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티빙을 통한 유무선 야구중계 시대가 열린다(사진=KBO)
OTT 티빙을 통한 유무선 야구중계 시대가 열린다(사진=KBO)

 

[스포츠춘추]

공짜 중계는 이제 없다. 프로야구를 돈 내고 보는 시대가 열렸다. 올해 5월부터 KBO리그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인터넷과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유무선 기기로 보려면 ‘티빙’ 유료 이용권을 구매해야 한다.

KBO는 3월 4일 “CJ ENM과 2024∼2026년 KBO 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3년간 CJ ENM의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인 티빙(TVING)을 통해 유무선 중계방송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유무선(뉴미디어) 중계방송 시청의 전면 유료화다. 통신·포털 연합이 뉴미디어 중계권을 보유했던 지난해까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야구 중계를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티빙에 회원 가입하고 이용권을 구매해야 생중계를 볼 수 있다. 티빙은 4월까지 ‘무료’ 유예기간을 두고, 5월부터 유료 가입자에게만 중계방송 시청을 허용할 계획이다.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바꾸는 과정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 벌써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선 야구팬들의 반발 여론이 적지 않다. 티빙 중계의 스트리밍 품질, 앞으로 요금 인상 가능성, 기존 포털 영상 아카이브 삭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KBO와 CJ ENM의 뉴미디어 계약 관련 야구팬들의 여러 궁금증을 Q&A 형태로 정리했다.

야구중계를 시청하는 야구팬의 모습(이미지=Bing AI)
야구중계를 시청하는 야구팬의 모습(이미지=Bing AI)

 

Q: 왜 ‘무료’ 네이버가 아닌 ‘유료’ 티빙인가

A: 지난 1월, CJ ENM이 2024~2026 KBO 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 우선협상자가 됐을 때부터 야구계와 업계에선 유료화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티빙이 뉴미디어 중계권료로 3년간 총 1,350억 원(연평균 450억 원)의 거액을 베팅한 만큼, 이를 회수하려면 유료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입찰 심사에 참여한 한 구단 마케팅팀장은 “기존 계약자인 포털 컨소시엄의 경쟁력이 너무 떨어졌다”면서 “5년 전 입찰 때보다 가격 점수를 낮춰잡았는데도, 가격 차이가 워낙 커서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2019년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당시엔 기술평가 점수가 40%, 가격평가 점수가 60%로 가격 점수 비중이 컸다. 

반면 이번 입찰에선 기술평가 50%, 가격평가 50%로 기술과 가격을 대등하게 평가했다. 가격에서 조금 밀려도 기술에서 앞서면 충분히 해볼 만한 비딩이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금액 차이가 너무 컸다. 티빙이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인 연 450억 원의 거액을 베팅하면서, 연 200억 후반대를 써낸 네이버 컨소시엄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었다. 앞의 팀장은 “포털 연합이 야구 중계 시장을 너무 쉽게 생각했거나, 절실하게 여기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500억 원의 운영비를 쓰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모그룹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프로구단 입장에서도 티빙과 손잡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야구단 출신 김경민 한국핸드볼연맹 사업본부 실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프로스포츠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B2B 비즈니스에서 자생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수익을 올려야 한다”면서 “1,35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지불하기로 한 티빙과의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 체결은 10개 구단에 있어 꽤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자신들이 거금을 들여 만들어 낸 가치가 마침내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장벽을 넘어 중계방송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사진=CJ ENM)
CJ ENM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사진=CJ ENM)

Q: 그래도 협상을 통해 무료 중계를 사수할 수는 없었나

A: 뉴미디어 입찰 과정에서 KBO와 구단들은 ‘야구 중계를 무료로 서비스해야 한다’는 제한을 따로 두진 않았다. KBO 고위 관계자는 “입찰 조건에 무료 서비스여야 한다는 단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입찰 PT에 참가한 업체들 역시 유료화 혹은 무료 여부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밝히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을 잘 아는 야구 관계자는 “무료 서비스를 못 박을 경우 사실상 기존 포털 외에는 다른 업체가 들어오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KBO는 협상력을 갖기 어렵고, 기존 규모 수준의 중계권 계약에 2차 가공 금지라는 조건이 그대로 유지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전했다. 

무료 서비스와 높은 중계권료, 그리고 2차 가공 허용을 동시에 얻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고, 이 가운데 KBO와 구단들은 중계권료와 2차 가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구단들 사이에선 기존 포털 컨소시엄의 2차 가공 금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팬들은 물론 구단조차도 경기 영상을 SNS와 유튜브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티빙이 이 부분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원인이라 본다”면서 “무료인 대신 2차 가공을 금지하느냐, 아니면 완전 무료가 아니라도 2차 가공 활성화로 새로운 팬층을 창출하느냐. 택일의 문제였다”고 전했다. KBO 관계자는 “입찰 PT 당시 업체 측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토대로 협상에 임했다. 최대한 야구팬들을 위해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Q: 경기 영상의 2차 재가공은 어디까지 허용되나.

A: 입찰 PT에서 티빙은 2차 가공 관련 구단과 KBO엔 전면 허용, 야구팬에게도 어느 정도까지는 풀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확정된 계약상으로도 구단과 KBO는 영상 2차 재가공이 100% 허용된다. 이를 통해 KBO와 10개 구단은 공식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서 KBO 리그 경기 장면이 포함된 다양한 콘텐츠를 폭넓게 제작하여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즐길 거리를 야구팬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길도 열렸다. KBO 관계자는 “구단 디지털 마케팅의 발전을 가로막은 가장 큰 걸림돌 하나가 사라졌다”고 했다. 

일반 야구팬의 경우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쇼츠 영상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KBO는 “야구 팬들이 각종 ‘밈’과 ‘움짤’을 적극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이를 통해 신규 야구 팬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팬들의 다양한 영상 활용을 통해 코어 팬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Q: 일반 팬의 영상 사용은 정말 40초까지만 허용하는 것인가? 41초, 아니면 40.1초만 사용해도 제재받나.

A: 영상을 통한 수익 창출 여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KBO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공식 발표에서 설명한 대로 일반 팬에게도 영상 사용을 어느 선까지는 허용하겠다는 게 CJ ENM의 입장”이라면서 “구독자가 100명도 안 되는 일반 야구팬이 41초, 42초 사용했다고 권리사에서 제재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유튜브를 운영해 수익을 내는 사용자일 경우 이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구독자가 상당히 많고, 영상을 사용해서 수익을 창출한다면 유튜브 정책에 따라 사용 합의나 수익 배분이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다만 이에 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권리사인 티빙의 결정에 달려 있다. 티빙은 12일 KBO 중계 기념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고 대표이사와 임원진이 티빙 정책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유튜브, SNS를 통한 야구 경기 영상 사용 가이드라인도 이날 구체적으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으로 야구중계를 보는 야구팬의 모습(이미지=Bing AI)
스마트폰으로 야구중계를 보는 야구팬의 모습(이미지=Bing AI)

Q: 생중계 영상 외에 티빙에서만 제공하는 부가 기능은 어떤 것이 있나. 

A: 놓친 장면을 다시 볼 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 파티형 관람을 위한 채팅 기능인 티빙 톡 등의 기능은 이미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티빙은 현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응원단장 ‘입 중계’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 KBO 데이터 기반 대진표와 이닝 별 득점 현황, 주요 기록 및 전력, 라인업, 문자 중계도 기존 포털과 동일하게 제공한다. 전 경기 하이하이트, 전체 경기 다시보기, 10개 구단 정주행 채널도 3월 23일부터 정식으로 제공한다. KBO 스페셜관, 홈 구단 설정, 푸시 알람, PIP 기능도 유료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정규시즌 기간엔 매주 1경기를 선정해 경기 시작 최소 40분 전부터 진행하는 스페셜 프리뷰쇼, 감독/선수 심층 인터뷰, 경기 종료 후 리뷰쇼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인 ‘TVING SUPER MATCH’를 선보인다. 또 화제의 명장면과 인물 조명 클립 영상, 야구장 뒷이야기, 야구 초보를 위한 용어·룰 소개와 같은 부가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KBO 관계자는 “3월 23일 시즌 개막에 맞춰 차질없이 서비스 준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우선협상 기간에도 계속해서 준비해왔고 시즌 개막일에 서비스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Q: 돈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라면 쾌적한 사용 환경이 기본이다. 버퍼링, 오류, 먹통 문제는 없을까? 

A: KBO 고위 관계자는 “모르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티빙은 기존에도 KBO리그 중계방송 서비스를 해왔다”면서 “지난해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도 티빙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당시 중계 화질이나 품질과 관련해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 입찰 PT 때도 ‘많은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려도 문제가 없도록 기술적으로 대비돼 있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었다”고 전했다. 권리사 쪽의 귀책사유로 서비스 전체가 먹통이 되는 상황에도 나름의 대비를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Q: 광고형 요금제에서 ‘광고’는 언제 나오나.

A: KBO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생중계 서비스의 경우 프리롤 광고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야구팬들이 보다 빠르게 경기 시청이 가능하도록 하여 시청 경험을 증대시킬 예정”이라 밝혔다. 기존 포털 야구 중계는 처음 중계방송을 재생하면 15초 분량의 광고가 먼저 재생됐다. 티빙의 경우 생중계를 처음 실행했을 땐 광고가 나오지 않는다. 바로 야구중계가 재생되는 방식이다. 

다만 이닝 중간, 투수교체 때는 기존 포털 중계처럼 자체 광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야구 생중계 외의 다른 야구 콘텐츠를 재생하거나, 영화와 드라마 등 기존 티빙 콘텐츠를 클릭했을 때는 광고가 먼저 나온다. 

Q: 최근 OTT 업계에선 대형 업체들이 저렴한 요금제와 계정 공유 허용으로 가입자를 모은 뒤 슬그머니 요금을 인상해서 원성을 사고 있다. 티빙 역시 월 5,500원 요금제로 가입자를 모은 뒤 나중에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A: 이 문제와 관련해 KBO는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뉴미디어 계약 기간 내에 일방적인 요금 인상이 이뤄지는 사태를 방지하는 차원이다. 다만 정확한 티빙 쪽의 입장은 12일 열리는 설명회에서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유료 중계로 인한 라이트팬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교차한다(사진=Bing AI)
업계에선 유료 중계로 인한 라이트팬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교차한다(사진=Bing AI)

Q: 기존 네이버 등 포털에 올라와 있는 영상은 어떻게 되나.

A: 계속 유지 보존할 수 있다. KBO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 포털에 올라와 있는 경기 영상, 아카이브는 계속 놔둬도 무방하다. 이용자가 재생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며 “야구 중계 클린피드, 더티피드는 KBO도 권한을 갖고 있다. 티빙과 계약했다고 기존 계약자가 자료를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티빙이 과거 영상을 사용하길 원할 땐 KBO가 자료를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KBO는 자체적인 영상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포털이나 외부 업체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KBO만의 독자적인 자료실을 구축하는 시도다. KBO 관계자는 “야구회관 건물 내에 아카이브 센터를 만들어 과거 영상과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방송사와 협조해 1982년부터 영상 자료를 모으고 있다. 작업이 완료되면 홈페이지 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에게도 공개할 것”이라 전했다. 

Q: 티빙이 생중계 영상을 포털이나 다른 사업자에 ‘재판매’할 가능성은 있나.

A: 이 부분과 관련해 아직 티빙 측의 명확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재판매 여부는 티빙의 권리”라면서도 “아마도 재판매는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가입자를 늘리고 수익을 내는 게 지상과제인 티빙으로선 이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분산되는 건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12일 열리는 발표회에서 구체적인 답변이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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