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일 제주전 이후 6경기째 승리 없는 인천, 최하위 탈출구 안 보인다

-유상철 감독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지만 사소한 실수 줄여야 한다”

-정 산 골키퍼 “골문에서 지켜본 선수들, 하나같이 절실함을 안고 뛴다”

-“우리가 웃을 수 있다면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괜찮다”

7월 10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정 산(사진 맨 위) 골키퍼가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7월 10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정 산(사진 맨 위) 골키퍼가 헤더를 시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인천]

7월 10일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의 경기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구장(숭의 아레나). 후반 추가 시간 인천 정 산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종착지는 수원 페널티박스 안쪽이었다. 마지막 공격이 이루어질 수 있는 코너킥에서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고자 한 의지였다.

기적은 없었다. 정훈성의 코너킥 크로스가 191cm 장신 정 산의 머리에 닿았지만 수원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주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2-3, 인천의 패배였다. 인천은 5월 28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2승을 기록한 이후 6경기째(2무 4패)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경기 후 정 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점을 만들고 싶었다공격에 가담해 수원 수비진의 시선을 끌면 조금이나마 힘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벤치에서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니다. 홈팬들 앞에서 패배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이 상대 골문을 향하게 했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또다시 길어진 팀 미팅··· 유상철 감독 “지금보다 훨씬 독해져야 한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는 7월 10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를 마친 뒤 장시간의 선수단 미팅을 했다. 감독의 간략한 경기 총평 후 숙소로 이동해 쌓인 피로를 푸는 게 일반적이지만, 올 시즌 인천은 다르다. 욘 안데르센 전 감독의 마지막 경기였던 4월 14일 울산 현대전 이후에도 인천은 1시간이 넘는 선수단 미팅을 가진 바 있다.

10일 역시 수원 구단 버스가 떠난 지 30분이 지나서야 인천 선수단은 미팅을 마쳤다. 구단 버스로 향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표정이었다.

정 산 골키퍼는 수원전을 다 같이 돌아봤다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은 게 실점과 패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상철 감독께서 ‘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를 포함한 선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그마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프로의 세계다. 상대보다 독한 마음을 갖고 그라운드를 누벼야 경기 후에 웃을 수 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응원을 멈추지 않은 팬들에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은 5월 14일 유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올 시즌 7라운드까지 팀을 이끈 욘 안데르센 전 감독이 있을 때와 같은 K리그1 최하위(12위)다. 20경기 2승 5무 13패 승점 11점. 딱 한 경기만 이기면 승점 동률이 되는 경남 FC(11위), 제주 유나이티드(10위)와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유 감독은 경기마다 선수들은 온 힘을 다하고 있다한 가지 아쉬운 건 사소한 실수라고 말했다. 수원과의 경기처럼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순간 실점이 나오고 패배로 직결된다는 얘기다.

인천은 최근 패배한 4경기 모두 1점 차로 졌다. 수원전(2-3)을 포함해 리그 단독 선두 전북 현대(0-1), 4위 강원 FC(1-2), 2위 울산 현대(0-1)전 모두 경기 내용에선 크게 밀리지 않았다. 유 감독이 수원전 이후 선수단 미팅에서 ‘90분 내내 집중력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이유다.

정 산 “우리가 웃을 수 있다면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해도 괜찮다”

인천 유나이티드 정산 골키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정산 골키퍼(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정 산 골키퍼는 올 시즌 강등 위기에 놓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하는 선수 중 하나다.

인천은 올 시즌 리그 20경기 가운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건 3번에 불과하다. 수비의 핵심 고르단 부노자가 지난 시즌과 달리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올겨울 문선민과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재성이 이제야 리그 3번째 경기를 소화하는 등 정상적인 수비 라인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까닭이다.

정 산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놀라운 반사 신경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뽐내며 팀 실점을 줄였다. 정 산은 K리그1 16경기에 선발 출전해 21실점을 내줬다. 경기당 평균 실점은 1.31골이다.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꼽히는 FC 서울(3위) 유상훈(18경기 20실점·1.11골)과 비슷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 산은 오랜 기다림 끝에 올 시즌 프로 데뷔 첫 ‘주전’ 자리를 차지한 선수다. 강원 FC, 성남 FC, 울산 현대 등을 거치면서 주전으로 뛴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주전 골키퍼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거나 한국 축구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 경기에 나서는 후보 선수였다.

2017시즌 인천으로 이적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태희 골키퍼가 부진할 때 잠시 주전으로 뛴 날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선방 능력은 뛰어났지만, 수비 라인 조율과 킥의 약점을 드러낸 까닭이다.

2009년 프로에 입문(강원 FC)한 정 산이 한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건 성남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2012시즌이다. 19경기에 나서 21실점을 내준 게 최고의 한 해로 남아있다.

그랬던 정 산이 올 시즌 어엿한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경기 출전이 익숙해지면서 약점을 조금씩 보완하는 발전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 산은 개인 성적에 신경 쓰지 않는다. 팀이 강등 위기에 놓인 데는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느끼는 까닭이다. 7월 10일 수원전에서도 여러 차례 선방은 잊고 3실점을 내준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정 산은 골키퍼가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 최소한 승점 1점은 획득할 수 있다팀이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데는 내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한 골이라도 막아내야 기회가 올 수 있다. 실점은 골키퍼의 숙명이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쳐 동료들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정 산은 팀이 이 상황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주전으로 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했다.

감독, 코치, 선수 모두가 웃을 수 있다면 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상관없다. 내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골문에서 팀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하나같이 절실함을 안고 뛴다. 그 선수들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축구 인생의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남은 경기를 준비하겠다. 딱 한 번만 상승 흐름을 타게 된다면, 우린 올라설 수 있다고 믿는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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