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김혜성(사진=키움)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김혜성(사진=키움)

[엠스플뉴스=고척]

외국인 타자 테일러 모터가 퇴출당한 날, 키움 히어로즈 국내 타자들의 방망이가 폭발했다. 서건창 대신 나온 김혜성은 올 시즌 리그 1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고, 모터 대신 3루수를 맡을 김웅빈은 3안타 경기를 펼쳤다. 16안타 14득점을 몰아친 키움이 KT에 대승을 챙겼다.

5월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시즌 2차전. 이날 경기를 앞두고 키움은 외국인 타자 모터의 웨이버 공시를 알렸다. 10경기 타율 0.114에 그친 모터를 빠르게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새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려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낫다는 게 키움의 판단이었다.

이날 경기엔 주전 2루수 서건창도 팔꿈치 염증으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모터 대신 3루를 보게 될 김웅빈이 3번타자로 나서고 김혜성이 2루수 겸 7번타자로 배치된 라인업. KT 외국인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상대라 많은 점수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실제 키움은 3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그사이 장성우의 선제 투런포로 점수를 내줘 0대 2로 끌려갔다.

그러나 키움은 4회말 공격에서 홈런 두 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박동원의 솔로 홈런에 이어 김혜성이 시즌 1호 홈런을 날려 단숨에 2대 2 동점을 이뤘다. 풀카운트에서 쿠에바스의 몸쪽 높은 포심을 받아친 타구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짜리 홈런으로 연결됐다.

기세를 탄 키움 타선은 5회말 공격에서 3점을 뽑아내 경기를 뒤집었다. 이번에도 박동원-김혜성이 앞장섰다. 1사 2, 3루에서 박동원의 2타점 2루타가 터졌고, 이어진 1, 2루 찬스에선 김혜성의 적시타로 5대 2를 만들었다. 쿠에바스는 채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6회엔 한 이닝에 7득점을 뽑아내며 KT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바뀐 투수 류희운을 상대로 연속 볼넷에 이은 김웅빈의 적시타로 1점, 박동원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을 더했다. 여기서 바뀐 투수 좌완 하준호 상대로 김혜성이 우익선상 2루타를 날려 주자 둘을 불러들였고, 김주형의 2타점 적시타와 폭투가 이어지며 7득점. 키움이 12대 2로 앞서나갔다.

KT가 주전 야수 대부분을 교체하면서 손수건을 던진 상황. 이제 관심은 사이클링 히트까지 3루타 하나만 남겨둔 김혜성의 기록 달성에 쏠렸다. 그리고 8회말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1사 후 타석에 나온 김혜성은 이강준의 3구째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날렸다.

역대 26번째, 키움 프랜차이즈 역대 2번째(1호는 서건창), 올 시즌 리그 1호 사이클링 히트 대기록이 나온 순간이다. 키움은 박준태의 희생플라이와 김하성의 적시타로 2점을 더해 이날 전광판에 ’14’란 숫자를 새겼다.

이날 키움은 총 16개 안타와 볼넷 7개를 묶어 14점을 뽑아내는 화끈한 공격을 선보였다. 올 시즌 키움의 한 경기 최다득점. 6이닝 동안 볼넷 없이 5피안타 2실점으로 잘 던진 선발 최원태에게 5경기 만에 첫 승리를 안겼다. 최원태는 “경기가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수비 도움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동료들이 멘탈에도 큰 도움을 줬다”며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앞으로 주전 3루수 공백을 채울 김웅빈이 3안타를 몰아치고, 시즌 초반 부진했던 김혜성이 4안타를 때려내는 등 국내 타자들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준 게 고무적이다. 당분간 외국인 타자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키움으로서는 긍정적인 신호. 손혁 감독도 “공격이 활발하게 터져줘서 쉽게 경기를 잡을 수 있었다”며 “타선이 살아나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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