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보살 뒤 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이정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홈 보살 뒤 당당하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이정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타구가 내 쪽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점도 주기 싫었는데,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덕분에 좋은 송구가 나왔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못 하는 게 없다. 이정후가 타석에선 결승 적시타로, 수비에선 레이저 홈 송구로 키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정후는 8월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 상대 시즌 11차전에 4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키움은 이정후의 활약과 박병호의 쐐기 2점 홈런, 선발 에릭 요키시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LG를 5대 1로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먼저 공격에서 활약. 0대 0 팽팽한 균형이 이어진 3회말 공격, 2사 만루 찬스에서 이정후가 타석에 나섰다. 볼 3개를 골라낸 이정후는 4구째 스트라이크를 하나 보낸 뒤 LG 선발 김윤식의 5구째 빠른 볼을 정확하게 받아쳤다.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적시타. 이정후의 안타로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아 키움이 2대 0으로 먼저 앞서 나갔다.

다음은 수비에서 활약. 5대 0으로 앞선 8회초 LG 공격. 투수 김상수가 볼넷과 안타로 2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타석엔 LG 4번타자 김현수. 앞선 세 타석 무안타에 그친 김현수는 김상수의 5구째를 공략해 우익수 쪽으로 날려 보냈다. 발빠른 2루주자 홍창기라면 홈을 노려볼 만한 타구.

하지만 이정후의 송구가 홍창기의 발보다 빨랐다. 빠르게 대시해 공을 잡은 이정후는 자로 잰 듯 정확한 송구를 박동원의 미트에 꽂아넣었다. 홍창기가 태그아웃되며 그대로 이닝 종료. 1회초 박준태의 홈 보살로 선취점 허용 위기를 넘겼던 키움은 이정후의 보살로 또 한번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결국 경기는 5대 1 키움의 승리로 끝났고, 선발 요키시는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김윤식은 초등학교 후배다. 어렸을 때 함께 야구하며 자란 친한 후배지만, 승부는 승부”라며 “어제 우리 팀이 졌고, 에이스가 나온 경기에서 선취점을 빨리 내지 못하면 자칫 말릴 것 같아 집중한 게 좋은 안타가 됐다”고 말했다.

4번 타순에 대해서는 “타순에 대한 부담감은 별로 없다. 타순을 크게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득점권이 자주 오는 것 같아서 재미있고,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8회 홈 보살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정후는 “1회에 박준태 형이 먼저 (보살을) 해줘서 우리가 리드할 수 있었다. 거기서 점수를 줬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8회에도 점수를 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한테 공이 왔으면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 점도 주기 싫었는데, 미리 생각하고 있었던 덕분에 좋은 송구가 나왔다”고 했다.

적시타와 홈 보살 중에 어느 쪽이 더 기뻤는지 묻자 이정후는 “홈 보살”을 택했다. “평소에서 보살을 하면 기분이 좋다. 한 점을 낸다는 생각보다 한 점을 지킨다는 생각이 강하다. 마침 주장 선배님(김상수)이 던지고 계시는데, 점수를 안 주고 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정후의 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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