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이강인은 대회 골든볼 수상

-이강인, 18세 선수로는 역대 네 번째 MVP···2005년 메시 이후 14년만

-“강인이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가르치면 받아들이는 능력이 남달랐다”

-“U-20 월드컵은 화룡점정이 아닌 시작을 의미하는 것.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사진 오른쪽)(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엠스플뉴스]

1983년과 2002년에 이은 또 한 번의 신화 창조. 아직 1년의 절반이 넘게 남은 2019년은 한국 축구사에서 잊지 못할 한 해가 됐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남자 대회 첫 준우승을 차지한 까닭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선 패했지만, 대회 최다우승국 아르헨티나(6회), ‘숙적’ 일본,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 남미예선 1위 에콰도르 등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에선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하며 첫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축구계의 큰 박수를 받았다. “후회는 없다”는 이강인의 말처럼 한국은 온 힘을 다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또 하나의 기록을 썼다. 팀 막내(18세)로 이번 대회에 참가해 에이스 역할을 한 이강인이 골든볼(MVP)을 수상했다. 7경기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골든볼을 받았다. 이전까진 한국 남자 선수 가운데 개인 최고 성적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홍명보가 수상한 브론즈볼이었다.

탄탄대로의 길을 걷는 이강인, 18세 선수로는 역대 네 번째

이강인의 득점을 축하하는 한국 U-20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강인의 득점을 축하하는 한국 U-20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8세 선수가 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가장 최근이 2005년 네덜란드 대회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리오넬 메시였다. 이강인은 메시 이후 14년 만에 대회 최고의 선수에 오른 막내가 됐다.

이강인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수비수 1, 2명은 가뿐히 제치는 드리블과 개인기, 경기장을 폭넓게 바라보는 시야,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 자로 잰듯한 크로스와 날카로운 슈팅, 팀 막내지만 탁월한 리더십까지. 이강인은 한국의 중심 선수로 이 대회 준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은 의미가 아주 크다. 역대 수상자 면면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2회 대회 골든볼을 수상한 디에고 마라도나, 메시, 세르히오 아구에로(2007년), 폴 포그바(2013년) 등 이 상을 받은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이강인이 위와 같은 선수들의 길을 따를 가능성이 아주 커진 것이다.

7살 어린 이강인을 직접 지도한 바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은 (이)강인이는 어릴 적부터 특출 난 재능이었다무언가를 가르쳐주는 받아들이는 능력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르치는 데 재미가 있었다. 알려주면 곧잘 따라 하고 응용력까지 뛰어나니 ‘보통 재능이 아니구나’ 생각했었다고 했다.

유 감독의 말처럼 이강인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10살 때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LEP) 명문 발렌시아 CF 유소년팀에 입단해 축구를 배웠다. 세계 최고 선수들만 모인다는 스페인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았고, 2018-2019시즌엔 17세(10개월)의 나이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바이아웃 금액 8,000만 유로(한화 약 1,064억 원)는 발렌시아에서 이강인의 위상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강인은 U-20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차기 시즌엔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다수 언론에 따르면 LEP 레반테 UD,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명문 아약스, 과거 박지성, 이영표가 뛴 PSV 에인트호번 등이 이강인의 임대 영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큰 성공은 당연한 것? 현직 지도자들의 이유 있는 우려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이강인은 어릴 적부터 쭉 탄탄대로의 길을 걷고 있다. U-20 월드컵 준우승과 골든볼 수상은 화룡점정이 아닌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일찍부터 세계적인 선수로 기대를 받은 이강인인 까닭이다.

이번 대회를 유심히 지켜본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 주역 단국대학교 신연호 감독은 이강인은 개인 기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동료를 활용할 줄 아는 선수라며 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에 세계 축구계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강인은 어디까지 성장할지 가늠할 수 없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도 전했다. 신 감독은 “이강인이 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했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재능을 지닌 선수지만, 과거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는 있다. 한국엔 어린 나이에 특출 난 기량을 뽐내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선수가 많다. 나 역시 부상으로 인해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신 감독의 말이다.

유상철 감독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유 감독은 “강인이가 대단한 선수인 건 맞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며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고, 강인이가 골든볼을 수상한 건 훌륭한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어 강인이도 사람이다. 언젠간 슬럼프가 찾아올 거고 축구계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날도 있을 거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이겨내느냐도 아주 중요하다. 스스로 잘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칭찬 일색이던 여론이 바뀌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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