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용 프로, 27살에 처음 골프채 잡고 32살에 KPGA 입회한 프로골퍼

-“학창 시절부터 대학 졸업 때까진 프로야구 선수 꿈꿨다”

-“처음 프로골퍼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늦었다. 안 된다’고 했다”

-“가르쳐준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회원 볼 때면 홈런 쳤을 때의 짜릿함 느낀다”

-“골프는 남·여·노·소 삼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매력 만점 스포츠”

김호용 프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김호용 프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엠스플뉴스]

2015년 10월 30일. 김호용(37) 프로가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KPGA)에 입회한 날이다.

김 프로가 골프채를 잡은 건 27살 때다. 주변인 모두가 프로골퍼에 도전한 그에게 ‘늦어서 안 된다’고 했다.

골프 시작이 늦은 이유가 있었다. 김 프로는 대학교 때까지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다. 학창 시절부터 프로야구 선수를 동경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김 프로가 꿈꾼 장밋빛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막막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조차 하지 못했다.

김 프로에게 골프는 희망이었다. 골프채를 잡자 멈췄던 심장이 뛰었다. 김 프로는 ‘운동선수의 꿈을 이루자’는 일념으로 훈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프로 골퍼의 꿈을 이뤘다. 김 프로가 32살 때의 일이다.

김 프로는 레슨을 병행한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주식회사 태그아웃 가양본점에서 회원들을 가르친다. 레슨이 없을 땐 투어 준비에 여념이 없다. 김 프로는 남들보다 늦게 골프채를 잡은 만큼 이뤄야 할 게 많다고 믿는다. 프로골퍼로 좋은 성적만 꿈꾸는 게 아니다. 레슨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골프의 매력을 알리고자 한다.

김 프로는 “야구에 대적할만한 스포츠는 골프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엠스플뉴스가 김 프로를 만났다.

김호용 프로 “프로야구 선수만 꿈꿨던 내게 골프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김호용 프로(사진=김호용 프로 제공)
김호용 프로(사진=김호용 프로 제공)

김호용 프로는 대학생 때까지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야구밖에 모르는 소년이었죠(웃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어요. 하지만, 모두가 꿈을 이루는 건 아닙니다. 기량이 부족한 까닭에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어요. 대학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죠. 할 줄 아는 게 야구뿐이었습니다. 그 야구를 더 이상 할 수 없었어요.

대학교 때까진 골프와 인연이 없었던 겁니까.

프로야구 선수만 꿈꿨습니다. 다른 직업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골프가 무엇인지만 알았습니다. 해본 적은 없었고요. 대학 졸업 후 긴 시간 방황했습니다. 프로로 나아가지 못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27살 때였습니다. 더 방황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단기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평생 직업을 찾고자 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운동선수로 살고 싶었어요. 친형이 대학교 때까지 골프를 배웠습니다. 친형 따라서 골프를 쳐본 게 인생을 바꿨죠.

인생을 바꿨다?

많은 분이 야구와 골프는 공통점이 많다고 해서 낯설진 않았어요. 해보고 알았습니다. 야구와 골프는 완전히 다른 종목이에요. 공을 타격하는 것만 비슷하죠. 공을 맞히는 방법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서 매력을 느꼈죠. 하면 할수록 깊이 빠져들었어요.

또 다른 매력은 없었습니까.

골프는 자연과 함께합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필드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죠.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냅니다. 골프는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한층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죠. 욕심이 생겼습니다. 골프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겁니다.

KPGA에 입회한 건 언제입니까.

2015년 10월 30일에 입회했습니다. 32살 때였어요. 처음 골프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대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지만, 골프는 처음이었으니까. 다들 ‘늦었다’고 했어요. ‘안 된다’고 확신했죠. 야구하면서 배운 게 있습니다.

야구하면서 배운 것이요?

인내입니다. 당장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묵묵히 연습에 매진했어요.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있을 거로 믿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공을 기다리는 타자의 심정이랄까요(웃음). 골프나 야구나 왕도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발전해야 해요.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

KPGA에 입회했지만 1부 투어로 올라가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매해 예선은 통과하는데 본선에서 고꾸라지길 반복하고 있죠. 더 땀 흘려야 합니다.

레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레슨은 KPGA 입회 2년 전부터 병행했어요. 가까운 프로님이 연습장에서 가르칠 기회를 줬습니다.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열심히 했죠. 조금씩 경험이 쌓이면서 레슨의 비중이 점점 커진 것 같아요. 6개월 전부턴 ㈜태그아웃과 인연이 닿아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르쳐준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회원 볼 때면 홈런 쳤을 때의 짜릿함 느낀다”

레슨 중인 김호용 프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레슨 중인 김호용 프로(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프로골퍼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과 남을 가르치는 것엔 차이가 있을 듯합니다.

레슨이 개인 기량 향상엔 큰 도움을 주지 못해요. 레슨 할 시간에 자기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게 좋은 성과로 나타날 겁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순 없어요. 다른 분을 가르쳐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어야 프로골퍼로 한 단계 성장하고자 하는 꿈도 이어갈 수 있죠. 긍정적인 마음으로 훈련과 레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이요?

누군가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배우는 게 참 많아요. 대표적으로 골프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골프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요?

제가 처음 골프채를 잡았을 때만 해도 ‘골프는 부유한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란 인식이 강했습니다. 많은 게 바뀌었어요.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골프를 즐겨요. 언제 어디서나 스크린골프장을 쉽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변화죠.

10년 후 골프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합니까.

골프장이 더 늘어날 겁니다. 이용료가 조금 더 낮아지면 골프 인구는 확 증가할 거예요. 임성재, 박인비 등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선수도 많아질 겁니다.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이 뭔지 아세요?

글쎄요.

골프는 남·여·노·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삼대가 함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죠. 프로골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것 못지않게 골프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아주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걸 아니까 더 알리고 싶어요.

레슨을 병행하면서 힘든 점은 없습니까.

없다면 거짓말이죠(웃음). 각기 다른 개성과 성격을 가진 분이 레슨장을 찾아옵니다. 의사소통이 안 될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저는 덧셈을 가르치는데 회원분께선 곱셈을 이야기합니다. 회원분께서 저와 소통하지 않고 가르치려고 할 때 많이 힘들죠. 그럴 땐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을 만나든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연구해야죠. 레슨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훨씬 많아요.

예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분들이 레슨장을 찾습니다. 하루가 다른 분들이 계세요. 가르치는 걸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겁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그 안에서 또 다른 걸 습득해가는 분들도 있죠. 자기 일에 충실히 하면서 골프에 열정적인 분은 수두룩하고요. 그런 분을 볼 때마다 더 땀 흘려야 한다고 다짐합니다.

6개월 전부터 태그아웃에서 회원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아웃은 전문 골프 연습장이 아닙니다. 골프뿐 아니라 야구, 사이클 등도 배울 수 있습니다.

골프는 운동입니다. 운동의 목적은 건강이죠. 태그아웃엔 골프, 야구, 사이클을 포함한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골프 레슨을 마친 후 근력, 유연성 강화 프로그램을 바로 접할 수 있는 형태죠. 건강을 위한 최적의 장소예요.

골프 레슨장 바로 옆에선 야구 레슨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KBO리그 전설 이택근이 이곳에서 재능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대선배죠. (이)택근 선배에게 배우는 학생선수를 볼 때마다 옛 생각이 많이 나요. 이런 말 하면 옛날 사람이라고 하겠지만 ‘환경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웃음). 부족한 점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는 환경과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까.

골프를 만나 운동선수의 꿈을 이뤘습니다. 지금도 골프가 재밌습니까.

솔직히 말해야 하나요(웃음). 성적이 좋으면 아주 재밌습니다. 땀 흘린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죠. 프로야구 선수나 일반 회사원도 비슷할 것 같아요. 일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때가 있으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골프를 할 때만큼은 최대한 웃고 즐기려고 합니다. 제가 즐겨야 회원분들도 웃으면서 골프 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