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경쟁 라이벌 SK와 두산, 2대2 전격 트레이드 성사

-SK로 이흥련, 김경호 가고 두산으로 이승진, 권기영 간다

-이재원 부상에 급했던 SK, 이흥련 영입해 안방 보강

-불펜 불안에 시달린 두산, 이승진 영입…현재보다 미래 초점

두산으로 이적하게 된 이승진과 SK 안방에 합류한 이흥련(사진=SK, 두산)
두산으로 이적하게 된 이승진과 SK 안방에 합류한 이흥련(사진=SK, 두산)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2018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우승한 팀이다. 두산 베어스. 2019년 SK와 선두 다툼 끝에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2년간 리그 정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두 팀이 전격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9일 두 팀은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가 SK로, 투수 이승진과 포수 권기영이 두산으로 가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보통 우승 경쟁을 펼치는 팀끼리는 웬만하면 트레이드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시즌 초반 절박한 두 팀의 상황이 반영된 트레이드라고 볼 수 있다. 포수 강화가 급했던 SK와 불펜 보강이 필요한 두산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두산은지난 주말 3연전 기간 감독끼리 대화를 나누다가 트레이드 얘기가 나왔고, 27일과 28일 카드를 맞춘 끝에 29일에 확정됐다고 알렸다. 염경엽 SK 감독은 우리는 즉시전력 포수가, 두산은 불펜 투수가 필요했다. 서로 부족한 부분에 조건이 맞아 트레이드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2차례 우승 경험’ 이흥련, SK 안방 급한 불 껐다

올 시즌을 앞두고 순발력 향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이흥련(사진=엠스플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순발력 향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이흥련(사진=엠스플뉴스)

이흥련 영입으로 SK는 일단 안방의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주전 포수 이재원이 개막 3경기 만에 부상으로 이탈한 뒤, SK는 심각한 안방 불안에 시달렸다. 팀이 10연패 수렁에 빠지고,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포수 문제였다.

올 시즌 SK 포수진은 마치 지난해 롯데 포수진을 떠오르게 한다. 사실 시즌 전부터 SK 안방엔 불안 요소가 있었다. 지난해까지 백업 역할을 잘 수행했던 허도환이 KT로 이적하며 백업 포수가 마땅치 않았던 상황.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홍구, 이현석이 이재원을 백업하며 경험을 쌓는 그림을 그렸지만 이재원의 부상 이탈로 계획이 헝클어졌다. 백업 역할도 벅찬 포수들에게 주전 마스크를 씌워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올 시즌 SK 포수진의 타율은 0.129로 롯데와 함께 공동 꼴찌다. 포수진의 OPS는 0.370으로 사직이나 창원 전광판에선 타율처럼 보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타율만 보여주는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전광판에선 포수 공격력 부재를 감출 수 없다.

그래도 타격은 수비력에 비하면 문제도 아니다. 올 시즌 SK 포수진의 9이닝당 폭투+포일은 0.723으로 리그 9위에 그치고 있다(10위 KT). 폭투 15개로 리그 최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103개로 지난해 롯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시즌 100폭투 이상 팀이 될 기세다.

도루저지율 평균도 23.1%로 리그 9위. 상대팀의 도루시도율은 8.2%로 최다 2위다. SK와 만난 상대 팀은 여차하면 2루로 뛰고 있다. 상대가 SK 안방을 만만하게 보고 있단 얘기다. 안방이 흔들리자 마운드가 흔들리고, 불펜이 무너지는 연쇄 효과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흥련은 SK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흥련은 SK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SK에 합류한 이흥련은 홍익대 시절 대학리그 최고 포수로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삼성 시절 두 차례 한국시리즈와 한 번의 우승을 경험했고, 두산에 와서도 지난해 한국시리즈와 우승을 경험했다. 1군에서 통할 수준의 수비력과 공격력, 1군 무대 경험을 갖췄다는 점에서 현재 SK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이흥련은 지난해 두산 포수 중에 가장 좋은 블로킹 지표(9이닝당 폭투+포일 0.297)을 기록했다. 도루저지율도 33.3%로 무난한 수준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수비 순발력 향상을 위해 하체 운동, 풋워크 훈련을 집중적으로 소화했다. 그 결과 캐칭과 블로킹에서 순발력이 좋아졌단 평가다.

공격에서도 어느 정도 기여할 능력을 갖췄다. 삼성 시절인 2016년 1군에서 타율 0.260에 6홈런 장타율 0.453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지난해도 1군 27경기에서 타율 0.310으로 정확성을 뽐냈다. 지난해 퓨처스에선 27경기 타율 0.306에 3홈런 장타율 0.516을 기록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느린 스윙 스피드를 보완하기 위해 타격 자세에도 변화를 줬다.

염경엽 감독도이흥련은 이재원이 돌아올 때까지 주전 포수로 활용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재원이 돌아오면 기존 백업 포수진인 이홍구-이현석과 경쟁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2군에 있는 어린 포수진이 경험을 쌓고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도 기대된다.

한편 이흥련과 함께 SK로 건너온 김경호는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이 장점인 우투좌타 외야수. 야탑고 시절엔 김하성, 박효준 못지않은 공격력을 자랑했던 선수다. 염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의 타자로 올 시즌 공격력 부진이 심각한 SK 타선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이번 트레이드로 SK는 팀 전력상 취약한 부분을 어느 정도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SK가 겪는 부진의 이유가 단순히 ‘전력 공백’ 때문이었다면, 트레이드 효과를 통해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SK의 부진에는 전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원인이 얽혀 있다는 분석도 있어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폼 떨어진 이승진, 1군 불펜 급한 두산에 도움될까

커터성 속구와 커브가 일품인 이승진(사진=엠스플뉴스)
커터성 속구와 커브가 일품인 이승진(사진=엠스플뉴스)

두산은 이승진 영입으로 불펜 보강 효과를 노린다. 두산은 올 시즌 불펜 붕괴로 큰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불펜 평균자책 7.96으로 리그 꼴찌. 블론세이브 2차례에 승계주자 실점률 59.6%(10위)에 그치고 있다. 타선의 힘으로 상위권 유지는 하고 있지만, 불펜이 무너지면서 매 경기 힘든 승부를 거듭하고 있다.

김태룡 단장은 불펜을 보완해 보려고 이흥련 카드를 들고 여러 구단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잘 맞는 곳이 없었다SK와 여러 카드를 맞추다 우리는 약간 어린 불펜투수를 데려오고 SK는 포수를 보강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했다. 여기에 2군 포수진 강화를 위해 스카우트 의견을 참고해 권기영도 함께 데려왔단 설명이다.

두산에 합류한 이승진은 야탑고 출신 우완투수로 2014년 SK에서 데뷔해 올해 프로 7년 차다. 지난 두 시즌 1군 무대에서 등판 경험을 쌓았고, 우승 시즌인 2018년엔 1군 주축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상무야구단에서 일찌감치 군복무도 마쳤다.

이승진의 주무기는 컷패스트볼처럼 휘어지는 특유의 속구. 키움 손혁 감독은 SK 투수코치 시절 이승진의 공에 대해 커터처럼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지녔다. 한가운데만 보고 던져도, 볼의 변화가 심해 코너워크가 된다.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마구’라고 칭찬했다. 최고구속은 147km/h까지도 나온다. 여기에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를 세컨피치로 구사한다. 이승진의 커브는 우완투수 평균보다 훨씬 큰 상하 무브먼트를 보인다.

다만 지난해부터 구속과 폼이 떨어지면서, 현재는 2018년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속 증가를 위해 체중을 늘리다 릴리스포인트를 잃었다는 평가가 있다. 지난해 1군에선 17경기에서 17실점(평균자책 8.05)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퓨처스 성적은 17경기 43이닝 평균자책 3.35를 기록했고, 올해는 퓨처스에서도 6경기 평균자책 12.96에 그쳤다.

두산도 이를 모르진 않는다. 김태룡 단장은 “지금은 조금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김상진 코치가 ‘그 정도면 괜찮은 카드다. 140km/h 중반을 던지는 만큼, 조금 교정만 하면 괜찮은 투수’라고 추천했다”며 “우리 2군에 어린 투수들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영입해서 대비해놔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의 설명만 들으면 현재보단 미래를 본 트레이드에 가깝다. 즉시 1군에서 기용할 불펜이 필요한 두산 팀 사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김태룡 단장은 이승진이 팀에서 원했던 최상의 불펜 카드는 아니란 점은 인정하면서도, 1군에서도 쓸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팀에) 합류하면 직접 한번 보고 싶다고 한다며 1군 기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두산의 공식 설명 자료에선 “선발, 롱릴리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1군 경험이 있고, 1995년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자질이 있다. 미래를 내다본 트레이드”라며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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