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린드블럼, 골든글러브 시상식 직접 참석해 수상
-“ML 진출 추진 중, 한국 야구팬들과 마지막 인사 나누고 싶었다.”
-“나를 도와준 포수 강민호와 양의지, 그리고 박세혁에게 감사하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그리울 것, ‘팬’으로서 재회할 날을 기약하겠다.”

린드블럼은 2019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린드블럼은 2019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삼성동]

‘노쇼’는 없었다. 투수 조쉬 린드블럼은 연말 시상식에 참석해 한국 야구팬들과 함께하겠단 약속을 지켰다. 린드블럼은 최동원상과 KBO리그 MVP 수상 자리에 없었던 아쉬움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말끔하게 씻었다.

12월 9일 2019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를 직접 찾은 야구팬들은 린드블럼의 등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린드블럼은 시상식 전 미니 사인회까지 열어 정성스러운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린드블럼이 시상식 참가 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린드블럼이 시상식 참가 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올 시즌 두산 베어스 소속 투수로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끈 린드블럼은 최근 두산의 보류권 제외와 더불어 미국 메이저리그 재진출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적 과정에서 중요한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이 열리는 가운데서도 린드블럼은 시간을 쪼개 한국을 잠시 방문했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석과 더불어 한국 야구팬들을 향한 마지막 예의의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한 까닭이었다.

최근 다녀온 요르단 의료 봉사 활동을 오래전부터 준비했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바로 요르단으로 떠나야 했다. 다행히 봉사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있어 곧바로 한국으로 입국했다. 시즌 종료 뒤 최동원상과 KBO리그 MVP 등 여러 상을 직접 못 받아 정말 아쉬웠다. 골든글러브 시상식만큼은 꼭 직접 찾아오는 게 한국 팬들을 향한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했다. KBO리그 팬들에게 꼭 감사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린드블럼의 말이다.

ML 복귀 확정적인 린드블럼 “KBO리그 경험으로 자신감 더 커졌다.”

린드블럼은 KBO리그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포수 강민호와 양의지, 그리고 박세혁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린드블럼은 KBO리그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포수 강민호와 양의지, 그리고 박세혁에게 감사 메시지를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 복귀가 확정적이다. 현지에선 이미 린드블럼의 행선지를 놓고 많은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린드블럼은 골든글러브 시상식 참가 다음 날 곧바로 윈터 미팅이 열리는 미국으로 건너가 차기 행선지를 물색할 계획이다. 린드블럼은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건너가 올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투수 메릴 켈리의 뒤를 이어가길 원한다.

메이저리그 재도전은 기대되면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차기 행선지와 관련해선 윈터 미팅이 끝날 때까지 우선 기다려봐야 한다. 나는 올 시즌 기술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거보다 더 강한 투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KBO리그 경험을 쌓으며 과거보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향한 자신감이 더 커졌다. 나와 친한 켈리와 비슷한 상황이 됐는데 켈리처럼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에 잘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계에서 항상 보장할 수 있는 건 없다. 선발 보직 가능성보단 팀이 나를 좋은 선수로 평가하고 도와줄 수 있는 조건이 최우선이다.

린드블럼은 팀 동료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도전도 응원했다. 린드블럼은 김재환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정말 좋은 일이다. 평소 대화에서도 김재환의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김재환과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맞붙더라도 걱정은 없다(웃음). KBO리그에서 롯데 소속 시절 김재환과의 맞대결 기록이 나쁘지 않았고, 한국에서 틈틈이 김재환의 전력분석을 몰래 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린드블럼에게 한국에서 잊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들이다. 과거 호흡을 맞췄던 강민호와 양의지를 연이어 언급한 린드블럼은 올 시즌 통합 우승을 합작한 박세혁의 이름을 가장 강조했다.

투수와 포수의 관계는 정말 특별하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만난 강민호부터 시작해 지난해 호흡을 맞춘 양의지 덕분에 한국 무대에 잘 정착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 나를 이끌어준 박세혁은 동료이자 친구로서 정말 고마운 존재였다. 박세혁은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나를 잘 이끌어줬다. 시상식 전날 박세혁과 만나 치킨 스테이크를 포함한 저녁을 먹었는데 나에게 돈을 내라고 해서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웃음). 이건 농담이고 항상 나를 도와준 박세혁이 아니었다면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지 못했다.

떠나는 린드블럼이 가장 그리워할 ‘한국 사람들’

린드블럼은 한국 야구에서 함께한 모든 이를 그리워할 듯싶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린드블럼은 한국 야구에서 함께한 모든 이를 그리워할 듯싶다고 전했다(사진=엠스플뉴스)

린드블럼은 이번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268표로 무려 77.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투수 부문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2위 KIA 타이거즈 양현종(58표)과의 차이가 꽤 컸다. 린드블럼은 수상 소감을 말하는 과정에서 목소리가 떨렸다. 그만큼 긴장감을 크게 느낀 린드블럼이었다.

린드블럼은 내 이름이 불리는 순간 긴장감을 많이 느꼈다. 이전 시상식에서 수상 감사 영상 메시지 녹화는 오히려 쉬웠는데 생방송으로 수상 소감을 말하려니까 정말 떨렸다(웃음). 그래도 상을 받으니까 굉장히 기분이 좋다. 팀 전체가 잘했기에 받을 수 있었던 상이다. 한국에서 모든 생활이 다 끝난 느낌이라 무언가 묘한 기분이었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린드블럼의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사진=엠스플뉴스)
린드블럼의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 목소리에서 떨림이 느껴졌다(사진=엠스플뉴스)

린드블럼에게 한국의 어떤 것이 가장 그리울지 질문을 던졌다. 린드블럼의 대답은 ‘사람’이었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그리울 거다. 나에게 정말 친절했다. 고향 사람이 아닌데 고향 사람들처럼 대해주고 고향과 같은 느낌이 들도록 도와줬다. 한국 생활을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이제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된 팀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롯데와 두산 팬들로 국한하지 않고 KBO리그 전체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짧게나마 한국 팬들과 함께한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실력이 좋고, 열심히 노력했던 투수로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린드블럼의 눈가가 잠시 촉촉해졌다.

린드블럼은 영원한 이별이 아닌 잠깐의 이별을 고했다. 굳이 선수가 아니더라도 한 팬으로서 한국을 다시 찾겠단 뜻이었다.

지금, 이 시간이 한국에서 마지막 순간은 아니었으면 한다. 물론 한국에 선수로서 다시 돌아오기엔 내 나이가 너무 많다. 선수로서가 아니더라도 두산 한재권 응원단장처럼 먼 미래에 내가 응원단장을 할 수도 있다(웃음). 나중에 내 가족들과 함께 팬의 위치에서 다시 한국에 오길 바란다. 자녀 3명이 미국보다 한국에서 성장한 시간이 더 기니까 어떻게든 다시 돌아올 거다. 언젠가 재회할 날을 꼭 기약하겠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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