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 3루 경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주전 한동희가 빠진 사이 나승엽이 급성장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 신인 나승엽(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신인 나승엽(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사직]

한동희 주전 체제로 굳어지는 듯했던 롯데 자이언츠 3루수 자리에 다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한동희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슈퍼루키 나승엽이 급성장한 기량을 발휘하며 주전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한동희-나승엽의 경쟁은 롯데의 ‘포스트 이대호’ 찾기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더 흥미롭다.

나승엽은 6월 23일 사직 NC 다이노스 전에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이날 데뷔 첫 홈런을 동점 투런포로 장식한 데 이어 2루타, 안타까지 터뜨려 3안타 4타점 경기를 했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3루타만 남겨둔 가운데, 마지막 타석에서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에게 잡혀 진기록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나승엽은 올해 2차 2라운드 신인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입단했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직후 처음 1군에 올라와 12경기에서 타율 0.268로 신인치고는 기대 이상의 공격력을 보여줬다. 이후 잠시 2군에 내려갔다가 6월 9일 다시 콜업, 한동안 안타가 없다가 23일 경기에서 폭발했다.

나승엽은 2차 콜업 후 무안타 기간에도 꾸준히 잘 맞은 타구를 생산해 왔다. 그는 직선타 아웃을 오히려 타격 자신감을 찾는 계기로 삼았다. 23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서 잡히더라도 잘 맞은 타구였기에, 타석에서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 차례 1군 경험을 통해 심리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그는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는 많이 쫓기는 경향이 있었다. 2군에 내려가서 하다 보니 쫓겨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결과에 대한 생각 없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 나승엽은 “공을 잘 본다”는 평가와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1차 콜업 당시 스트라이크 가운데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이 40.9%로 팀 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타석당 투구수 4.31구로 많은 공을 보는 건 장점이지만, 좋은 공을 그냥 놓치는 장면도 자주 나왔다. 이에 타석당 삼진율도 24.4%로 다소 높았다.

2차 콜업 이후엔 좀 더 적극적인 스타일로 변화했다.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이 34.5%로 크게 줄었다. 좋은 공이 오면 초구, 2구부터 과감하게 배트를 돌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타석당 4.60개로 많은 공을 골라냈고 볼넷 비율도 15.0%로 팀 내 최상위권이다.

나승엽은 “처음 2군에 내려갔을 때 서튼 감독님이 ‘배트를 빠른 카운트에 내라’고 주문하셨다. 그래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며 “그전에는 놓치는 것도 많았는데, 초구부터 치다 보니 놓치는 공이 줄었다. 오히려 치러 나가다 보니 안 좋은 공이 더 잘 보여서, 안 좋은 공은 참고 있다”고 했다.

3루 수비도 점차 안정감을 더해 간다. 입단 초기엔 외야수 수업을 받느라 3루 수비에 전념하지 못했지만, 원래 포지션인 내야로 고정되면서 조금씩 안정적인 수비가 나오고 있다. 나승엽의 3루 타구처리율은 87.50%로 팀내에서 김민수(88.89%)에 이어 2위. 한동희의 86.03%보다 높은 처리율을 자랑한다.

나승엽의 급성장으로 롯데 3루에 다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 시즌 대활약으로 주전 3루수로 올라섰던 한동희는 올 시즌 52경기 타율 0.240에 7홈런 30타점으로 다소 주춤하다. 3루 수비에서도 아쉬운 장면이 자주 나왔다. 지난 14일엔 눈 이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는 불운까지 겹쳤고, 그 나이 나승엽이 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3일 방송에서 롯데 3루 경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 위원은 “한동희는 1군 경기를 통해 수비에서 어느 정도 기대치가 정해진 선수다. 반면 나승엽은 아직 긁지 않은 복권과 같다”며 “이대호가 내년을 끝으로 은퇴하는 롯데로선 나승엽 3루, 한동희 1루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2군에서 준비기간을 거친 한동희는 22일 1경기에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3일 2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한동희는 24일자로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나승엽의 거센 도전 속에 자리를 지키려면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이 나와야 한다. 나승엽 성장과 한동희 1군 복귀로 롯데의 3루 경쟁 구도가 더 치열해졌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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