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신인 투수 서준원, 선발진 중간 합류 뒤 깜짝 활약상
-“지더라도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하자고 생각하니 잘 풀리기 시작했다.”
-‘평균 구속 146.7km/h’ 찍은 서준원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운 수준”
-“선발 기회 계속 주신다면 감사, 등판 날 팀이 이기는 투구를 하고 싶다.”

롯데 신인 투수 서준원은 7연패에 빠졌던 팀을 구한 구도의 구원자가 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롯데 신인 투수 서준원은 7연패에 빠졌던 팀을 구한 구도의 구원자가 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영웅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나타나기도 한다. 긴 연패에 허우적거리던 롯데 자이언츠를 구원해준 주인공은 베테랑 선수도 외국인 선수도 아니었다. 다름 아닌 신인 투수 서준원이 ‘구도의 구원자’였다.

롯데는 6월 15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7대 0으로 승리하며 7연패를 끊었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모든 게 어긋나는 고통스러운 연패 기간을 끝낸 소중한 승리였다. 이 승리의 중심엔 서준원이 서 있었다. 서준원은 이날 5.2이닝 2피안타 4탈삼진 4볼넷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

사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순간이 서준원의 앞에 펼치지는 상황이다. 부산 사나이로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학교 선배들과 함께 사직구장 마운드 위에 서서 공을 던지는 그림말이다. 그런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서준원은 이제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비시즌 시기와 비교해 20kg 넘게 감량한 것도 서준원이 보여주는 프로 의식이다. 당당하게 실력으로 롯데 선발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서준원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불펜으로 시작해 선발 전환까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는 서준원

20kg 넘게 감량한 서준원은 더 묵직한 공을 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사진=롯데)
20kg 넘게 감량한 서준원은 더 묵직한 공을 던지며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사진=롯데)

학창 시절과 비교하면 얼굴이 몰라볼 정도로 갸름해졌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건가(웃음).

20kg 넘게 감량한 거다(웃음). 롯데 입단 전에 살이 엄청나게 쪘다. 스프링 캠프 전엔 120kg을 훌쩍 넘겼는데 지금은 101kg 정도로 줄였다.

다이어트 비결은 운동인 듯싶다. 경기 전 훈련 시간에 따로 남아 운동하는 걸 봤다.

아직 나는 막내니까 프로 선배들을 따라가려면 보통 훈련 강도론 안 된다. 트레이닝 코치님과 함께 발목 힘 강화와 유연성을 늘리는 스텝 훈련에 힘쓰고 있다. 학창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체계적으로 훈련받는 느낌이다. 그만큼 몸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확실히 느껴진다.

시즌 초 불펜에서 뛰었을 때와 비교하면 달라진 게 무엇인가.

공 던지는 건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닝을 길게 소화하며 투구수가 많아지니까 어떻게 하면 공을 적게 던지며 아웃 카운트를 잡을지 고민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 땐 선발이든 불펜이든 다 비슷하게 준비했는데 프로 무대에서 뛰는 선발 투수는 자신만의 루틴을 잘 만들어야 하는 듯싶다. 그래야 심적인 안정감이 느껴진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다 데뷔 시즌부터 경험하게 됐다.

불펜에선 주자가 있든 없든 위기 상황이든 아니든 마운드에 올라가 1~2이닝을 전력으로 막아야 한다. 프로 무대에선 불펜 투수가 정말 힘들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선발 투수 역할까지 소화하게 됐는데 프로 첫 시즌부터 내가 해보고 싶던 역할을 다 해본 셈이다. 지금까진 내가 생각했던 야구와 프로 무대에서의 야구랑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선발 투수로서 첫 등판의 순간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다.(서준원은 5월 26일 사직 LG 트윈스전에서 데뷔 첫 선발 마운드에 올라 3.1이닝 5피안타 1탈삼진 2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첫 등판 때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까 내가 안 하던 쓸데없는 동작도 계속 나오더라. 결과가 썩 좋진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질 바에야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공격적인 투구에 더 집중하니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클래식 시리즈 홈경기가 데뷔 첫 승의 역사적인 순간이 됐다.(서준원은 6월 1일 사직 삼성전에서 6이닝 3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데뷔 첫 선발승의 의미는 크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부모님께선 고생했고 잘했다고 말씀하시더라. 마음이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는데 프로 무대에 입단해 1군에서 뛰고 선발 등판까지 성과를 내니까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셨다. 데뷔 첫 승 기념공은 집에 상 명패를 장식하는 곳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쪽에 올려놨다(웃음).

완급 조절 없는 서준원 “첫 타자부터 100% 힘으로 승부”

서준원은 데뷔 첫 승리를 딴 경기에서도 인상 깊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사진=롯데)
서준원은 데뷔 첫 승리를 딴 경기에서도 인상 깊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사진=롯데)

선발 투수로서 빠른 승부는 강점이다.

최기문 코치님이 공 3개를 던져 삼진 잡는 것보단 공 하나로 아웃을 만드는 게 더 편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불펜 투수는 삼진을 잡으며 한 베이스라도 더 안 보내야 한다. 선발 투수도 물론 삼진이 좋지만, 최대한 공을 적게 던져야 유리하다.

좌타자(상대 타율 0.258)와 우타자(상대 타율 0.262)를 두고 편식은 없는 듯싶다.

좌타자한텐 몸쪽을 향해 던지고, 우타자에겐 양쪽 구석을 변화구로 다양하게 공략한다. 기록이 나왔지만, 좌타자와 우타자를 크게 신경 쓰는 일은 없다.

올 시즌 속구 평균 구속은 146.7km/h다. 만족스러운 수준인가.

(고갤 끄덕이며) 그 정도면 정말 만족한다. 예상보다 더 나오는 느낌이다. 최근 KT전 등판에서 구속이 154km/h까지 나왔다고 들었다. (완급 조절을 생각하나?) 완급 조절은 없다. 한 타자 한 타자 최대한 빨리 잡아야 한다. 그날 첫 타자부터 100%의 힘으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구 구사 패턴도 다양하다. 커브와 슬라이더, 투심 패스트볼을 다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

투심 패스트볼 구사 연습을 그간 많이 했는데 실전에서 유용하게 쓰고 있다. 특히 커브 사용 빈도를 확연히 높였다. 슬라이더도 잘 들어가는 편이다. 어떤 한 구종에 안 쏠리도록 적절히 배분하려고 한다.

시즌 초 엠스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입단 동기인 한화 이글스 노시환과 만나면 속구만 던지겠단 말을 한 적이 있다. 노시환은 아니지만, 또 다른 입단 동기인 변우혁과 만나 3구 삼진을 잡았는데 공 세 개 모두 변화구였다(웃음).

그날은 벤치 사인이 나왔기에 변화구 승부를 펼쳤다. (노)시환이는 속구가 자신 있다고 말하니까 속구를 꼭 던져 승부하고 싶다. 가장 신경 쓰이는 상대가 시환이랑 (강)백호 형이다.

강백호와 만나 나온 상대 전적(5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이 썩 좋진 않았다.

(짧은 한숨 뒤) 벌써 4안타나 맞았다. 마지막 타석에서 아웃 카운트를 잡은 것도 행운이 따랐다. 백호 형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잘 칠 줄이야. 신기한 사람이다(웃음).

올 시즌 입단 동기들과 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이랑 한 번 선발 맞대결을 펼치지 않을까. KIA 타이거즈 투수 (김)기훈이도 마찬가지다. 타자들 가운덴 시환이와 두산 베어스 (김)대한이와 대결하고 싶다. 절대 양보는 없을 거다(웃음).

“경남고 선배들과 함께 사직구장에서 야구하는 게 안 믿어진다.”

경남고 선배들과 롯데에서 함께 뛰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서준원이었다. 3루수 한동희(오른쪽)는 서준원의 1년 학교 선배다(사진=롯데)
경남고 선배들과 롯데에서 함께 뛰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 서준원이었다. 3루수 한동희(오른쪽)는 서준원의 1년 학교 선배다(사진=롯데)

최근 양상문 감독은 서준원 선수의 선발 전환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더라. 앞으로도 계속 선발진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졌다.

언제까지 선발 마운드에 오를지 모르겠는데 계속 기회를 주신다면 감사할 뿐이다.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시는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감독님께서 항상 웃으시며 격려해주시니까 큰 자신감을 얻는다.

선발로서 어떤 투구를 보여주는 게 목표인가.

내가 등판하는 날 팀이 이길 수 있는 투구를 하는 게 목표다. 잘 던질 때도 있고 조금 못 던질 때도 있는데 그런 거에 상관없이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탠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벌써 1차 지명의 순간이 약 1년 전이다. 당시 꿈꾸던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르는 기분은 어떤가.

부산 사나이로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니까 자부심이 느껴진다(웃음). 특히 경남고등학교 선배인 이대호 선배와 신본기 선배, 그리고 (한)동희 형과 함께 뛴다는 게 안 믿어진다.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선배들과 함께 뛴다는 건 복 받은 거다. 저절로 자신감이 생긴다.

롯데 팬들의 사랑도 독차지하는 분위기다.

롯데 팬들에게도 정말 감사할 뿐이다. 잘 던지고 못 던지고 떠나서 응원을 많이 해주시니까 다음 등판 때 팬들의 호응을 더 받을 수 있게 던지고 싶더라. 크게 잘난 게 없는 신인 투수인데 이름도 불러주시고 기억해주시니까 기쁘다. 앞으로도 팬들이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는 만큼 보답하는 투구를 꼭 보여드리겠다. 항상 감사드린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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