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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탐사] ‘특정업체 밀어주기, 중복입찰 의혹’ 정빙기 입찰은 여전히 복마전

  • 기사입력 2020.05.27 10:59:46   |   최종수정 2020.05.27 10: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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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 국제빙상장 정빙기 입찰 결과 놓고 일부 업체에서 문제 제기

-특정 회사 제품 규격과 똑같은 사양 요구…’특정 회사 의도적 밀어주기’ 논란

-입찰 참여 회사 2곳, 하나는 정빙기 실적 전무해…“들러리 입찰” 주장 나왔다

-수사 권한 없는 대한체육회, “문제없다”로 일관…여전한 정빙기 입찰 복마전 양상

-경찰, 수사 나설 듯. 시민단체에서도 검찰에 고발할 예정으로 알려져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여전히 정빙기 입찰은 복마전 양상이다(사진=엠스플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도 여전히 정빙기 입찰은 복마전 양상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정빙기 구매 사업과 관련해 특정 업체 밀어주기 논란이 불거졌다. 의도적으로 제품 사양을 제한해 특정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해당 입찰엔 2개 업체만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한 업체는 정빙기 납품 실적이 전혀 없는 업체로 확인됐다. 

 

정빙기 입찰, 공고만 떴다 하면 최소 20곳 이상 치열한 경쟁…태릉 정빙기는 2곳만 참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사진=엠스플뉴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사진=엠스플뉴스)

 

대한체육회 선수촌은 4월 28일 나라장터에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정빙기 구매’ 사업 입찰을 공고했다. 배정예산 3억 원으로 최근 4년 이내 진행된 정빙기 입찰 중에선 2018년 부산 남구 빙상장(4억8천만 원) 다음으로 큰 규모의 사업이다.

 

정빙기 구매 사업은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공고가 나면 보통 스무 군데 이상, 많게는 100군데 이상의 업체가 달라붙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분당 올림픽스포츠센터 스케이트장 정빙기 구매 입찰의 경우 예정금액 1억6천만 원 규모 사업에 무려 68개 업체가 참여했다. 2019년 대구 실내빙상장 정빙기 입찰 땐 139개 업체가 응찰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정빙기 구매 입찰과 달리,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사업엔 단 2개 업체만 참여해 대조를 이뤘다. 참여한 2개 업체는 모두 동일한 제조사(이탈리아 E사)에서 제작한 동일 제품의 공급확인서와 카탈로그, 제품 규격서를 제출했다. 

 

두 업체 가운데 낙찰에 성공한 업체는 국내 최초로 전기 정빙기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A사다. A사의 입찰금액은 2억9천8백15만 원으로 입찰률이 98.988%에 달했다. 탈락한 B사의 입찰 금액은 2억9천8백50만 원에 입찰률 99.105%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4년간 정빙기 입찰에서 낙찰된 업체의 평균 입찰률은 85%로, 입찰률 90% 이상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된 사례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A사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입찰률로 낙찰된 사례는 지난 2월 강원도 강릉시가 진행한 ‘강릉 실내종합체육관빙상장 정빙기 구매 입찰’로 선정된 업체의 입찰률은 97.10%였다. 이 사업은 ‘강원도 지역제한’ 입찰로 지역 소재 4개 업체만 참여한 특수 사례다.

 

디테일한 세부사양 요구에 ‘특정 업체 밀어주기’ 문제 제기…체육회는 “배터리 용량, 블레이드 길이 중요”

 

E사 제품의 사양. 대한체육회는 배터리 용량과 블레이드 길이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E사 제품의 사양. 대한체육회는 배터리 용량과 블레이드 길이를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밝혔다.

 

A사가 사업자로 선정되자 일부 업체들 사이에선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대한체육회에서 처음부터 특정 업체가 수입하는 특정 제품을 염두에 두고 정빙기 세부규격을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체육회가 낸 ‘정빙기 구매 시방서’의 세부규격을 보면 배터리 용량과 크기, 중량, 블레이드(삭빙날) 길이 등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크기, 중량, 블레이드 길이는 정빙기 성능과는 큰 관계가 없는 항목까지 몇 센티미터 단위로 설정해 입찰 참여를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정빙기 중에선 이탈리아 E사 제품만이 대한체육회가 요구한 사양을 빠짐없이 충족한다. 세계점유율 1위인 미국 Z사 제품의 경우 배터리 용량은 옵션으로 충족할 수 있지만, 블레이드 길이가 5cm 짧아 대한체육회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입찰 공고가 나온 뒤 Z사 제품을 취급하는 일부 업체는 대한체육회에 “이건 사실상 특정 업체 밀어주기 아니냐”는 취지로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 업체는 입찰에서 요구하는 사양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했지만, 결국 입찰 참가를 포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입찰의 규격제안서 및 심사를 담당한 대한체육회 윤재식 과장은 국내에서 전기 정빙기를 사용하는 5, 6개 빙상장에 직접 찾아가 사전조사를 거쳐 규격서를 만들었다고 했다.

 

윤 과장은 “규모가 작은 트랙은 큰 관계가 없지만 태릉은 국제스케이트장이라 규모가 크고, 정빙 작업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빙기를 가동하다 중간에 충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배터리 용량이 커야 운영하기에 수월하다고 판단했다”며 “E사와 Z사의 견적서와 사용설명서를 비교해 봤는데, E사 배터리는 1300Å(Ah)까지 나오는 반면 Z사 제품은 옵션을 써도 775 Ah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블레이드 길이에 대해서도 윤 과장은 “블레이드 길이가 길면 정빙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트랙 4바퀴 돌아야 작업이 끝날 게 3바퀴 만에 끝날 수도 있는 일”이라며 정빙기 구매에서 삭빙날 길이가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특정 회사 제품으로 입찰을 제한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윤 과장은 “두 제품을 비교한 뒤 우리 쪽에 더 유리한 사양으로 견적서를 만들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 중에 최고사양을 바탕으로 했다”며 “Z사 제품도 배터리 용량을 업그레이드하고, 블레이드 길이를 늘이면 (입찰에)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수입업체들은 "입찰 참가를 위해 국외 회사에 세부 사양 변경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들러리 업체’ 의혹 제기…“정빙기 실적 전무” vs “전에도 입찰 참여한 적 있어”

 

최초 E사 담당자가 ㄱ씨에게 보낸 메일. B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초 E사 담당자가 ㄱ씨에게 보낸 메일. B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체들 사이에선 입찰에서 탈락한 B사가 낙찰된 A사의 ‘들러리 업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B사는 정빙기와는 전혀 무관한 국제행사 용역 업체다. 이전에 정빙기 사업을 진행한 실적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체육회의 정빙기 입찰은 복수 업체가 참여해야만 입찰이 성사된다. 만약 1개 업체만 단독으로 참여하면 자동으로 유찰되고, 재입찰을 통해 다시 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후에도 다시 유찰될 땐 대한체육회가 수의계약을 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정빙기 입찰에서 일부 업체는 유찰을 막고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족이나 직원 명의의 위장업체를 입찰에 참여시키는 이른바 ‘중복 입찰’을 시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빙상장 입찰 방해 혐의로 대표이사가 2018년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정빙기 업체 I사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직원 아내 명의의 S사와 함께 총 7건의 정빙기 입찰에 함께 참여했다. 이 가운데 I사가 최종 낙찰자가 된 사례는 5건, I사와 S 2개 업체만 참여한 입찰은 총 3차례였다. ‘중복 입찰’ 의심을 받는 5건의 입찰에서 I사는 총 4억7천 256만 8천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A사와 B사는 이번 입찰에선 경쟁 관계를 이뤘지만, 실제론 함께 빙상장 관련 프로젝트를 여러 번 진행한 사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A사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대전엑스포 시민광장 야외스케이트장 운영관리용역을 B사에 맡겼다. 당시 계약금액은 1억8천만 원. 

 

지난해 10월 A사가 입찰을 따낸 세종시 시청광장 야외스케이트장 운영관리용역도 12월부터 B사가 맡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업체 사이에서 “A사와 파트너 관계인 B사가 이번 정빙기 입찰에 ‘들러리’를 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그러나 B사 실장은 엠스플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회사도 정빙기를 수입한다. 작년에도 두 번이나 수입했다. 직접 수입하는 게 아니라 에이전시를 통해서 한다”고 항변했다. 취재 결과 B사는 지난해 8월 24개 업체가 경쟁한 청주 실내빙상장 정빙기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B사는 ‘낙찰 하한선 미달’로 입찰에서 탈락했다. 

 

2개 업체 서류, 직인 모양까지 똑같다? 체육회 “확인 결과 ‘진본 맞다’ 답변받았다”

 

위가 B사가 제출한 서류의 직인, 아래는 A사가 제출한 서류에 찍힌 직인이다. 잉크가 흘러내린 형태까지 일치한다.

위가 B사가 제출한 서류의 직인, 아래는 A사가 제출한 서류에 찍힌 직인이다. 잉크가 흘러내린 형태까지 일치한다.

 

일각에서 B사에 대해 ‘들러리 업체’ 의혹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업계 관계자 ㄱ 씨는 “이탈리아 E사는 국내 업체 중에 A사와 독점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A사 아니면 사실상 E 사 정빙기를 국내에 수입하기 어렵다”며 “정빙기 업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B사가 어떻게 E사 제품을 수입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ㄱ 씨는 E사 구매담당자와 직접 주고받은 메일을 근거로 제시했다. 메일에서 ㄱ 씨는 “한국의 B사가 입찰에서 귀사의 공급증명원과 A/S 확약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답장에서 E사 담당자는 어떤 종류의 입찰이 있었는가? 관련 서류의 복사본이 있는가? 또한, B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라고 되물었다. 거래관계인 B사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후 ㄱ씨가 관련 서류의 복사본을 전송하자, E사 담당자는 “이것은 어떤 종류의 입찰 관련 문서인가? 어떤 정빙기가 공급됐는가? 개찰에 사용된 다른 서류가 더 있는가?”라고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ㄱ 씨는 이를 근거로 B사가 E사와 실제 거래관계가 아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A사와 B사가 각각 제출한 E사의 서류가 내용부터 회사 직인까지 동일한 ‘카피본’이란 주장도 있다. 취재 결과 B사는 4월 27일에, A사는 다음날인 28일에 E사로부터 공급증명원 및 A/S 확약서를 받아 제출했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가 제출한 문서는 수신인만 다를 뿐 내용은 문구 하나까지 완벽하게 일치했다. 

 

특히 E사의 공식 문서임을 나타내는 직인 부분은 찍힌 부분과 잉크가 흘러내린 형태까지 놀랍도록 똑같았다. ㄱ 씨는 “문서 내용이 동일할 수는 있어도 회사 직인이 잉크 형태까지 100% 일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직인을 직접 도장으로 찍지 않고,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로 찍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컴퓨터 그림 파일로 찍은 직인은 이렇게 흐릿하게 출력되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ㄱ 씨는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여러 차례 대한체육회에 문의하고 민원을 제기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계속 민원이 들어와, 이탈리아 E사에 B사의 문서를 보내 진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우리 문서가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ㄱ 씨는 처음에 ‘B사가 뭐 하는 곳이냐’는 반응을 보였던 E사가 어느 순간부터 내 연락에 답변하지 않는다. E사 입장에선 이 문제로 입찰이 무효가 되면 3억 원 가까운 제품 수출 기회가 사라진다. 제품 판매를 위해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기로 한 게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빙기 입찰은 여전히 복마전 양상” 사법기관 수사 통해 사실관계 드러날까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정빙기 업체 대표는 입찰 방해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정빙기 업체 대표는 입찰 방해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사진=엠스플뉴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체육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체육회는 사건을 수사하거나 조사할 권한이 없다. 무턱대고 증거도 없이 입찰에 참가한 업체들을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ㄱ 씨는 이번 태릉선수촌 정빙기 입찰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빙상 관계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계약을 따낸 정빙기 업체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은 뒤에도, 여전히 정빙기 입찰은 복마전 양상”이라며 “업체들이 마음만 먹으면 악용할 수 있는 제도적 구멍이 여전히 크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업체 간 짬짜미 가능성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조차 “그럴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고 할 정도다. 

 

한편 엠스플뉴스는 사실관계 확인차 A사와 B사에 문의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A사 대표전화를 받은 관계자는 이미 대한체육회에 다 소명한 내용이라 따로 할 얘기가 없다고 답변했다. 성명과 직책을 알려달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B사 실장은 지금 회사 공장을 신축 이전하는 중이라, 서류가 다 밀봉돼 있다. 입찰 관계자는 출산 때문에 병원에 가 있다. 지금 관련해서 답변을 드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대한체육회에도 그렇게 답변했다고 밝혔다. 또 “한 개인이 자꾸 음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서, 참다 참다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ㄱ 씨와 별도로 체육시민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B 사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정빙기 업계는 입찰 때마다 불거지는 각종 의혹이 사법기관의 철저한 수사로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배지헌, 박동희 기자 jhpae117@mbcplus.com

 

+ 정빙기 입찰 관련 제보주실 분은 dhp1225@mbcplus.com으로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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