바라는 적은 없었어요. 제 실력이 부족한데 누가 못해서 제가 나가는 건 팀과 개인한테 모두 손해니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과분한 계약을 했지만, 저만 잘 먹고 잘 살자가 아닌 좋은 대우를 받은 만큼 그만한 가치를 주위에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거죠.


- 후배들 향한 허경민의 조언 "지금의 어려움은 올라갔을 때 지키는 힘을 위해 단단하게 다지는 시간" -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과정에서 두산 주전 야수진은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3루수 자리에 선 허경민의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벤치에 있는 후배들이 끼어들 여지가 안 보일 정도였다. 사진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구(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과정에서 두산 주전 야수진은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3루수 자리에 선 허경민의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벤치에 있는 후배들이 끼어들 여지가 안 보일 정도였다. 사진은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구(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그 가치를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후배들을 챙기는 일인 듯싶습니다. 두산 2군 선수들 대부분이 꼭 언급하는 ‘좋은 선배’가 허경민 선수입니다. 칭찬이 끊이질 않습니다.

제 이름이 그래도 후배들 입에서 좋게 나와서 다행입니다(웃음). 그렇다고 보여주기식은 절대 아니에요. 저도 어릴 때 선배들의 챙김을 받았으니까 저도 지금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인 거죠. 저도 어릴 때 선배들에게 물품이나 장비를 받으면 정말 기분이 좋았거든요.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조금이라도 기분 전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와주고 싶죠.

허경민표 리더십이 자연스럽게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1군 벤치나 2군에 있는 어린 친구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힘들 겁니다. 제가 강압적인 지시나 쓴소리로 후배들을 이끄는 것보단 제가 스스로 ‘FM 행동’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이 눈치껏 따라 하도록 행동으로 먼저 움직이는 게 모범적인 선배인 거죠.


두산은 특히 백업 야수들이 오랜 기간 기다림 끝에 주전으로 올라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벤치 혹은 2군에서 간절하게 그 기회를 기다리는 후배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을 세우는 과정에서 야수진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젊은 야수들이 매우 힘들었을 거예요. ‘내가 뛸 곳이 없구나, 못 올라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제 위치에서 ‘너한테 무조건 기회가 간다’라는 말을 해줄 수도 없어요. 그건 보장해줄 수 없는 말이니까요.

음.

물론 후배들이 원체 지친 상황에서 조금만 더했으면 하는 바람에 힘을 주는 말도 하고 싶어요.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야구를 좋아해서 시작한 거면 그 마음으로 끝까지 도전해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또 올라올 때 느끼는 힘듦보다 올라와서 버티는 힘듦도 만만하지 않아요. 올라와서 지키는 힘을 키우기 위해 지금 더 단단하게 다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백업 시절 허경민을 버티게 한 힘은 무엇입니까.

방망이 두 자루와 글러브 하나, 그리고 이불 한 채를 들고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 저는 야구 선수로 실패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금의환향하고 싶었죠. 야구를 잘해서 멋진 아들이 되고 싶었으니까 2군에 있었던 시간도 버틸 수 있었어요. 또 이왕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시작했으니까 실패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죠. 정말 야구만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 "가장 감사한 스승님은 고토 코치님과 조성환 코치님, 몸이 멀어지니 더 생각나" -

허경민은 2018시즌을 같이 보낸 고토 타격코치(왼쪽)에 감사함을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허경민은 2018시즌을 같이 보낸 고토 타격코치(왼쪽)에 감사함을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번엔 ‘제자 허경민’으로서 지금까지 만나본 스승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훌륭한 지도자분들을 만나서 야구를 배웠습니다. 그 가운데 꼽자면 아무래도 고토 고지 코치님(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조성환 코치님(한화 이글스)입니다. 두 분의 지도 방식이 비슷한 면이 있어요.

어떤 비슷한 면입니까.

실패한 걸 가지고 전혀 말을 안 하십니다. 실패한 장면을 두고 계속 얘길 들으면 당사자가 정말 힘들거든요. 두 분은 실패를 복기해 더 보완하는 방향보단 잘하는 부분을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려는 지도를 해주셔서 기억에 남네요. 똑같은 말이라도 어떤 톤으로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느꼈고요.

공교롭게도 두 지도자 모두 팀을 떠났습니다.(고토 코치는 2018시즌 두산 1군 메인 타격코치를 맡은 뒤 2019시즌 전 친정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코치로 임명됐다. 조성환 코치는 2018시즌 두산 1군 메인 수비코치를 맡아 2020시즌까지 지도한 뒤 2021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 1군 수비코치로 임명됐다)

좋은 지도자는 없을 때 찾아뵙고 싶은 지도자가 아닐까요. 몸이 멀어져도 더 생각나는 지도자가 고토 코치님과 조성환 코치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성환 코치님은 레전드 출신이신데도 그런 걸 다 내려놓고 큰형님처럼 선수들을 다 품어주셨습니다. 고토 코치님도 기상과 동시에 선수 타격 영상을 볼 정도로 열정적인 지도자시고요. 언젠가 두 분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려고요.

- "내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가장 기뻐해주고 슬퍼해줄 사람은 가족, 오랫동안 주전으로 야구하면서 보답하고 싶다." -

허경민은 자신의 뒤에서 언제나 든든하게 응원을 보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허경민은 자신의 뒤에서 언제나 든든하게 응원을 보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야구 선수로서 FA는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또 다른 효도일 수 있습니다. ‘아들 허경민’으로서 본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사실 부모님께서는 크게 내색은 안 하셨습니다. 그런데 두산 잔류 결정 소식을 전해드리니까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두산과 팬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온 것 같이 느꼈다’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잔류 선택이 더 옳았다는 걸 느꼈죠. 사실 저는 FA 계약도 그렇지만, 다른 선물로 더 큰 효도를 해드리고 싶어요.

어떤 선물일까요.

더 오랫동안 주전으로 야구장에서 뛰는 걸 보여드리는 선물입니다. 단순히 돈만 보고 부모님이 야구를 시킨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오랫동안 하는 걸 더 원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야 부모님 어깨에도 계속 더 힘이 들어가시지 않을까요(웃음).

건강하게 오랫동안 야구하는 게 가장 큰 효도겠습니다.

제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누구보다도 가장 기뻐하고 슬퍼할 사람은 가족들입니다. 그래서 광주 원정을 갈 때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듯싶어요. 또 광주 원정을 마치고 다시 올라갈 때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죠. 부모님뿐만 아니라 야구 선수 형제로 고생한 형한테도 고맙고 미안하고요. 안주하지 않고 노력해서 더 효도하는 아들 허경민이 되겠습니다.

‘남편 허경민’으로서 아내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빼면 안 되겠습니다.

야구선수 남편 때문에 아내가 많은 걸 희생해야 하는데 그걸 이해해주니까 고마울 뿐입니다. 또 아내가 야구장에 오면 더 잘하고 싶고 힘이 나요. 앞으로도 남편 허경민으로 야구를 더 잘하는 걸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고요.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라 잘 견뎌주는 듯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빠 허경민’으로서 바라는 소망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딸이 나이가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중에 조금 더 커서 TV에 아빠가 나오면 알아보고 말하는 순간이 뭉클하다고 말하더라고요. 또 (김)재호 형을 보면 야구장에 자녀들이 와서 아빠라고 알아보고 응원하는 게 부러웠어요. 저도 제 딸이 야구장에서 아빠를 알아보고 외칠 때까지 야구를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얼른 야구장에서 같이 뛰어다닐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 두산 팬들에게 변하지 않을 허경민을 약속하다 "7년 동안 사랑 되돌려드리겠다." -

유니폼에 흙을 묻히며 호수비를 보여주는 허경민 특유의 허슬 플레이. 허경민은 은퇴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했다(사진=두산)
유니폼에 흙을 묻히며 호수비를 보여주는 허경민 특유의 허슬 플레이. 허경민은 은퇴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약속했다(사진=두산)

마지막으로 ‘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허경민 선수의 ‘7년 계약’에 누구보다 버선발로 뛰어나온 사람들이 두산 팬들이니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허경민을 향한 두산 팬들의 사랑이 대단합니다.

팬들로부터 외모가 아닌 마음으로 사랑받고 있으니까 그게 ‘찐’사랑이 아닐까요(웃음). 외모는 시간이 흐르고, 장가를 가면 끝납니다. 마음으로 사랑해주시는 게 정말 감사한 거죠.

혹시 어떤 친구를 저격하는 건 아닌가요(웃음).

아직도 자신이 잠실 아이돌인지 아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싶습니다(웃음). 개인적으로 그 친구가 잘생겼는지 모르겠는데 어릴 때 이미지를 너무 우려먹고 있지 않나 싶어요. 이제 (박)치국이가 잠실 아이돌이고, 그 친구는 ‘잠실 중년돌’이죠.(웃음) 더 늙기 전에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디스’는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웃음). 두산 팬들에게 진짜 새해 인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두산 팬들에게 약속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어릴 때 그 간절했던 플레이를 보여준 허경민과 비교해 앞으로도 변함없는 허경민을 보여드리겠단 약속입니다. 그리고 2021년 두산이 약해졌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계속 두산이 강팀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팀 동료들과 함께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은 7년 동안 지금까지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꼭 되돌려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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