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새 외국인 타자로 MLB 올스타 유격수 출신 에디슨 러셀 영입

-2016년 컵스 우승 주역…여전한 공격력과 운동능력 자랑

-가정폭력으로 40경기 출전정지 전력…키움 “물리적 폭력 아냐”

-유격수와 2루수로 활용할 예정, 김하성 포지션에 어떤 영향 끼칠까

키움 히어로즈에 합류한 에디슨 러셀(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에 합류한 에디슨 러셀(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은 6월 21일 고척 SK 전에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올 시즌 김하성의 13번째 3루수 선발 출전 경기. 대신 유격수로는 김혜성이, 2루수로는 서건창이 각각 선발로 나섰다.

처음 3루수 겸업을 시작한 2018시즌 김하성의 3루수 선발 출전 경기는 12경기(유격수 126경기)에 불과했다. 당시만 해도 3루는 가끔 나오는 ‘알바’ 수준이었다. 지난 시즌엔 3루수 출전 경기가 36경기(유격수 106경기)로 증가해 환타지 게임 포지션에 ‘3B, SS’라고 분류할 정도가 됐다.

올 시즌엔 6월 22일 현재까지 3루수로 13경기, 유격수로 29경기에 출전해 3루수 비중이 더욱 커졌다. 그리고 어쩌면 남은 시즌 동안엔 3루수 출전 경기가 유격수 경기보다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유격수 출신 에디슨 러셀(Addison Russell)이 키움 유니폼을 입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격력-운동능력 여전한 러셀, KBO리그 최고 외국인 타자 예약

러셀은 2016년 21홈런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러셀은 2016년 21홈런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키움은 20일 새 외국인 타자로 시카고 컵스 출신 내야수 에디슨 러셀을 총액 53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2012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1순위로 입단해, 2014년 베이스볼 아메리카(BA) 선정 전체 유망주 랭킹 3위를 차지하고, 2015년 나이 21살에 빅리그 주전 선수로 올라선 뒤, 2016년 컵스를 108년 만의 우승으로 이끈 그 에디슨 러셀이 맞다. 그간 키움이 영입했던 모든 외국인 선수는 물론, KBO리그 모든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도 이름값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간 KBO리그행을 택하는 외국인 선수는 크게 두 부류였다. 한때 유망주였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가치가 크게 하락해 더는 빅리그에서 뛰기 어렵거나, 빅리그에서 뛰기엔 어딘가 부족한 AAAA급 선수가 대부분이다. 반면 러셀은 바로 지난 시즌까지도 빅리그 주전 내야수로 활약했고, 현재도 기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러셀은 지난해 빅리그 82경기에 출전해 9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한 OPS 0.699는 데뷔 시즌(0.696) 성적이나 커리어 평균(0.704)과 큰 차이 없는 타격 성적이다. 스탯캐스트 제공 배럴 타구 비율(6.9%, 커리어 5.9%)이나 출구속도(139.9km/h, 커리어 136.7km/h), 강한 타구 비율(28.1%, 커리어 29.8%)도 커리어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ZIPS 프로젝션은 러셀의 2020시즌 성적을 타율 0.243에 OPS 0.717과 12홈런 49타점으로 2017시즌(0.239 12홈런 43타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했다. 내야진이 약한 팀에선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수준이다. 유망주 시절보다 약간 가치가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타자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러셀이다.

수비력과 운동 능력도 여전하다. 스탯캐스트가 제공하는 수비스탯 OAA(Outs Above Average) 상으로 2019년 러셀은 유격수 자리에서 +1을, 2루수 자리에서 +5를 기록했다. 2017시즌 OAA 13을, 2018시즌엔 OAA 14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MLB 전체 야수 중에서도 87%에 해당하는 최상위권 기록이다.

스탯캐스트는 러셀의 스프린트 스피드도 MLB 상위권으로 평가했는데 2018년 전체 유격수 중에 39위, 2019년 전체 2루수 중에 27위에 해당하는 스피드를 보였다. 참고로 그 수비 잘하는 롯데 딕슨 마차도가 2017시즌 3개 포지션에서 OAA +1을, 2018시즌 2루수로 -1을 기록한 바 있다.

유격수 러셀 영입, 김하성 3루 전향으로 이어지나

러셀은 여전히 뛰어난 수비력과 운동 능력을 자랑한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러셀은 여전히 뛰어난 수비력과 운동 능력을 자랑한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처럼 러셀의 현재 기량과 몸 상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KBO리그 적응만 잘하면 마차도급 수비력과 로맥급 장타력을 발휘할 재능을 지닌 선수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가정폭력’ 전력도 키움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러셀은 2018년 10월 MLB 사무국으로부터 ‘40경기 무보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18년 8월 이혼한 전 부인(멜리사)이 SNS에 ‘러셀에게 폭행당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2주간의 조사를 거쳐 40경기 출전 정지가 확정됐다.

키움 관계자는 다각도로 조사한 결과 물리적 폭력이 아닌 문자메시지를 통한 언어폭력으로 확인됐다. 만약 물리적 폭력이었다면 가정폭력에 엄격한 MLB가 80경기 이상 징계를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키움 관계자는 “물론 언어폭력도 잘못된 행동이 맞지만, 사건 배경엔 외부에 밝히기 곤란한 러셀 부부의 사정이 있었다. 이미 MLB에서 징계를 받았고, 선수 본인도 크게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엠스플뉴스는 이 문제와 관련해 몇몇 MLB 스카우트와 관계자에게 문의했다. 한 MLB 구단 관계자는 “키움의 설명이 내가 아는 사실관계와 다르지 않다. 처음 러셀의 가정폭력 의혹을 제기한 게 러셀 전처의 ‘여자친구’인데, 당시 구단과 MLB에서 조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증거가 없었다”고 전했다. 2017년 러셀 전처의 여자친구는 SNS 댓글로 러셀의 ‘신체적 학대’를 암시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러셀의 전처는 MLB 사무국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NL 구단 스카우트는 가정폭력 사건과는 별개로 러셀은 인성 면에서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팀 동료들과 관계도 좋았고, 훈련 태도나 멘탈 면에서도 평가가 좋았다. KBO리그에 적응해서 뛰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른 NL 구단 스카우트도 비슷한 평가를 전했다. 물론 이전에도 선수들의 사건·사고가 잦았던 키움이 굳이 논란 많은 선수를 데려와야 했느냐는 비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키움은 러셀을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와 2루수로 기용할 예정이다. 3루수 기용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전 유격수 김하성과 포지션 중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해 키움 관계자는 “비자 발급 기간 2주와 자가격리 기간 2주를 합해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다. 앞으로 한달간 우리 구단이 어떤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지 지켜봐 달라”고 했다.

키움은 ‘멀티포지션’으로 답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김하성은 유격수와 3루수를, 김혜성은 2루수 외에도 유격수와 3루수를 겸하고 있다. 러셀이 합류하면 유격수와 2루수를 번갈아 맡기고 김하성에게 유격수와 3루수를, 김혜성에게 2루수와 유격수를 맡기는 기용이 예상된다. 이를 통해 미국 진출을 앞둔 김하성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차기 유격수를 준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NL 구단 스카우트는 키움에서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도 메이저리그 진출 후엔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활약했다. 올 시즌 뒤 미국 진출을 시도할 예정인 김하성도 유격수와 3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면, 본인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김하성은 3루수로 타구처리율 79.31%, 유격수 자리에선 88.30%로 3루와 유격수 수비력 차이가 컸다. 올해는 3루수로 88.3%, 유격수로 90.32%로 격차를 좁혔다. 과도기를 거쳐 이제는 3루 수비에 어느 정도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ML 올스타 출신 유격수와 ML 진출을 노리는 유격수를 함께 보유한 키움이 남은 시즌 내야진을 어떻게 꾸려갈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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