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최하위’ 경남 응원 위해 5시간 운전해 속초로 간 홍광욱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1대 0 극적 승리’ 홍광욱 씨의 외침에 승리로 답한 경남

-주말까지 반납하며 경남을 응원하는 이유 “‘내’ 팀이니까”

-“응원석에서 도민, 서포터즈 함께 즐기는 문화 꿈꾼다”

‘강원전 나홀로 서포터’의 주인공 홍광욱 씨(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강원전 나홀로 서포터’의 주인공 홍광욱 씨(사진=엠스플뉴스 박찬웅 기자)

[엠스플뉴스=창원]

‘너와 나의 뜨거운 역사를 위하여’

2015년 5월 18일 강원도 속초운동장에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현 K리그2)’ 10라운드 경남 FC와 강원 FC의 경기 TV 중계화면에 잡혔던 걸개 문구다.

732명만이 경기장을 찾은 이 경기는 해당 걸개 문구와 함께 응원했던 ‘단 한 명’의 서포터덕에 훗날 K리그 팬들이 두고두고 회자하는 경기가 됐다.

‘강원전 나홀로 서포터’의 주인공은 바로 홍광욱 씨다. 홍 씨는 당시 경남을 응원하기 위해 자차를 끌고 경남 창원에서 4, 5시간을 운전해 속초를 찾았다고 말했다. 홍 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응원석에서 경남을 응원해왔다. 뼛속까지 ‘축구팬’ 홍광욱 씨를 엠스플뉴스가 만나봤다.

“선수들을 초라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라도 응원하러 가야 했다.”

2015년 5월 18일 K리그 챌린지 10라운드 경남 FC와 강원 FC의 경기. 뒷편 관중석에서 홀로 경남을 응원한 이가 홍광욱 씨다(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쳐)
2015년 5월 18일 K리그 챌린지 10라운드 경남 FC와 강원 FC의 경기. 뒷편 관중석에서 홀로 경남을 응원한 이가 홍광욱 씨다(사진=스포티비 중계화면 캡쳐)

무관심에 가까웠던 경남과 강원과의 경기를 주목하게 만든 주인공입니다.

아닙니다(웃음). 전 평범한 회사원일 뿐입니다. 올해부터 경남FC 서포터즈 연합회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강원전에 ‘혼자’ 응원을 가게 됐습니다.

당시 5월에 3연패를 기록하면서 K리그 챌린지에서 최하위로 내려앉았어요. 강원전은 이후 맞이한 경기였고요. 2014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현 K리그1)에서 챌린지로 강등된 후, 끝없는 추락이었죠. 급기야 주위 팬분들이 ‘응원가지 말아야 한다.’, ‘팬들이 없어 봐야 정신 차린다’며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함께 보이콧하지 않고 ‘혼자’ 속초로 간 이유가 있었습니까.

서포터들에겐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했지만, 경남을 응원하는 서포터가 한 명도 없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함께 응원 다니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속초에 가자고 여쭤도 가지 않겠단 의지가 확고해서 결국 저 혼자 가게 됐습니다.

속초에서 홀로 응원한 홍 씨의 함성이 선수들에게 전해졌을까요. 기적적으로 연패를 끊고 1대 0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 순간은 제 인생에서 평생토록 잊지 못할 순간입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분들이 제게 찾아와 절 안아주셨어요. 그때 눈물이 덜컥 나더라고요. 최하위 탈출에 대한 간절함이 극에 달해 있었거든요. 이번에도 지면 더는 올라올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더 주저앉을 곳도 없었고요.

걸개에 적힌 ‘너와 나의 뜨거운 역사를 위하여’란 말처럼 경남 팬들에게 기억될 역사적인 경기가 됐습니다. 강원전 이후 서포터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서포터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선수들이 반응하기 시작했죠.

선수들?

만약 저마저 경기장에 없었다면 선수들은 그러려니 했을 겁니다. 저 ‘혼자’ 였기에 선수들이 깨달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간절함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경남 창단에도 앞장섰던 홍광욱 씨 “‘내’ 팀이 생겼다는 뿌듯함 이루 말할 수 없다.”

2013년 경남 FC 응원석(사진=경남 FC 서포터즈 연합회)
2013년 경남 FC 응원석(사진=경남 FC 서포터즈 연합회)

언제부터 축구를 응원한 겁니까.

1995년이었을 거예요. 초교 시절 창원 종합운동장에서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과 스웨덴리그 IFK 예테보리와 평가전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축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축구를 좋아한 연차만 따진다면 축구인이나 다름없는 경력입니다.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된 건 언제였습니까.

2001년 ‘마‧창‧진(마산‧창원‧진해) 붉은악마 응원단’에 가입했어요. 고3 때였거든요(웃음). 축구가 그저 좋았습니다. 많은 이와 경기를 보러 이곳저곳 다니는 것도 재밌었고요. 2005년 경남 FC 창단을 도운 것도 ‘마‧창‧진 붉은악마 응원단’입니다. 창원 거리에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창단 홍보 전단도 돌리고 그랬어요.

구단 창단을 도왔기에 2006년 K리그 입성 후 사명감이 생겼을 듯합니다.

그럼요. 내 팀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행복했어요. 본업이 있기에 경기장을 자주 찾지는 못하지만, 해마다 홈‧원정 경기를 포함해 60% 이상은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습니다.

경남 첫 경기 기억하십니까.

그럼요. 2006년 개막은 3월 12일이었지만, 3월 1일 중국 슈퍼리그 충칭 리판을 초청해 창단 기념 친선 경기를 치렀어요. 그때가 더 기억에 남아요. ‘드디어 내 팀이 생겼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나홀로 서포터→경남서포터즈연합회장’ 홍광욱 씨가 바라는 소원 “서포터즈와 도민이 함께 응원석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홍광욱 씨는 올 시즌 경남 FC 서포터즈 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할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홍광욱 씨는 올 시즌 경남 FC 서포터즈 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할 계획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본업도 바쁠 텐데 올 시즌부터는 경남 FC 서포터즈 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서 놀랐어요. 부업이 생긴 느낌이랄까요(웃음). 구단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죠(웃음).

구단이 2017년 K리그2 우승으로 K리그1 승격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엔 K리그1 2위를 차지했습니다.

혼자 응원하러 속초에 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릅니다. 당시엔 상상하지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뿌듯하다’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행복합니다.

지난해 평균 관중도 증가했습니다. 서포터즈 단원도 늘었을 듯합니다.

(+2018년 경남은 홈 평균 유료 관중 3,169명을 기록했다. 유료 관중만 따지자면 전해 대비 무려 231%나 증가했다.)

단원도 단원이지만, 경남은 도민구단이지 않습니까. 더 많은 도민이 경기장에 찾아오셨으면 합니다. 서포터들만 즐거운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가 함께 즐길 수 있을지 계획할 겁니다.

경남서포터즈연합회 회장다운 다짐으로 들립니다.

일반 관중들은 날씨에 따라 관중석 선호도가 달라지거든요. 더울 땐 햇빛 가릴 곳을 찾는 것처럼요. 올 시즌 목표는 도민들께서 ‘날씨와 관계없이 응원석에서 축구를 보는 게 더 재밌다’란 걸 깨닫게 하고 싶습니다. 서포터즈와 도민이 경기장에서 다 같이 즐거울 수 있는 응원석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축구팬으로 살아온 지 2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홍광욱 씨가 앞으로 꾸고 싶은 꿈이 있습니까.

결혼 후, 가족과 함께 축구장에 오는 게 소원입니다. 축구팬들 사이에선 3대가 덕을 쌓아야 이룰 수 있는 일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주말 포기해야 하죠. 서로 취미도 같아야 하죠. 종교가 있을 수도 있고요. 쉽지 않겠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꼭 이룰 겁니다(웃음).

박찬웅 기자 pcw0209@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