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승리조 박진형, 오른 팔꿈치 통증으로 1군 말소

-승리조 박진형 이탈로 롯데 뒷문 변화 불가피

-1군 엔트리에 롱맨만 6명…허문회 감독 “엔트리 투수 전원 활용”

-2019 키움 한국시리즈 이끈 벌떼 불펜 전략 벤치마킹?

롯데 강동호, 이인복, 박진형(사진=롯데)
롯데 강동호, 이인복, 박진형(사진=롯데)

[엠스플뉴스=창원]

잘 나가던 롯데 자이언츠 불펜 앞에 암초가 나타났다. 시즌 초반 등판이 잦았던 승리조 우완 박진형이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승리조는 없는데 롱릴리프 요원은 1군 엔트리에 5명이나 된다. 인사이동과 보직 개편이 필요해진 롯데 불펜이다.

롯데는 7월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박진형의 엔트리 말소를 알렸다. 말소 사유는 오른 팔꿈치 미세 통증. 어깨 부상 전력이 있는 박진형은 올 시즌 팀 내 불펜 최다인 24경기에 등판했고 연투 6번에 6월에만 3연투를 두 번 소화할 정도로 등판이 잦았다. 6월 중순부터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등 조짐도 있었다.

롯데 관계자는 “휴식도 취하고 병원 검진도 받을 겸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알렸다. 구승민-김원중과 함께 리그 최강 승리조의 한 기둥이 빠져나간 롯데다. 롯데는 2일 현재 불펜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 4.14승으로 전체 1위, 불펜 평균자책 4.71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대신 올라온 투수는 베테랑 좌완 장원삼이다. 허문회 감독은 1일 선발 등판을 앞둔 장원삼에 대해 2군에서 볼이 좋았다. 오늘 하루만 쓰기보단, 될 수 있는 대로 (경기 후에도) 1군에 데리고 있으려 한다고 했다. 이날 장원삼은 NC 강타선을 6회까지 4실점으로 막는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쳤다. 7회 벤치 미스와 악송구 3개로 2점을 추가로 내주긴 했지만, 노장의 저력을 보여준 호투였다.

“엔트리에 있는 투수 14명 다 쓴다” 키움식 벌떼 불펜, 롯데에서 재현?

롯데의 베테랑 투수 송승준과 장원삼(사진=롯데)
롯데의 베테랑 투수 송승준과 장원삼(사진=롯데)

박진형의 말소와 장원삼의 엔트리 잔류로 롯데 불펜 운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1군 엔트리에서 승리조 투수 하나가 사라진 가운데, ‘롱릴리프’로 분류되는 투수가 6명(송승준, 박시영, 장원삼, 이인복, 김대우, 강동호)이나 되기 때문이다. 휴식차 말소한 영건 서준원이 4일 이후 올라와도 5명은 계속 1군에 남는다.

일단 허문회 감독은 승리조와 추격조 구분 없는 운영을 시사했다. 허 감독은 1일 경기 전 14명의 선수를 다 쓰려고 한다. 승리조 투수도 컨디션이 나쁠 때는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최대한으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엔트리에 있는 선수들을 언제나 믿고 쓰는 게 감독인 내 역할이라 했다. 대외적으로 ‘롱맨’으로 여겨지는 투수라도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 기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롯데는 6월 30일 창원 NC전에서 불펜투수 11명을 투입하는 벌떼 마운드 전략으로 승리를 거뒀다. 오프너 김대우가 2.1이닝을 막고 내려간 뒤 4회부터 이인복이 올라와 1.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고, 연장전에서는 송승준과 강동호 등 승리조와 거리가 먼 투수들로 NC의 화력을 막았다. 기용법을 놓고 말이 많았던 마무리 김원중을 8회와 9회 2이닝씩 던지게 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6월 이후 송승준은 7경기 평균자책 3.00, 이인복은 11경기에서 평균자책 2.70, 김대우는 8경기 평균자책 0.84로 성적이 좋다. 허 감독은 강동호도 어제(1일) 2군에서 올라오자마자 힘든 경기에서 잘 던졌고, 이인복도 계속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시즌 기록은 좋지 않지만 박시영도 좌타자 상대(피안타율 0.135)로, 진명호는 우타자 상대(0.095)로 강점이 있다. 활용하기 나름이다.

투수진을 폭넓게 활용하는 이런 운영은 지난해 윤영삼, 양현, 이영준, 김성민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불펜 과부하를 줄였던 키움의 마운드 전략을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다. 장정석 감독(현 KBSN 해설위원)은 조상우를 6회부터 투입하는 파격과 롱릴리프 투수들을 폭넓게 활용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당시 허 감독은 키움에서 수석코치 역할을 맡았다.

허 감독은 “야수들은 물론 투수들도 중간투수들을 믿고 엔트리에 있는 14명을 다 쓰려고 한다. 선수들이 잘해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진형과 구승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던 시즌 초와는 확실히 달라진 자세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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