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선 무관, NPB에서 우승 반지 끼었던 김태균

-“마린스 멤버가 아주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우승. 야구는 참 알다가도 모를 게임”

-“한국은 지면 라커룸이 북적, 일본은 지면 서로 빨리 야구장 빠져나가. 차이는…”

-“제2의 인생도 내 스타일대로 ‘김태균답게’ 살고 싶다”

-“팬 여러분이 제게 한화였고, 야구였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엠스플뉴스]

야구공을 처음 손에 잡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올 시즌까지, 30년 야구 인생 내내 김태균은 쉼 없이 달려왔다.

김태균은 “나는 천재형 선수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했다. 학교 훈련이 끝나고서 아버지와 함께 배트를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프로 입단 뒤에도 독하게 훈련해 데뷔 시즌 신인왕에 올랐다. 그리고 프로야구 사상 유일한 '300홈런·2000안타 우타자'로 KBO리그사에 이름을 남겼다.

“남들은 다 은퇴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던데, 난 다르다. 오히려 후련한 마음이다.” 김태균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며 “조금의 후회도 없다”고 자신했다. 늘 최선을 다했고, 능력 이상의 성적을 올렸고, 팬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기에 아쉬움은 없다. 앞으로 펼쳐질 제2의 인생도 지금껏 해온 대로 김태균답게 헤쳐나갈 각오다.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김태균을 엠스플뉴스가 만나 인터뷰했다. 오랫동안 짊어진 짐을 내려놔서 그런지 표정은 밝았고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우리 한화’와 ‘우리 후배들’ 그리고 ‘한화 팬’이었다.

[1편] 논두렁 연습장, 옥상 배팅장…아버지의 열성이 김태균을 키웠다

[2편] 김태균을 대스타로 이끈 이정훈의 약속 “넌 내가 책임진다. 우리 2군 가서 죽어보자”

[3편] “내가 똑딱이? 팬이 그렇다면 그런 것”…유일한 ‘2,000안타+300홈런 우타자’ 김태균의 생각

“롯데 마린스, 강한 멤버도 아닌데 우승까지…야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말 돌리지 않고 묻겠다. 한화 이글스는 무엇이 문제인가. 왜 이리 잘하기가 힘든 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으음, 진짜 어려운 질문이다. 정말 뭘까. (잠시 말을 멈췄다가) 실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보는 사람도 답답한데, 안에 있는 사람 마음은 더 답답할지 싶다.

나도 정말 별짓을 다 해봤다. 팀을 어떻게든 잘 되게 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악역도 해보고, 쏘아대기도 해보고, 달래도 보고, 온갖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 뭐가 답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정답이 없는 게 야구라지만.

맞는 말이다. 야구, 참 쉽지 않다. 멤버가 좋다고 꼭 우승하는 것도 아니고, 팀 분위기가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한화 팬들께 우승을 선물하겠다고 그렇게 약속했는데, 결국 한 번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한화에서 못한 우승을 일본프로야구 치바 롯데 마린스에서 경험했다.

사실 내가 입단하기 전 마린스는 퍼시픽리그 최하위권이었다(6개 팀 중 5위). 그런데 내가 합류한 첫해 재팬시리즈 우승팀으로 올라섰다. 나 말고 멤버 대부분이 전년도 그 멤버였다. 외국인 선수들이 잘해주고, 한번 분위기를 타니까 우승까지 차지했다.

우승팀 분위기, 어떤 게 특별한가.

이기면 팀 분위기가 좋은 건 당연하다. 내가 인상 깊게 본 건 팀이 졌을 때다. 진 날엔 경기 끝나자마자 선수들이 한 명도 남지 않고 싹 빠져나간다. 보통 우리 프로야구에선 진 날엔 선수들이 남아서 운동하거나, 치료받거나 하면서 라커룸이 북적북적하다. 마린스는 완전 반대인 게 참 신기했다(웃음). 그래 하루는 팀 동료에게 물어봤다.

뭘?

왜 지면 후다닥 야구장을 빠져나가냐고.

뭐라던가.

야구장에 남아 있으면 서로 누가 실수해서 졌다, 뭐 때문에 졌다는 식으로 좋지 않은 점을 얘기하게 마련이다. 그럼 팀 분위기가 망가진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마린스는 팀 분위기가 항상 좋았다. 질 것 같은데 결국엔 이기는 경기가 자주 나왔다. 누군가 승리를 책임지는 사람이 계속 나타났다. 오늘은 저 선수가, 내일은 다른 선수가 나와서 영웅이 됐다. 계속 이기다 보니 어느새 믿음이 생겼다. 누가 나가도 잘할 것 같고, 어떤 투수가 나가도 막아줄 것 같았다. 지고 있어도 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해 롯데 마린스의 재팬시리즈 우승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했다.

마린스가 전반기 1위를 달리다 후반기 부진하면서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여기엔 후반기에 부진했던 내 책임도 있다. 그런데 클라이맥스 시리즈(CS)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세이부 라이온스를 2연승으로 제쳤고, CS 파이널에서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1승 3패로 몰렸다가 내리 3연승으로 시리즈를 뒤집었다. 결국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재팬시리즈 7차전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프로야구 사상 3위 팀이 재팬시리즈에서 우승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마린스 멤버가 특출하게 좋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승까지 했으니, 참 야구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작 한화는 리그 최고 투수 류현진, 최고 타자 김태균을 보유하고도 우승하지 못했다.

아쉽다, 정말 아쉽다. 그래도 (류)현진이가 언젠가 다시 한화로 돌아오면 그때는 다를 거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류현진이 다시 돌아올 때, 그때 되면 한화가 강팀이 될까.

현진이가 오면 또 달라질 거다. 비록 나는 우승을 못 했지만, 내가 못한 걸 현진이가 해주면 되지. 현진이가 와서 후배들 잘 이끌어 우승하면 되지 않을까. 워낙 성격도 좋고 선후배 잘 챙기는 친구니까,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제2의 인생도 김태균답게, 김태균 스타일대로!”

'한화'란 팀은 김태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내 청춘, 내 좋은 시절을 다 바친 곳이다. 그 의미를 말로 어떻게 설명할까.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정말 좋아하는 대상은 왜 좋아하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법이다.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 충청도 사람이고,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팀이 한화였고, 천안에서 태어나 북일고를 다녔고, 당연히 한화에 들어가는 걸 인생 목표로 살아왔다. 한화에 와서 좋은 선후배와 지도자를 만났고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화 선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구단에서도 내가 어릴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좋은 대우를 해주셨다. '한화'라는 두 글자를 떠올리면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30년 동안 야구선수로 살아왔다. 지금도 여전히 야구가 좋은가.

(잠시 생각한 뒤) 솔직히 말씀드리면, 난 야구가 좋아서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런가. 의외다.

처음 시작할 때 야구의 ‘야’자도 모른 채 시작했다. 야구를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이게 내가 가야 할 길’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그후 앞으로 나는 야구선수로 살아야 한다, 나는 야구를 해서 먹고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야구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다.

이해가 된다.

물론 야구는 매력적인 운동이다. 팬들의 환호, 내가 뭔가를 해냈을 때 관중석에서 나오는 함성 같은 데서 매력을 느낀다. 좋은 시즌을 보내고 쉬는 동안 느끼는 성취감, 만족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야구 없이는 죽어도 못 살겠다거나, 야구가 미친 듯이 좋다거나 하는 종류의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참 희한하죠?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웃음).

사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 거다.

그래선지 남들은 다 은퇴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하는데 난 후련한 마음이다. 정말 20년 동안 후회 없이 야구했다. 누구 못지않게 노력했고, 내 능력 이상의 성적도 거뒀다. 분에 넘치는 팬들의 사랑도 받았다. 그래서 난 만족한다.

앞으로 제2의 인생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생각인가.

30년 동안 야구만 했다. 너무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팠다. 그러다 보니 내 나이대 보통 사람들보다 지식도 사회생활 경험도 부족하다.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다. 야구 외에 뭔가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싶다. 자동차와 온라인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방송을 해볼 생각도 있다.

해설위원 데뷔, 잘 준비 중인가.

야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많으니까, 내 경험을 새롭게 배운 것들과 접목해서 알기 쉽게 전달하는 해설자가 되고 싶다. 해설을 잘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선배들에게도 배우고, 필요하면 학원도 다닐 거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스포츠 심리학도 공부할 계획이다.

앞으로 만들어갈 제2의 인생이 기대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나. 야구 해설도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멈추지 않고 경험하고, 배우고, 노력해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 가겠다. 지금까지 야구선수로 그랬던 것처럼, 제2의 인생도 내 스타일대로 ‘김태균답게’ 살고 싶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야구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러분이 제게 한화였고, 야구였음을 말씀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1편] 논두렁 연습장, 옥상 배팅장…아버지의 열성이 김태균을 키웠다

[2편] 김태균을 대스타로 이끈 이정훈의 약속 “넌 내가 책임진다. 우리 2군 가서 죽어보자”

[3편] “내가 똑딱이? 팬이 그렇다면 그런 것”…유일한 ‘2,000안타+300홈런 우타자’ 김태균의 생각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