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주역 롯데, 야수진과 선발투수진 폭풍 영입

-불펜 쪽엔 별다른 외부 영입 없어…승률 끌어올리려면 반드시 필요한 불펜 강화

-마무리 김원중 카드, 기존 박진형과 오현택 반등도 기대

-지성준 영입, 정보근 성장…롯데 불펜진 스플리터 위력 높인다

2020시즌 롯데 마무리투수 후보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2020시즌 롯데 마무리투수 후보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드림즈’가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역이라면, 롯데 자이언츠는 현실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이다. 트레이드를 통한 포수 영입을 신호탄으로 거물급 외국인 선수 영입,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내부 FA 계약까지 올겨울 숨가쁘게 달려온 롯데다.

지금까지 롯데의 프로세스는 야수진 물갈이를 통한 수비 강화와 선발투수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세계 최약체였던 포수 수비와 키스톤 콤비, 외야 수비 라인을 확 바꿨다. ‘우리는 야구를 못해요’ 수비진이 단숨에 평균 이상의 수비진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현역 빅리거 출신 외국인 투수와 노경은 영입으로 선발진을 강화했다. ‘런 프리벤션’ 측면에서 지난해와 확 달라진 롯데를 기대하게 한다.

그런데 전방위적 프로세스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큰 변화가 없는 영역이 남아있다. 아직 이렇다할 외부 영입이나 변화가 없는 롯데 불펜이다. 분명 불펜진도 지난해 롯데의 100만 스무가지 약점 중에 하나였다. 불펜 평균자책 9위(4.67), 홀드 9위(47개), 세이브 최소(16개), 구원이 추가한 승리확률(WPA) 꼴찌(-6.36)까지 모든 면에서 하위권이었다.

그뿐인가. 7회말까지 앞선 경기 승률 꼴찌(0.875), 8회말까지 앞선 경기 승률 꼴찌(0.915)도 롯데의 차지였다. 1점차 경기 승률도 0.333로 롯데가 제일 낮았고, 끝내기 패배(8패)도 롯데가 가장 많았다.

다 된 강팀 프로세스에 코를 빠뜨리지 않으려면, 불펜 쪽에도 뭔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롯데의 계획은 무엇일까.

마무리 김원중 카드, 셋업맨 박진형-오현택 반등 기대

올시즌 반등을 노리는 구승민. 위력적인 포크볼이 주무기다(사진=엠스플뉴스)
올시즌 반등을 노리는 구승민. 위력적인 포크볼이 주무기다(사진=엠스플뉴스)

현재까지 롯데의 움직임을 보면 불펜은 외부 영입보다 기존 자원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성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불펜 안정의 첫 단추는 마무리다. 지난 시즌 후반 불펜에서 좋은 투구를 보여준 김원중이 불펜으로 이동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물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면서 허문회 감독이 결정할 부분이지만, 일단 김원중도 새 시즌 마무리투수 후보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 명분도 있다. 선발투수로 3년 연속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벽에 부딪혔다. 팀을 위해서나 선수 본인을 위해서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무리투수로 성공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해 후반기 불펜으로 나온 11경기 가운데 두산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12.1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호투했다. 선발투수로 평균 143km/h를 기록한 김원중의 속구는 짧은 이닝을 던질 때 더 위력적일 수 있다. 스트라이크 위주의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도 마무리와 잘 어울린다.

셋업맨 후보로는 구승민과 진명호가 있다. 지난해 임시 마무리를 맡기도 했던 구승민은 150km/h에 가까운 강속구와 위력적인 포크볼을 던진다. 9이닝당 10개가 넘는 탈삼진 능력도 갖췄다. 2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한 진명호도 힘있는 속구와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던지는 까다로운 투수다. 불안했던 제구도 투구폼을 수정한 뒤 한결 나아졌다.

박진형과 오현택의 반등도 기대 요소다. 2017년 롯데 불펜의 핵심 요원이었던 박진형은 어깨 부상으로 최근 두 시즌 부진했다. 역회전성 포크볼의 위력이 워낙 뛰어나 좌타자 상대로 자신있는 승부를 한다. 2017시즌의 좋았던 감을 되찾는다면 셋업맨 역할도 충분하다.

2018시즌 72경기 등판 후유증을 혹독하게 겪은 오현택도 올 시즌 건강한 몸으로 많은 경기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오현택은 가을캠프부터 전설적 잠수함 투수 출신 조웅천 코치와 함께 스플리터성 변화구를 연마했다. 우타자 상대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투수인 만큼, 좌타자까지 공략할 수 있다면 롯데 불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달라진 롯데 포수진, 불펜투수들의 스플리터 위력도 UP

오현택은 올 시즌 스플리터성 변화구를 새로 장착했다(사진=엠스플뉴스)
오현택은 올 시즌 스플리터성 변화구를 새로 장착했다(사진=엠스플뉴스)

롱릴리프 요원으론 지난 시즌 ‘오프너’ 역할을 했던 박시영과 김건국이 대기 중이다. 박시영은 지난해 불펜에서 43이닝 동안 삼진 42개를 잡아내고 평균자책 3.56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6월 한달은 12이닝 무실점으로 언터처블. 140km/h 중후반대 빠른 볼과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레퍼토리가 다양해 2이닝 이상을 맡길 수 있는 투수다.

김건국도 140km/h 후반대 빠른 볼과 다채로운 구종이 장점이다. 후반기 18경기에서 평균자책 1.95로 거의 나라를 세울 듯한 호투를 펼쳤다. 마지막 14경기에서 김건국이 내준 점수는 딱 1점. 선발투수진에 무슨 일이 생기면 허문회 감독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선수가 박시영과 김건국이다.

노장 송승준, 장원삼도 올해가 마지막이란 각오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둘 다 1군 선수 최저연봉인 5천만 원에 롯데와 사인했다. 돈도 자존심도 버리고, 선수 생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가자미’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시즌 제한적인 기회 속에서도 여전한 경쟁력을 보여준 송승준이 불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좌완투수로는 정태승과 상무야구단에서 돌아온 김유영이 있다. 정태승은 최근 호주 질롱코리아에서 몰라보게 좋아진 구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유영도 투구폼에 변화를 준 뒤 제구와 구위가 좋아졌다는 평가. 상무 입대 전에도 좌타자 상대로는 경쟁력이 있었던 투수인 만큼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사실 롯데는 스플리터-포크볼러가 많아 좌타자 스페셜리스트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팀이다. 롯데 관계자는 우투수들도 충분히 좌타자를 잘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좌투수는 그 존재만으로도 경기 후반 상대 대타 기용, 타순 구성, 대수비와 대주자 기용에 변화를 줄 수 있어 가치있는 존재다.

아직 미계약 상태인 FA 손승락과 고효준이 극적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30대 후반이지만 손승락은 여전히 위력적인 속구와 커터를 던지는 투수다. 마무리는 몰라도 7회 이후를 막아낼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 마무리 김원중 카드가 여의치 않을 때는 대체 마무리 역할도 가능하다. 고효준도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 쓰임새가 있다.

주전 포수 교체도 롯데 불펜진에 반가운 소식이다. 김원중, 구승민, 박진형, 박시영은 스플리터가 주무기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 포수진은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받아내지 못했고, 리그 최다 폭투와 포수 패스드볼을 기록했다. 투수 입장에서는 포크볼을 자신있게 던지기 힘든 환경이었다. 롯데 사정에 밝은 베테랑 선수는 폭투가 나오면 안 된다고 의식한 채 포크볼을 던지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밋밋한 공이 되게 마련이라 했다.

새로 합류한 지성준의 포구와 블로킹 능력은 기존 롯데 포수진보다 한 수 위란 평가다. 지난 시즌 후반 모습을 보인 정보근도 수준급 블로킹 능력을 자랑한다. 롯데 불펜진이 주무기 스플리터를 보다 강하게, 자신있게 던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불펜이 업그레이드되는 효과가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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