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코리아]

우승팀 포수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역대 KBO리그에서 ‘왕조’를 이룬 팀에는 반드시 뛰어난 주전 포수가 존재했다. 좋은 포수는 투수진의 능력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리고, 팀 전체를 탄탄하고 안정감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타격 실력까지 겸비했다면 금상첨화다. 과거 장채근, 김동수, 박경완 등이 그랬고 최근엔 양의지(NC 다이노스)가 최고의 포수로 두산의 왕조와 함께 했다.

지난해 고교야구는 대구고등학교 천하였다. 시즌 전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받던 대구고는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전국대회 우승 3회와 준우승 1회를 차지했다. 대구고 돌풍은 뛰어난 수비력과 조직력에서 비롯했다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2학년 포수 현원회의 공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3학년이 된 현원회는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 후보로 거론되는 대어급 포수 유망주다. 공격과 수비력이 모두 뛰어나 ‘고교야구의 양의지’란 평가를 받는다. 타석에서는 빼어난 장타력과 찬스에서 강한 집중력이 강점이다(8월 1일 대통령배 결승에서 보여준 '결승 3점 홈런'이 이를 증명한다). 수비에서는 블로킹과 도루저지, 포구 능력이 고루 뛰어나단 평가다. 여기에 특유의 사교성과 리더십까지 갖추고 있다.

‘제2의 양의지’를 꿈꾸는 현원회를 베이스볼코리아가 만나 올 시즌 각오와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손경호 감독님을 만난 건 내 야구 인생, 가장 큰 행운"

2018년은 그야말로 대구고의 해였습니다. 전국대회 우승 세 차례에 준우승도 한 차례 차지하며 고교 최강팀 자리에 올라섰는데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이후로 처음 해본 우승이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한 해였습니다. 저희 학교가 오랫동안 우승을 못해서 꼭 한 번은 제 손으로 이루고 싶었는데, 그 목표를 이룬 것 같아요.

많은 분이 대구고 돌풍의 주역으로 현원회 선수의 이름을 언급하더군요.

손경호 감독님 덕분입니다. 2학년인 저를 믿고 꾸준히경기에 출전시켜주셨어요. 덕분에 제겐 좋은 기회가 됐고요. 많이 부족했던 제게 무한 신뢰를 주셨죠. 저 또한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도 감독님이 주신 기회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 그리고 감사드릴 분이 더 있는데 좀 더 얘기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밤낮으로 고생하신 김태석, 차민규, 김장섭 코치님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대구고 동문 선배님들도 적극적인 후원을 해주셨고, 많은 관심을 주셔서 다른 학교 부럽지 않게 야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지금은 졸업한 3학년 선배들의 도움도 컸어요. 저를 후배라고 생각하기보단 한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줬어요. 그게 대구고의 가장 큰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사실 2018년 초만 해도 대구고에 대한 야구계 평가는 ‘다크호스’ 정도였습니다. 대구고가 기대치를 뛰어넘어 전국최강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수비의 안정감이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대구고는 화려한 플레이보단 탄탄한 기본기를 중심으로 잔실수를 최소화하는 경기를 했어요. 사실 우리 팀은 개개인의 개성이 강하지 않지만, 팀원들끼리 서로 잘 이해하고 한 팀으로서 유기적으로 움직였습니다. 또 손경호 감독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선수들을 강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축구 유망주, 야구를 만나다.

포수는 어쩌다 하게 된 건가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가을부터 야구를 시작했어요. 처음 맡은 포지션은 외야수였어요. 그러다 3학년 때부터포수 마스크를 쓰게 됐죠. 다른 친구들보다 덩치도 크고, 몸무게도 더 나가서 그런지 감독님이 제게 포수를 맡기시더라구요.

야구를 하기 전에는 촉망받는 축구 유망주였다고 들었습니다.

5살때부터 축구를 배웠어요. 또래 친구들보다 달리기도 훨씬 빨랐고, 힘도 좋았어요. 차범근 축구교실 소속으로 뛰었는데. 그만 둘 때 코치님이 저를 많이 붙잡으셨죠. ‘축구를 계속하면 나중에 국가대표도 가능하다’는 말씀도 하셨었죠(웃음). 지금은 스페인에 가있는 이강인 선수와도 어릴적에 자주 붙곤 했어요.

결과는 어땠나요.

저희가 더 많이 이겼죠(웃음).

축구와 야구에서 모두 두각을 드러낸 걸 보면, 운동능력은 타고난 것 같습니다.

달리기가 제일 빨랐을 땐 100m를 12초 후반대에 끊어본 적도 있어요. 지금도 이것저것 운동하는 걸 좋아해요. 훈련이 없는 날에는 학교 근처 앞산을 자주 오르곤 합니다.

현원회 "제2의 양의지가 되고 싶습니다."


아마야구계에선 벌써 ‘제 2의 양의지’로 큰 주목을받고 있습니다.

제겐 너무 과분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들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아직은 제가 많이 부족하죠. 물론 언젠가는 양의지 선배님처럼 되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타격폼 하나부터 작은 동작까지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닮고 싶은 건 어떤 부분입니까.

(큰 소리로) ’소통’이요! 양의지 선배님은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 최고지만, 특히 투수들과 소통하는 장면들을 보면 너무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쳐도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투수들을 다독이는 모습은 마치 '그라운드 위의 푸근한 어머니'를 연상시켰습니다.

타격에서도 양의지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예전엔 타석에서 무작정 강하게 치려고만 했어요. 그런데 양의지 선배님을 보면 타석에서 힘을 빼고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시더라고요. 굉장히 자연스러운 자세였습니다. 저도 그점을 인상깊게 봤고, 제 폼에 접목시키려고 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힘을 많이 빼고, 최대한 공을 앞에 두고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아직 송구에선 발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사실 예전엔 송구에 자신감이 있었어요. 주변 평가도 좋았고요. 주자가 눈 앞에서 뛰어도 다 잡을 수 있단 확신을 가지고 있었어요. 근데 작년 팀 성적이 너무 좋았잖아요. 그 성적을 이어가야 한단 생각에, 자꾸 마음이 급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마음 속에 부담감이 생겨버린 거죠. 앞으로는 마음 속에 생긴 짐을 내려 놓으려고 해요. 주자를 잡고 못잡고의 문제를 떠나서, 일단 그라운드에서 편하게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연습 때 느꼈던 좋은 감각을 경기에도 이어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편하게 한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진학 또는 프로입단이란 큰 목표 앞에 서있어요. 하지만 대통령배를 통해 느꼈듯이 결과보단 과정, 그리고 즐겁게 야구를 하는데 중점을 두고 싶어요. 제 인생에 다시 없을 마지막 10대를 팀원들과 정말 뜨겁게보내고 싶거든요. 그렇게 하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거라 생각합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 '자신'

올 핸 팀의 주장을 맡았습니다. 어깨가 한결 더 무거워졌습니다.

아직 아는 게 많지 않다보니, 동료들에게 멋있는 말을 자주 하진 못해요(웃음). 일단 투수들에겐 최대한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요. 안타를 맞거나 홈런을 맞아도 모두 포수 탓이라 생각하고, 후회 없이 던지라고 합니다. 또 투수가 제일 자신있는 공을 던질수 있도록 유도해요. 전 제 앞에서 던지는 투수가 언제나 최고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동료 선수들에겐 어떤 점을 강조합니까.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지 말자고요. 팀을 먼저 생각해야죠. 그렇게 유도하는 게 주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전 우리팀 모두가 한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플 때 함께 울고, 좋을때 함께 웃는. 그게 아마야구의 ‘간지’ 아닐까요(웃음).

올 시즌 현원회가 생각하는 가장 큰 라이벌은 누구인가요.

모두가 다 라이벌입니다. 정말이에요. 지난 달엔 별로라고 생각했던 선수가 한 달 뒤에 다시 만나보면 확 달라져 있는 경우를 자주 봤거든요. 지금은 모두가 제 경쟁자입니다. 그리고 제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바로 제 자신입니다. 제 자신만 이길수 있다면 어떤 라이벌도 두렵지 않습니다.

만약 프로팀을 고를수 있다면, 어느 팀에 입단하고 싶습니까.

뽑아만 주신다면, 어느 팀을 가든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어느 팀에 가든 양의지 선배님보다 더 훌륭한 포수가 되기위해 노력할 겁니다. 말 그대로 진짜 ‘제2의 양의지’가 되고 싶어요.

베이스볼코리아(sjeon@baseballkorea.co.kr)


*'베이스볼코리아'가 더 많은 학생 선수를 찾아갑니다. 매주 엠스플뉴스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겠습니다. 한국 야구의 미래인 아마추어 선수들을 응원해주세요. 본 컨텐츠는 '베이스볼코리아 매거진 4월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베이스볼코리아 매거진'에서 확인하세요.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