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의 마술사, 북일고 레전드 이상군 감독…북일고 야구부 감독 부임

-1980년 북일고 창단 첫 우승 주역…명문 재건 사명 안고 모교 복귀

-최근 6년간 침체 빠진 야구부…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야구부 재건 목표

-“내야 수비와 폭넓은 마운드 운영이 중요...좋은 선수 많이 기대된다”

이상군 북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상군 북일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천안]

“40년 만에 모교에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네요. 북일하면 야구 명문 아닙니까. 한동안 침체된 기간이 있었지만 다시 올라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원조 북일고 에이스 이상군이 돌아왔다. 40년 전 신생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었던 특급 에이스가 이제는 야구부 재건의 사명을 안고 사령탑에 올랐다. 북일고 야구장에서 만난 이상군 감독은 “모교라서 더 어깨가 무겁다”며 특유의 푸근한 미소를 보였다.

이 감독은 지난해 11월 14일 북일고 사령탑에 임명됐다.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야구부를 살려보자는 학교 재단의 의지가 이 감독을 다시 모교로 불렀다. 한화 이글스 야구단에서도 그룹 재단에 이 감독을 적극 추천했다. 코치부터 프런트, 스카우트, 감독대행까지 다양한 역할을 경험하고 인품까지 뛰어난 이 감독이 야구부 재건의 적임자라는 판단이었다.

북일고 야구부는 최근 침체기였다. 2014년 전국체육대회 우승을 마지막으로 최근 6년 동안 전국 무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전국대회 4강 이상 성적을 낸 건 2018년 봉황대기 준우승이 유일했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학교 상대로 5회 콜드게임으로 지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실제 와서 보니 좋은 선수가 많다”며 희망적인 면을 봤다. “괜찮은 투수도 많고, 야수진도 좋다. 지난해 봉황대기 같은 경우 다른 학교는 다 3학년 선수가 뛰는데 우리는 1, 2학년 선수들로 경기하지 않았나. 그 선수들이 올해 2, 3학년이 된다.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감독의 말이다.

“연고지 기술고문, 스카우트 경험이 고교야구 감독하는 데 큰 도움 될 것”

북일고 선수들의 훈련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북일고 선수들의 훈련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상군 감독은 북일고와 이글스 야구의 전설적인 존재다. 청주중학교 시절부터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막 야구부를 창단한 한화 재단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상군에게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당시 나와 동기들은 야구부 2기였다. 그 위로는 김진욱 선배(전 KT 감독) 등 1기가 있었고, 입학했을 때는 3학년이 없었다.”

이 감독이 3학년 되던 해(1980년) 북일고는 창단 이후 처음 전국 무대 정상에 올랐다. 그해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배재고를 꺾고 우승기를 들어 올렸다. 이 감독은 결승전 무실점 역투로 대회 최우수 투수상을 받았다. 이 우승을 시작으로 북일은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고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신흥 야구 명문으로 떠올랐다.

현역 시절 이 감독은 ‘컨트롤의 마술사’로 통했다. 타자가 바깥쪽 공을 노리고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으면, 몸쪽에 붙이는 대신 오히려 바깥쪽 꽉 찬 공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낼 정도로 제구에 자신이 있었다. “선수들이 내게 와서 ‘감독님, 48이닝 연속 무4사구 기록 정말 대단합니다’ ‘한 시즌 22완투를 어떻게 하셨어요?’라고 물어보더라. 자기들끼리 인터넷에서 기록을 찾아본 것 같던데, 쑥스러워서…” 이 감독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온화하고 겸허한 성품으로 야구계에서 ‘적이 없는 사람’으로 통하는 이 감독이다. 그러나 손자뻘 어린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이 감독은 “옛날 우리 고교 시절엔 헝그리 정신으로 버텼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체벌이 안 되는 건 물론이고, 지도자들은 작은 언행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지도자가 공부하지 않으면 프로는커녕 아마추어에서도 버티기 어렵다. 지도자도 공부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다행히 한화에서 보낸 마지막 3년간 스카우트와 연고지 기술고문을 맡으면서 고교야구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이 감독은 “프로에만 오래 있다 보니 눈높이가 프로 수준에 맞춰져 있었는데, 최근 3년간 고교야구 현장에서 보고 들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 앞으로 감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군 감독 “거포 박찬혁 비롯해 좋은 선수 많아…재미있을 것 같다”

감독실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이상군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감독실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이상군 감독(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상군 감독이 부임한 뒤 북일고 야구부엔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이 감독은 “선수 스카우트에 공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야구부에서 선수를 ‘공개 테스트’ 방식으로 선발했다. 좋은 선수는 이미 다 다른 학교로 진학한 뒤 남은 선수 중에서 선발하다 보니 전력을 꾸리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학교 측에 ‘다시 스카우트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올해부터 선수 수급 방식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 감독의 말이다.

코칭스태프는 기존 신경현, 양승학 코치에 새 투수코치로 안병원 전 원주고 감독을 영입했다. 안 코치는 태평양, 현대에서 우완 에이스로 활약하다 은퇴 후 오랫동안 강원도 원주고 감독을 맡았다. 이 감독은 “한화 기술자문을 하며 처음 만났는데 성실하고 열정이 있는 지도자다. 감독을 하다 코치로 온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닐 텐데, 흔쾌히 응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 감독은 내야 수비와 투수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교야구에선 내야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지면서 순식간에 경기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탄탄한 내야 수비가 중요하다. 1루수와 3루수를 라인 쪽에 배치해 장타를 막고, 수비 강화에 신경 쓰겠다.” 이 감독의 말이다.

투구 수 제한 제도에 맞춰 투수진을 폭넓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감독은 “고교야구를 지켜보니 잘 던지는 투수를 다음 날 경기를 생각해서 교체했다가 승패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투수를 여러 명 준비할 생각”이라 밝혔다.

“기존 1, 2학년 선수 중에 게임 운영 잘하고 제구력 좋은 투수들이 여럿 있다. 5명 정도 실전용 투수들을 준비해서 폭넓게 기용할 생각이다. 타선도 올해 3학년이 되는 파워히터 박찬혁을 비롯해 포수, 2루수, 중견수 등 센터라인에 좋은 선수들이 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멤버다.”

이 감독은 “저를 감독으로 불러주신 학교에 감사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을 바라봤다. 40년 후배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가에서 시작해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대가 됩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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