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라건아, 내국인 선수만 뛰는 ‘2020 현대모비스 썸머 매치’엔 출전 못 한다

-“라건아, 동료들과 함께 뛰지 못한다는 사실에 실망”

-“내국인 선수와 라건아의 국가대표 출전 수당? 하늘과 땅 차이”

-“KBL에서 라건아가 차별받는다? 라건아는 특혜 받는 선수”

전주 KCC 이지스 라건아(사진 맨 왼쪽)(사진=KBL)
전주 KCC 이지스 라건아(사진 맨 왼쪽)(사진=KBL)

[엠스플뉴스]

라건아는 한국에서 차별받는 선수일까.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은 8월 29, 30일 특별한 이벤트 매치를 진행한다. ‘2020 현대모비스 Summer Match(썸머 매치)’다.

KBL은 2019-2020시즌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3월 24일 KBL 이사회에선 최초 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지금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가 원인이었다.

KBL이 썸머 매치를 준비한 건 이 때문이다. KBL 관계자는 지난 시즌은 순위 싸움이 어느 해보다 치열했다마무리를 짓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2019-2020시즌을 1~4위로 마감한 네 팀이 썸머 매치에 참여한다. 지난 시즌 조기 종료에 따른 아쉬움을 달래고 새 시즌 기대를 높이기 위해 이번 이벤트 매치를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 SK 나이츠, 원주 DB 프로미가 공동 1위로 지난 시즌을 마쳤다. 안양 KGC 인삼공사, 전주 KCC 이지스가 그 뒤를 이었다. 썸머 매치는 팀당 최대 2경기를 치른다. 먼저 SK와 KCC, KGC와 DB가 4강에서 대결한다. 승자는 30일 우승을 놓고 다툰다.

새 시즌을 앞두고 농구계의 눈을 사로잡는 이벤트 매치. 이 대회엔 각 팀 내국인 선수만 참여한다. 이제 입국하기 시작한 외국인 선수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KBL은 썸머 매치 개최 계획을 알리면서 ‘라건아는 대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라건아의 ‘썸머 매치’ 참가 불발, 규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국 농구 대표팀 센터 라건아(사진=엠스플뉴스)
한국 농구 대표팀 센터 라건아(사진=엠스플뉴스)

라건아는 미국 미주리 대학교 졸업 후 KBL과 첫 인연을 맺었다. 2012년 리카르도 라틀리프란 이름으로 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해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1라운드 6순위) 유니폼을 입었다.

농구계는 라건아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라건아는 프로 데뷔 시즌(2012-2013)부터 현대모비스의 챔피언 등극에 이바지했다. 외국인 선수 최초 팀 3연패에도 앞장섰다. 대전 현대 다이넷(전주 KCC 이지스의 전신)의 황금기를 이끈 조니 맥도웰(은퇴)과 KBL 최다(3회) 외국인 선수 MVP(최우수선수) 수상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라건아는 2018-2019시즌에도 현대모비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현대모비스는 7회 우승 가운데 4회를 라건아와 함께했다. 1997년 출범한 KBL에서 라건아보다 많은 우승 횟수를 자랑하는 외국인 선수는 없다.

라건아는 2018년 1월 22일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귀화는 일반 귀화와 특별 귀화로 나뉜다. 일반 귀화는 만 19세 이상으로 한국에 5년 이상 거주해야 하며 일정한 자산요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어 능력과 문화에 대한 이해 등 기본적인 소양도 갖춰야 한다. 이를 시험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국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특별귀화는 다르다. 체육을 비롯한 과학, 문화, 경제 등의 특정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사람으로 국익에 기여할 수 있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라건아의 특별귀화는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바라는 한국과 본인의 귀화 의지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KBL은 라건아의 특별귀화와 동시에 별도의 규정을 신설했다. 라건아가 한국 국적을 취득했지만 리그에선 6년간 외국인 선수 신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KBL 10개 구단이 리그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라건아 역시 이에 동의했다.

KBL이 썸머 매치에서 라건아의 참여를 제한한 건 이 때문이다. KBL 관계자는 라건아는 귀화 선수지만 규정에 따라 외국인 선수로 분류한다이벤트 경기지만 라건아가 참여하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한국 국적 취득 후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라건아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나선다. 2019년 중국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한국의 골밑을 책임졌다.

단순히 국제대회만 나선 게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내국인 선수와 달리 라건아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큰 출전 수당을 받는다.

한 농구 관계자는 지금도 농구 대표팀을 향한 지원은 매우 열악하다선수들은 사명감 하나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다르다. 내국인 선수들과 수당을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비교할 수 없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를 뛸 때마다 큰돈을 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카타르 등은 비싼 값을 지불하고 귀화 선수를 활용한다. 사명감 하나로 뛰는 내국인 선수들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라건아, KBL에서 차별받는 선수일까

전주 KCC 이지스 라건아는 썸머 매치에 뛸 수 없다(사진=엠스플뉴스, KBL)
전주 KCC 이지스 라건아는 썸머 매치에 뛸 수 없다(사진=엠스플뉴스, KBL)

라건아는 썸머 매치 참가 불발이 전해진 후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별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게 라건아의 생각이다.

KCC 관계자는 라건아가 누구보다 성실히 새 시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경기력을 끌어올리고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뜻을 전했다고 귀띔했다.

라건아와 절친한 사이인 한 선수는 실력은 물론이고 농구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 친구라며 훈련에서부터 만족하는 날이 드물다고 말했다. 덧붙여 말 그대로 이벤트 경기다. 라건아는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농구를 위해 뛰는 선수다. 규정엔 문제가 없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라건아의 참가를 허락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라건아가 동료들이 뛰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상태라고 했다.

전혀 다른 의견도 있다. 라건아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농구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전했다.

라건아는 KBL에서 가장 큰 특혜를 받는 선수다. 라건아는 아무리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도 KBL을 떠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특별귀화의 힘이다. 라건아는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큰 돈도 받는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 경기를 모두 뛰는 까닭이다. KBL이 라건아의 썸머 매치 참여를 막은 게 아니다. 규정대로 했다. 라건아가 아쉬워 하는 이유를 솔직히 잘 모르겠다.

위 관계자의 말처럼 KBL 규정엔 문제가 없다. 라건아 역시 KBL에선 외국인 선수 신분이란 걸 알고 있다. 라건아가 외국인 선수가 참여하지 않는 썸머 매치에 출전한다면 그것이 규정 위반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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