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KBO의 허민 의장 징계에 불복 의사 밝혀…“사법기관 판단 받겠다”

-이택근 반발 “구단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다는 게 가슴 아프다”

-KBO도 유감 표명 “일반 사회보다 강한 제약 있는 건 당연…법적 대응 유감”

-일구회도 비판 성명 내 “소송전, 야구계와 팬의 강력한 저항 불러올 것”

-프로야구선수협회도 입장문 발표해 강도높은 비판 “리그 퇴출까지도 고려할 사안”

KBO로부터 2개월 자격정지 제재를 받은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사진=엠스플뉴스)
KBO로부터 2개월 자격정지 제재를 받은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O(한국야구위원회) 징계에 불복하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키움 히어로즈를 향해 이택근도, KBO도, 야구 관계자와 선수들까지 일제히 비판의 날을 세웠다. 리그 구성원 간의 합의를 부정하는 키움을 리그에서 퇴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키움의 적반하장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키움은 12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KBO가 전날 허민 이사회 의장에 내린 자격정지 2개월 징계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움은 “구단과 단장에 대한 엄중 경고 처분에 대해서는 KBO의 징계를 수용한다”면서도 허민 의장에게 내린 징계에 대해선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기로 결정했다”며 불복 의사를 드러냈다.

키움 강태화 마케팅 상무는 “아직 어떤 형태로 법적 대응을 진행할지는 밝히기 어렵다. 다만 허 의장에 대한 KBO 징계가 법적으로 부당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대표이사가 공석인 가운데 의장까지 자리를 비울 경우 구단 업무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는다는 점을 앞세워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

- 키움 불복 의사에 온 야구계 반발…이택근부터 KBO, 일구회까지 나섰다 -

처음 키움 팬 사찰 의혹을 제기한 이택근(사진=엠스플뉴스)
처음 키움 팬 사찰 의혹을 제기한 이택근(사진=엠스플뉴스)

키움의 이런 입장에 야구계는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팬 사찰 문제를 처음 제기한 전 키움 선수 이택근은 “구단에 내려진 KBO 징계 수위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아 실망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KBO의 판단이기에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법적 다툼을 예고한 구단의 태도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택근은 “구단에서 최소한 ‘재발 방지’ 약속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 정도를 기대하는 게 큰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과 한마디 없는 구단의 태도에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무너진 느낌이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택근은 “KBO리그의 일원인 구단이 KBO 징계에 불복한다는 건 KBO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지금 구단의 대응을 보면 초등학생만도 못한 판단력과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몸담았던 구단이 이렇게 무너진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라고 비판했다.

KBO 관계자도 강한 유감을 표현했다. 류대환 사무총장은 “키움은 KBO리그 구성원이 아닌가요?”라고 질문한 뒤 “KBO리그 구성원들에겐 일반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범이 요구된다. 모든 국민과 팬이 보는 스포츠인만큼 타의 모범이 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 선수가 출전정지 징계를 받고, SNS 물의를 빚은 선수가 벌금을 내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설명했다.

류 총장은 “리그에 들어올 때 선수든 구단이든 모두가 리그에서 어떤 규범을 요구하는지 알고 동의한 것 아닌가. 리그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구성원 간에 합의한 규정을 지키고, 징계가 내려지면 따를 의무가 있다. 리그에서 내린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정으로 가져가는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들조차 키움의 대응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지방구단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에 “히어로즈 구단이 이 정도로 망가진 줄은 몰랐다. 그동안 리그 발전을 위해 키움 같은 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스럽다”며 “KBO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리그 퇴출까지 가능한 사안인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원로 야구인들의 모임인 일구회도 키움의 법적 대응 움직임에 경고장을 보냈다. 일구회는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KBO 상벌위원회가 키움 허민 의장에게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부과한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뒤 “키움은 허민 의장을 징계하면 법적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프로야구의 존재 기반인 팬은 물론이고 중요 구성원인 선수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음에도 그 잘못을 사죄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구회는 “KBO의 징계에 키움, 혹은 허민 의장이 실제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때는 일구회는 물론이고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이 KBO와 함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며 “소송전은 곧 야구계와 팬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올 수 있음을 키움과 허민 의장은 깨달아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 선수협도 화났다 “리그 퇴출까지 고려할 사안” -

양의지 선수협 회장(사진=엠스플뉴스)
양의지 선수협 회장(사진=엠스플뉴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임인 선수협도 가세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회장 양의지)는 29일 오후 키움 구단의 ‘징계불복’에 대한 비판이 담긴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번 입장문은 10개 구단 선수들과 이사들이 뜻을 모아 발표한 것으로, 키움 선수단 역시 입장문을 작성하는 데 참여했다. 사실상 키움 선수들조차 허민 의장과 수뇌부를 향한 비판에 동참한 셈이다.

우선 선수협은 “어제(28일) KBO 상벌위원회에서 발표한 키움 히어로즈 허민 의장의 직무 정지 2개월 제재와 관련하여 KBO 결정에 존중의 뜻을 전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힌 뒤 “KBO 상벌위원회의 허민 의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이 향후 선수 권익을 침해하는 구단의 갑질 행태를 근절시키고, 프로야구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법적대응’을 예고한 키움의 행태에는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 선수협은 “KBO 상벌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허민 의장의 태도는 리그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시키는 것이며 리그 퇴출까지도 고려 되어야할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직접적인 피해자인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에게 아직까지도 사과 한마디 없는 허민 의장의 태도와 재발 방지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는 키움 구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선수협은 “키움 히어로즈 허민 의장이 KBO 징계를 수용하고 프로야구 선수와 팬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는 것과 더불어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KBO 리그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할 자세이자 막중한 책임임을 말씀드리며, 허민 의장은 KBO 리그 가치를 더 이상 훼손하지 말고 선수, 팬 그리고 KBO를 존중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선수협은 “선수들의 권익보호와 더불어, 프로야구의 근간인 팬을 위한 협회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며 “선수와 팬이 구단으로부터 존중받는 KBO 리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끊임없이 낼 것”이라 다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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