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도전자’ 위치에서 맞이한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최근 2년간 준우승으로 강해진 두산의 우승 열망
-두산이 1차전부터 보여준 수비 집중력과 강한 승부수
-가을 DNA를 지닌 팀에 더해진 목마름 “이번엔 반드시 우승!”

오재일이 한국시리즈 1차전 끝내기 안타를 친 뒤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사진=두산)
오재일이 한국시리즈 1차전 끝내기 안타를 친 뒤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사진=두산)

[엠스플뉴스]

저희도 도전자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시리즈 시작 전 두산 베어스 선수들은 ‘도전’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냈다. 가을 DNA를 발휘한 극적인 정규시즌 우승으로 기다리는 위치였지만, 최근 2년간 겪은 준우승의 아픔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목마름이 더 강해지도록 했다.

한국시리즈 상대인 키움 히어로즈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의 팀이었다. 어쩌면 역대 3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팀들 가운데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받은 팀일 수 있다. 키움이 플레이오프를 3차전 만에 끝낸 뒤 4일 휴식을 취했기에 두산 벤치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두 번의 준우승으로 우승 갈증이 더 강해진 두산

두산 투수 유희관은 최근 2년간 준우승 과정에서 부담 아닌 부담을 선수들이 느꼈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투수 유희관은 최근 2년간 준우승 과정에서 부담 아닌 부담을 선수들이 느꼈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그래도 두산 선수들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관록’을 보여주겠다며 강한 각오를 다졌다. 두산 투수 유희관은 최근 2년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는데 아무래도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 같은 말이 주변에서 나와 다들 부담 아닌 부담을 느낀 듯싶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문학구장보다 고척돔에서 부담이 덜해 내심 키움이 올라오길 기다렸다며 미소 지었다.

베테랑 내야수 김재호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정말 잘하고 싶다는 말을 대뜸 꺼냈다. 김재호는 최근 2년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경험했는데 이번엔 그 아픔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 더 크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떨리는 마음도 있다. 다들 한마음으로 팀 승리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첫해 5년 만의 한국시리즈를 경험하는 투수 권 혁도 우승반지를 향한 열망을 강하게 내비쳤다. 권 혁은 우승은 몇 번을 해도 정말 좋은 거다.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어쩌면 나에게 마지막 한국시리즈가 될 수도 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예전과 마음가짐이 다르다며 고갤 끄덕였다.

선수들 못지않게 사령탑의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최근 2년 연속 준우승을 겪었기에 세 번째 우승 도전이 신경 쓰인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선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며 “재계약이 걸린 만큼 이번 우승 여부에 따라 계약 규모가 달라진다(웃음)며 김 감독 특유의 농담과 함께 승부욕을 내비쳤다.

감독 퇴장과 오재일의 끝내기, 승부수를 던질 줄 아는 두산

김태형 감독 퇴장 뒤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바로 나왔다. 끝내기 안타 상황에서 선행 주자 추월과 관련한 키움의 항의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나왔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태형 감독 퇴장 뒤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바로 나왔다. 끝내기 안타 상황에서 선행 주자 추월과 관련한 키움의 항의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나왔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첫 경기 결과에 시리즈 향방이 걸려 있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4.3%(35차례 가운데 26번 우승)에 달한다. 두산 선수들은 “1차전부터 키움의 상승세를 꺾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차전 승부가 갈린 지점은 ‘수비’였다. 두산은 경기 초반부터 연이은 호수비를 선보이며 키움 타선의 흐름을 자주 끊었다. 하지만, 키움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며 연이은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 막판 겨우 동점으로 따라붙었지만, 9회 말 끝내기 허용의 빌미가 된 것도 유격수 김하성의 평범한 뜬공을 놓친 실책이었다.

두산은 흐름을 가져올 줄 아는 팀이었다. 스리피트 아웃과 감독 퇴장, 그리고 파울 홈런과 세 차례 비디오 판독이 나온 9회 말은 혼돈의 이닝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스리피트 아웃 관련 비디오 판독이 끝난 뒤 항의로 퇴장을 당했다. 역대 두 번째 한국시리즈 감독 퇴장(1호는 2009년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뒤 퇴장을 당할 줄 알고 나갔다. 그래도 그 상황에선 감독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감독이 행동으로 보여준 강력한 메시지는 두산 선수들에게 곧바로 스며들었다. 감독 퇴장 뒤 곧바로 끝내기 안타를 날린 오재일은 감독님의 퇴장을 보고 반드시 이 기회에서 끝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두산의 강한 액션, 우승 향한 열망 보여줬다

김재호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적시타를 날린 뒤 벤치를 향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평소와 다른 강한 액션이었다(사진=두산)
김재호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적시타를 날린 뒤 벤치를 향해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평소와 다른 강한 액션이었다(사진=두산)

평소 좀처럼 보기 힘든 김재호의 강한 ‘액션’도 두산의 우승 열망을 잘 보여준 그림이었다. 김재호는 이날 볼넷과 적시타 및 득점을 기록한 뒤 소리 지르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벤치를 가리키기도 했다. 상대 3루수 실책 때 과감하게 홈을 파고든 김재호의 주루는 경기 흐름을 뒤바꾼 장면이었다.

김재호는 경기 중반 오른쪽 종아리 근육 경련으로 교체됐을 정도로 간절한 마음에 최선을 다해 뛰었다. 베테랑의 갑작스러운 부상에도 두산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끝까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김재호는 경기 종료 뒤 후배들을 한 명씩 격려하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재호는 “부상 부위에 큰 문제는 없다”며 2차전 출전 열망을 보였다.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결과대로 경기 막판까지 따라잡는 강한 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두산의 집중력과 실력이 키움의 강한 기세를 끝내 꺾었다. 포수 박세혁은 직접 붙어보니까 키움이 역시 강한 팀이라고 느꼈다. 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는지 알겠다. 그래도 우리가 준비한 대로 잘 막으면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 상대 투수들의 구위도 살짝 떨어진 느낌이다. 물론 아직 1승이라 들뜨긴 이른 상황이다. 나부터 침착해지려고 노력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최근 2년 연속 준우승이라는 아픔은 두산 선수들을 한 단계 더 성숙하게 했다. 한국시리즈 준비 과정에서 들뜨거나 방심하지 않았기에 두산은 1차전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흐름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가을 DNA를 가진 팀이 우승을 향한 목마름까지 있다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 한국시리즈 1차전이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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