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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중 하나는 져야 하기에…아들 정빈-정인 맞대결 가슴 아팠죠” [엠스플 인터뷰]

  • 기사입력 2021.05.11 04:50:05   |   최종수정 2021.05.10 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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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인천 키움-SSG DH 2차전, 김정인-김정빈 형제 선발 맞대결

-KBO리그 40년 역사상 첫 형제 대결…가슴 졸이며 지켜본 어머니

-“형은 천재과, 동생은 노력파…지명 못 받을 줄 알았던 정인이 지명돼서 정말 기뻤죠”

-“형제 맞대결 상상하면 늘 0대 0 무승부로 끝나…엄마는 언제나 중립”

 

 

9일 최초의 형제 선발 맞대결을 펼친 김정빈(우측)-김정인 선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9일 최초의 형제 선발 맞대결을 펼친 김정빈(우측)-김정인 선수(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

 

짚신장수, 우산장수 아들을 둔 부모의 마음이 이랬을까. 5월 9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김정빈-김정인 형제 선발 맞대결을 지켜본 어머니는 ‘0대 0 무승부’를 기도했다. 형이 이기면 동생이 아프고, 동생이 이기면 형이 속상할까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KBO리그 40년 역사상 첫 형제 선발 대결은 운과 우연이 겹쳐 극적으로 이뤄졌다. 원래는 키움 김정인이 8일, SSG 김정빈이 9일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7일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가 미세먼지로 취소됐고, 8일 더블헤더 1차전도 같은 이유로 취소되면서 더블헤더가 열리는 9일로 등판이 미뤄졌다. 그리고 키움이 김정인을, SSG가 김정빈을 2차전 선발로 결정하면서 사상 첫 형제 맞대결이 성사됐다.

 

화순고 1학년 김정인, 경기 기록원 자청한 이유는? “스카우트 분들에게 형 PR 해야죠”

 

어린 시절의 김정빈-김정인 형제.

어린 시절의 김정빈-김정인 형제.

 

어머니 김경희씨는 두 아들의 맞대결 소식을 전날 밤 전화로 전해 들었다. 김 씨는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하루 전날 큰아들이 전화로 ‘내일 정인이랑 선발 대결해’라고 알려줬다. 마침 그날이 아버지 생일이라 ‘아빠한테 좋은 선물 되겠네, 열심히 해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별안간 성사된 맞대결이라 경기장에 직접 가서 보진 못하고, TV를 통해 시청했다. “둘이 붙는다는 소식에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팠어요.” 이유가 뭘까. “누구 하나는 아파야 하잖아요. 형이 이기면 동생이, 동생이 이기면 형이 서운할 테니까요. 동생은 그래도 1승을 했으니까 괜찮은데, 형은 1승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거든요.”

 

두 아들의 맞대결 소식에 어머니 김경희 씨는 큰아들이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 김 씨는 “애들 아빠가 원래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정빈이가 어려서부터 축구를 비롯해 운동을 잘했고 몸도 좋았다. 당시 애아빠 친구 아들이 야구를 했는데, 정빈이에게 ‘너도 한번 해볼래?’ 했더니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야구를 시키게 됐다”고 전했다.

 

“정빈이는 양손잡이였어요. 밥 먹을 때는 오른손을 주로 썼지만 축구를 하거나 공을 다룰 때는 왼손을 사용했죠. 애들 아빠가 정빈이에게 돌을 쥐어준 뒤 양손으로 한 번씩 공을 던져보게 했어요. 어느 손이 더 편하냐 했더니 왼손으로 던지는 게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왼손잡이 투수가 됐어요.” 어머니 김 씨의 말이다.

 

타고난 운동선수인 형과 달리 동생 김정인은 운동에 소질이 없었다. “처음엔 정인이는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 했어요. 어렸을 때 몸이 약했거든요. 그런데 형 따라서 운동장에 몇 번 따라더니더니, 자기도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잘 못 하겠지 싶었는데, 막상 시켜보니 곧잘 하더라고요.”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며 김 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 시절의 김정빈-김정인 형제.

어린 시절의 김정빈-김정인 형제.

 

두 아들을 모두 운동선수로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씨는 “그나마 둘이 같은 학교에 다닌 덕분에 고생이 덜했다”고 떠올렸다. 정빈-정인 형제는 광주화정초등학교-무등중학교-화순고를 함께 다녔다. 

 

“뒷바라지할 일이 참 많아요. 주말이면 경기장에 가서 간식도 준비하고, 이런저런 할 일이 많았어요. 몸은 하나인데 둘이 다른 학교에 다니면 어떻게 다 쫓아다니겠어요. 그래서 둘이 계속 같은 학교에 보냈죠.” 김 씨의 말이다. “저만 고생한 게 아니라 운동선수 부모는 다 그래요. 다들 열성이고, 뒷바라지하느라 고생이죠.” 

 

화순고 시절 정빈-정인 형제를 지도한 이광우 당시 감독(현 두산 베어스 2군 코치)은 “당시 화순고는 선수 수가 부족해 경기를 치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형인 정빈이가 3학년 때 투타에서 좋은 활약을 해주고, 동생 정인이도 잘해서 형제가 함께 팀을 이끌었다”며 “둘 다 투구 밸런스가 좋고, 야구에 대한 욕심도 있어서 좋은 선수가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 김경희 씨는 김정빈이 3학년, 김정인이 1학년일 때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정인이가 경기 때마다 항상 자청해서 경기 기록지 쓰는 역할을 맡았어요. ‘운동해야지 왜 기록지 쓰고 있니’ 물어보니까 ‘스카우트 선생님들께 우리 형 PR 하려면 이 방법이 최고’라지 뭐에요.” 

 

고교야구에선 경기에 나가지 않는 저학년 가운데 2명이 기록원 역할을 맡는다. 경기 내용 기록과 기초적인 전력분석 역할을 겸한다. 기록 담당 선수는 주로 홈플레이트 뒤편에 프로 스카우트들과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 김 씨는 “기록을 하면 스카우트 분들과 자연스럽게 인사하며 대화하게 되고, 형에 대해서 좋은 얘기를 전할 기회가 생긴다고 하더라”며 “스카우트와 미리 친해 놓으면 자기가 3학년 됐을 때 기억해주는 분도 있을 거라고 해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빈이는 워낙 운동신경이 좋고 몸으로 하는 건 뭐든 잘하는 편인데, 동생은 달리기도 느리고 운동신경이 형보다는 못했다”며 “그래서인지 더 노력을 많이 했다. 형이 잘하니까 자기도 더 욕심이 났던 것 같다. 운동하다 잘 안 되면 혼자 마당에 나가서 밤늦게까지 훈련하는 노력파였다”고 전했다. 

 

화순고 에이스로 맹활약한 김정빈은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SK(현 SSG)에 3라운드 28순위로 지명됐다. 동생 김정인도 2015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에서 넥센(현 키움)의 지명을 받고 형을 따라 프로 선수가 됐다. 어머니는 “사실 동생 정인이는 프로 지명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정빈이는 워낙 잘했으니까 당연히 지명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정인이는 옆에서 볼 때 약간은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지명이 될까 싶었죠. 사실 지명이 안 되면 대학에 보낼 생각도 있었는데, 의외로 프로 지명을 받았어요. 그래서인지 정인이가 지명됐을 때 좀 더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큰아들 지명 때도 기뻐했지만요.”

 

“두 아들 맞대결, 상상 속에선 항상 0대 0 무승부로 끝나”

 

3이닝씩 던지고 내려간 김정인과 김정빈(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3이닝씩 던지고 내려간 김정인과 김정빈(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9일 열린 KBO 사상 첫 형제 선발 대결은 김정빈이 3이닝 무실점, 김정인이 3이닝 3실점하고 조기 강판당해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김정빈은 3회까지 점수는 주지 않았지만 투구 수가 다소 많아 일찍 내려갔다. 숨죽인 채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김경희 씨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요즘 페이스가 좋아서 정인이가 잘 던질 줄 알았는데, 홈런을 맞더라고요. 큰아들은 작년에 해놓은 게 있어서 올해 더 좋은 활약을 기대했는데, 아직은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워요. 운동이란 게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어느 정도 따라야 하는데, 아직은 운이 안 따르는 것 같네요.” 

 

물론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형 김정빈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1군 투수로 자리 잡는 중이고, 동생 김정인도 6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벤치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언젠가 운때가 맞으면 또 한 번의 형제 선발 맞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만약 형제가 다시 맞붙으면 그때 어머니는 누구를 응원할까. 어머니 김 씨는 웃으며 “저는 중립”이라고 말했다. “사실 아빠는 큰아들이 집안의 기둥이라고 큰아들이 이겼으면 하더라고요. 하지만 엄마인 저는 두 아들 중에 누구 편을 들 수가 없어요. 예전부터 둘이 맞대결하면 어떨지 상상해봤는데, 매번 제 상상에선 0대 0 무승부로 끝나곤 했어요. 어제 경기도 둘 다 5회까지 실점 없이 막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봤고요.”

 

끝으로 두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김 씨는 “1군에 올라왔으니 열심히 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보통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빈이와 정인이가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돌아보고, 주위를 잘 살피며 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 아빠에게 효도하는 아들이 되길 바라고요. 지금도 충분히 착하고 말 잘 듣는 아들들이지만요. 정빈, 정인아. 엄마가 다음에는 꼭 경기장에 가서 응원할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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