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온 2019시즌, 타자 강세 꺾이고 투수들의 시대 열렸다

-다득점 경기, 빅이닝 감소…경기 후반 역전승도 줄어

-선발투수 강한 팀이 순위표 지배…선발 비중 커졌다

-경기시간 예년보다 5분 단축…3시간 30분 롯데만 예외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는 LG 선수들. 그러나 리그 전체적으로는 역전승이 예년보다 줄어들었다(사진=LG)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환호하는 LG 선수들. 그러나 리그 전체적으로는 역전승이 예년보다 줄어들었다(사진=LG)

[엠스플뉴스]

시즌 초반에는 그저 일시적 현상인줄 알았다. 4월까지는 ‘추운 날씨’ 때문인 줄로만 알았다. 5월까지만 해도 ‘날씨가 더워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6월 중순이 되고, 팀당 7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에 도달한 지금까지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타자들의 시대는 지나갔다. 경기당 10점, 20점을 쏟아내는 타자들의 압제에 숨죽여 눈물짓던 투수들이 고통에서 해방됐다. 영원히 홈런을 얻어맞는 지옥에 갇혀 있던 투수들이 이제는 천상으로 올라왔다. 2019시즌, 투수들의 시대가 본격적인 막을 열었다. ‘1이닝에 6볼넷 5실점한 팀도 있다’는 반론은 사양한다. 그 경기에서 두산이 뽑은 점수는 2회 5득점이 전부였으니까.


사라진 다득점 경기, 역전승, 경기시간 단축…야구장 풍경이 달라졌다

KBO리그 경기 장면. 리그 전체적으로 득점이 감소하고, 경기시간이 단축됐다(사진=엠스플뉴스)
KBO리그 경기 장면. 리그 전체적으로 득점이 감소하고, 경기시간이 단축됐다(사진=엠스플뉴스)

6월 17일 현재 리그 투수들은 평균자책 4.25를 기록 중이다. 이는 9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리그 OPS도 0.727로 타자들의 득세가 시작되기 전인 2013시즌(0.737)보다 낮은 수준이다. 2014시즌 이후 해마다 2.5% 이상에 지난 시즌엔 무려 3.09%에 달했던 타석당 홈런도 올 시즌 1.83%로 뚝 떨어졌다.

투수들이 힘을 내면서, 야구장 풍경도 예년과 달라졌다. 지난 5월 23일이 대표적이다. 이날 KBO리그 5개 구장에서는 10개 팀이 도합 21점을 내는데 그쳤다.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팀은 4득점한 NC. 지난해까지 5경기 최소득점 기록 25점에서 무려 4점이 줄어든 신기록이다.

같은달 31일에도 5개 구장에서 10개 팀이 25점만을 얻었고, 6월 7일엔 5개 구장에서 합계 23점이 났다. 타자들이 위세를 떨친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한 경기에서도 23점, 25점이 나오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 팀이 20점 이상을 내는 경기도 종종 나왔다. 이젠 다 지나간 옛 추억이다.

한 이닝에 3, 4점 이상이 쏟아지는 ‘빅이닝’도 줄었다. 2017시즌 10개 구단의 총 빅이닝 횟수는 955회, 지난 시즌엔 총 996차례 빅이닝이 나왔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까지 리그 빅이닝 횟수는 총 361회. 144경기로 환산하면 올 시즌 약 722회의 빅이닝만 나온다는 계산이다. 예년보다 빅이닝이 270회 이상 줄어든 셈이다.

빅이닝이 잦았던 지난 시즌까지는 경기 초반 5, 6점차 앞선 팀도 결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큰 점수차로 앞서있다가도 홈런 몇 방으로 단숨에 흐름이 바뀌고 경기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그러나 올 시즌엔 양상이 달라졌다. 예년처럼 큰 점수차가 순식간에 뒤집히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투수력이 아주 약한 특정 팀을 제외한 대부분 팀이 일단 초반 승기를 잡으면 대부분 끝까지 리드를 유지하는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숫자가 보여준다. 2017시즌 리그 전체 역전승 경기는 총 336회였다. 지난 시즌엔 총 359차례 역전승 경기가 나왔다. 올 시즌엔 역전승 횟수가 총 152회로, 144경기를 치르면 300차례 정도의 역전승 경기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0.808이던 5회까지 리드시 승률이 올 시즌엔 0.827로 껑충 뛰었고 6회까지 리드시 승률도 0.847에서 0.869로 상승했다. 7회까지 리드시 승률은 0.896에서 0.907로 올랐다. 8회까지 리드시 승률만 0.948로 큰 변화가 없다.

자연히 승부에서 선발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17일까지 리그 순위표를 보면 강력한 선발투수진을 자랑하는 팀들이 ‘북부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선발 평균자책 1위 SK(3.12)를 선두로 두산(3.28)이 추격하고 LG(3.32)와 키움(4.37), NC(3.73)가 뒤를 잇는 모양새다.

반면 선발진이 취약한 롯데(5.13)와 KIA(5.25)는 최하위권으로 추락했고 KT(4.73)와 한화(4.90)도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강한 선발투수를 앞세워 경기 초반을 장악하고 선취점을 뽑아낸 뒤, 초반 리드를 경기 중후반까지 이어가는 게 승리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페이스가 그대로 이어질 경우 올 시즌 KBO리그는 총 6766득점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이는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한 2015시즌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2015시즌 7598득점). LG 트윈스 같은 경우 2014시즌 이후 최초로 한 시즌 600득점 미만을 기록하는 팀이 될지도 모른다.

대량득점 경기가 줄면서 리그 경기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아웃카운트 하나 잡고 이닝을 마치는데 영겁의 시간을 보내는 건 옛날 얘기가 됐다. 올 시즌 리그 경기당 평균 시간은 3시간 16분. 롯데(3시간 30분)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은 모두 3시간 15분 이내에 초스피드로 경기를 끝내고 있다.

참고로 2014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지난 5년간 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2분. ‘스피드업’을 강조한 지난 시즌도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1분에 달했다. 올 시즌 리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는 예년보다 5분 일찍 집에 간다. ‘투수 강세’가 가져온 야구장 풍경의 변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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