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뒤 현역 은퇴 예고한 LG 베테랑 포수 이성우

-2008년 27세로 늦깎이 데뷔…역대 39번째 만 40세 현역 선수로

-2018시즌 뒤 SK에서 방출돼 은퇴 갈림길…LG 입단해 달라진 운명

-“지난해 못한 우승 이루고 팬들과 최고의 행복 만끽하고 싶어”

LG 트윈스의 든든한 베테랑 포수 이성우(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LG 트윈스의 든든한 베테랑 포수 이성우(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다. 스스로 야구 인생을 행복하게 정리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작년에 못 한 우승 목표를 이뤄 팬들과 함께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LG 트윈스 베테랑 포수 이성우가 올 시즌 뒤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성우는 구단을 통해 2021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00년 육성선수로 시작해 22년간 가늘고도 길게 이어진 프로야구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온다.

“처음 입단했던 팀 LG에서 마지막 장식하고 싶다” 이성우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이성우는 올해 만 40세 시즌을 맞는다(사진=LG)
이성우는 올해 만 40세 시즌을 맞는다(사진=LG)

1981년생인 이성우는 올해 만 40세 시즌을 맞이한다. 역대 KBO리그에서 만 40세 이후 1군 기록을 남긴 선수는 단 38명뿐. 포수로는 김동수, 진갑용, 박경완, 조인성 등 전설적인 선수들만이 마흔 살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사실 프로 경력 초기만 해도 이성우가 지금까지 야구를 계속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첫 소속팀 LG에서 방출당하고, 두 번째 팀 SK에서도 방출당했다. 2008년 KIA에서 나이 27세에 뒤늦게 1군에 데뷔했지만, 이후 1-2군을 오르내리는 백업 포수 역할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언제 예고 없이 선수 경력이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입지였지만, 이성우는 특유의 성실성과 안정적인 수비로 1군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보했다. 2018년엔 SK에서 만 37세에 생애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고, 2019년엔 친정 LG로 돌아와 주전 포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2년 전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성우는 LG에서 출발해 다시 LG로 돌아온 자신의 여정을 ‘은퇴 투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프로 인생 처음으로 입단한 LG에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란 바람을 전했다. 이성우의 바람은 올 시즌 현실이 될 전망이다. 그는 “2017년부터 매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란 말로 끝을 예감했다.

“스스로 야구 인생을 행복하게 정리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단 하나 소망이 있다면 우리 후배들이 좋은 포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선배로서 손뼉을 쳐주면서 마무리를 하고 싶다. 그리고 팬들과 후배들에게 야구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개인 훈련 중인 이성우(사진=LG)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개인 훈련 중인 이성우(사진=LG)

어쩌면 이성우의 선수 생활은 2018시즌을 끝으로 쓸쓸하게 마무리될 수도 있었다. 2018시즌 뒤 SK에서 방출당해 은퇴 갈림길에 섰을 때 LG에서 손을 내밀면서 현역 생활을 3년 더 연장할 수 있었다. 방출로 인한 강제 은퇴가 아닌, 스스로 은퇴 시기를 선택하는 특권이 주어졌다. 이성우도 “은퇴로 고민할 때 손을 잡아 준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 처음 입단했던 LG에서 은퇴할 수 있어 정말 감회가 새롭다”며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이성우는 “지금까지 여러 팀을 많이 옮겨 다니며 야구를 했는데 LG에서의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의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 내내 못해본 온갖 새로운 경험을 LG에 와서 했다. 통산 홈런 7개 중의 3개를 지난 시즌에 날렸다. 데뷔 첫 만루홈런도 LG에서 때렸다.

이성우는 “사실 나는 수비 백업 선수이고 타격에 대한 재능도 자신감도 없었다”며 “작년 전지훈련 때 야구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박)용택이 형에게 타격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훈련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정말 감사드린다. 좀 일찍 조언을 구할 걸 그랬다”라고 감사를 표현했다.

5월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기록한 첫 만루홈런에 대해선 “인기 구단에서 야구를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며 “이미 점수 차이가 크게 났고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영광스럽게도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인터뷰를 많이 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당시의 벅찬 감정을 떠올렸다.

이성우는 지난 시즌 뒤 박용택의 은퇴로 LG 팀 내 최고령 선수가 됐다. LG는 이성우의 풍부한 경험과 야구를 대하는 성실한 태도가 후배 선수들, 특히 젊은 포수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성우는 “선배로서 나이만 많지 커리어면에서 미약하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는 것이 민망하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는 “우리 팀에는 정말 좋은 포수들이 많다”며 “박재욱이, 김재성이, 김기연이는 내가 가지지 못한 훌륭한 재능을 가진 포수들이다. 계속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의 장점을 믿고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선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후배들에게 힘을 실었다.

최고참으로서 역할에 대해서도 “주장인 김현수가 워낙 팀을 잘 이끌어 가고 있다”며 “현수가 우리 팀을 최고의 팀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려 한다”는 말로 겸허한 자세를 유지했다.

“작년에 못 한 우승 이루고 팬들과 최고의 행복 만끽하고 싶다”

자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이성우(사진=LG)
자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이성우(사진=LG)

현재 이성우는 고향 광주에서 마지막 시즌을 준비 중이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며 “체중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고 항상 해오던 루틴으로 운동을 하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가 불혹에 접어드니까 예전 같지는 않지만, 컨디셔닝 파트에서 짜준 프로그램에 따라 보강 운동과 웨이트 운동을 하며 잘 준비하고 있다.” 이성우의 말이다.

시즌 중엔 가족을 광주에 두고 혼자 서울에서 지내는 이성우에게 겨울 오프시즌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는 “시즌 중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늘 가슴이 아픈데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말로 가족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성우는 “떨어져 있으면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며 외롭게 지낸 아내와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있다. 아내에게 그동안 고생이 많았고 항상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아내에게 감사를 전했다.

또 두 자녀를 향해서는 “아이들과 자주 못 보고 놀아주지 못해서 아빠가 야구선수를 안 하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TV에 나오는 아빠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있어 올해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올해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 하고 친구 같은 아빠로 돌아가 그동안 못했던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 주겠다. 사랑하고 항상 미안하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2년 전 인터뷰에서 이성우는 ‘가장 바라는 선수 생활 마지막 장면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현역 생활을 할 때 LG에서 우승 반지를 하나 더 끼고 싶다. 그게 내 야구 인생 마지막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때 목표는 지금도 변함없이 그대로다.

이성우는 “작년에 팬들에게 약속드린 목표인 우승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며 “올해는 꼭 우리 선수들이 김현수 주장을 필두로 더욱 노력해서 그 목표를 이루고 팬들과 함께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LG에서 보낸 인생 최고의 시간, 마지막 장면을 ‘LG 우승’으로 장식하는 게 이성우의 바람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