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 후보 토론회에서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선고받았다” 주장

-1, 2심은 유죄, 언론의 대대적 '미담 기사' 속에서 3심에선 변호사법 위반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파기환송 뒤 고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조세 포탈)'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 선고.

-돌연 대법원 상고 포기. 상고 포기 후 6일 만에 대통령 특별사면 받아.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 받았다? 이기흥 후보의 거짓말이다.

2006년 대법원이 이기흥 우성산업개발 회장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대법관 6명은 “공기업 관련 브로커들을 처벌할 근거가 사라진다“며 반대했다. 이기흥 후보는 고법에서 다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최근 대한체육회장 선거 토론회에서 이기흥 후보는 “삶을 그렇게 수치스럽게 살지 않았다. 사심을 가지고 세상을 살지 않았다“고 말했다(사진=MBC)
2006년 대법원이 이기흥 우성산업개발 회장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대법관 6명은 “공기업 관련 브로커들을 처벌할 근거가 사라진다“며 반대했다. 이기흥 후보는 고법에서 다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최근 대한체육회장 선거 토론회에서 이기흥 후보는 “삶을 그렇게 수치스럽게 살지 않았다. 사심을 가지고 세상을 살지 않았다“고 말했다(사진=MBC)

[엠스플뉴스]

스포츠엔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의 작동 메커니즘'이 오롯이 담겨 있다. 엄격한 룰(rule)과 공정한 경쟁, 패자에 대한 관용이 그것이다. 1월 18일 열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많은 이가 주목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작동 메커니즘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확인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원체 중요한 선거이기에 국민체육진흥법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이 적용된다.

위탁선거법은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 등에 적용되는 공직선거법과 유사한 수준의 엄격하고 강력한 규정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기흥 후보가 1월 9일 ‘후보자 정책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론회에서 이기흥 후보는 자신의 과거사를 거론하는 상대 후보에게 “대법원에서 내가 구속도 됐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다 검증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1, 2심 유죄, 언론의 대대적 '미담 기사' 보도 속에서 3심에선 변호사법 위반 혐의 무죄. 파기 환송 뒤 고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조세 포탈)'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 선고 받아

이기흥 후보는 토론회에서 이 사회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살아왔다고 목소릴 높였다. 사진은 이기흥 후보가 관련된 사건을 보도하는 MBC 뉴스
이기흥 후보는 토론회에서 이 사회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살아왔다고 목소릴 높였다. 사진은 이기흥 후보가 관련된 사건을 보도하는 MBC 뉴스

우성산업개발 회장이던 이기흥 후보는 2000~2003년 수자원공사 사장 및 여권 정치인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관급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 벌금 8억 원, 추징금 71억 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이기흥 후보는 징역 4년에 추징금 62억2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언론이 이기흥 후보의 미담 기사를 경쟁적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06년 12월 3심은 1, 2심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당시 대법원은 "수자원공사 사장 같은 공기업 임직원은 공무원이 아닌 만큼 (돈을 받았더라도)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이기흥 후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당시 MBC 뉴스데스크는 "아무리 거액을 받아도 공기업 관련 청탁 브로커는 앞으로 처벌이 어렵게 됐다는 뜻"이라며 "검찰 내에서도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는 대법원 비판글을 검사들이 내부 통신망에 게재하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이기흥 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법의 심판에서 자유로워진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대법원에서 다 무죄를 선고받은 것도 아니었다. 2007년 8월 24일 서울고법은 이기흥 후보에 대한 파기 환송심에서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으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조세 포탈)'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기흥 후보는 이번에도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갈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2007년 12월 26일돌연 상고를 포기했다. 이기흥 후보는 상고 포기 후 6일 만인 2008년 1월 1일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아내는 또 한 번의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특별사면이 무죄? 이기흥 후보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 박지훈 대표(법무법인 (유한) 현 변호사)(사진=엠스플뉴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 박지훈 대표(법무법인 (유한) 현 변호사)(사진=엠스플뉴스)

‘특별사면’이란 사법부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전제로, 대통령이 특정인에게 형의 집행만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사면법 제5조 제1항 제2호). 이기흥 후보는 고등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상고를 포기하여 형이 확정되었음에도, 토론회에서 당시 대법원으로부터 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시 하나씩 짚어보면. 우선 토론회에서 이기흥 후보는 "대법원에 제가 구속도 됐었다"고 했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대법원은 따로 인신을 구속하지 않는다. 이미 이기흥 후보는 그전에 구속된 상태였다. '대법원에서 다 무죄받았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대법원은 이기흥 후보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사실이 없다. 2심에서 여러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에 대해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원심 판결을 파기해 다시 심판하라며 '무죄 취지'로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결국 고법은 이기흥 후보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엔 무죄를 선고했지만, 다른 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것이 최종 판결이다.

이기흥 후보의 토론회에서의 발언은 ‘허위사실공표죄’(위탁선거법 제61조 제1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허위사실공표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는 다른 위탁선거법 위반죄 가운데 가장 무거운 법정형에 해당한다. 즉, 선거범죄 중 가장 중한 범죄라는 의미이다.

더 주목할 건 위탁선거법 제70조 제1호로, ‘당선인이 위탁선거법 위반죄를 범하여 징역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기흥 후보의 행위는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할 여지가 매우 크고,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징역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즉, 1월 18일 선거에서 이기흥 후보가 설령 당선되더라도,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로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8월 24일 고등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조세 포탈)'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이기흥은 같은 해 12월 26일 갑자기 상고를 포기했다. 그리고 6일 후인 2008년 1월 1일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 2008년 1월 1일 신년 특별사면자는 43명에 지나지 않았다. 횡령, 조세포탈로 징역을 선고받은 이가 당당하게 '신년 특별사면자'에 포함됐던 그 시절은 참여정부 시절이었다(사진=법무부)
2007년 8월 24일 고등법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조세 포탈)'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이기흥은 같은 해 12월 26일 갑자기 상고를 포기했다. 그리고 6일 후인 2008년 1월 1일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다. 2008년 1월 1일 신년 특별사면자는 43명에 지나지 않았다. 횡령, 조세포탈로 징역을 선고받은 이가 당당하게 '신년 특별사면자'에 포함됐던 그 시절은 참여정부 시절이었다(사진=법무부)

대한체육회의 1년 예산은 대략 4천억 원이다. 체육계는 선거 예산과 인건비, 출마 후보들이 부담하는 비용과 사회적 비용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대한체육회장 선거 한 번에 150~200억 원 사이의 돈이 쓰일 것으로 추정한다.

만일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예산과 인력, 시간 그리고 에너지가 다시 투입돼야 할 것이다. 산적한 체육계 현안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대한체육회의 한정된 물적, 인적 자원이 허무하게 낭비되는 일이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본질적인 의문은, 자신의 전과에 대하여 공개적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과연 한국스포츠를 이끌 수장으로 적합한가’하는 점이다. 오직 ‘그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대중 앞에서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그 멘탈리티가, 너무나도 위험하고 위태롭게 느껴진다.

선거일까지 이제 불과 이틀 남았다. 자칫 이틀 후가 선거의 또 다른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기고 :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 박지훈 대표(법무법인 (유한) 현 변호사)

*해당 기사는 외부 필진에 의한 기고문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