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좌완 불펜투수 진해수, 지난해와 다른 올 시즌 활약상
-“최일언 코치님과 캠프 때부터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 교정이 효과”
-“어릴 적과 지금을 비교해 가장 달라진 건 마운드 위에서의 ‘여유’”
-“FA? 그 정도로 내가 뛰어난 투수는 아니다, 크게 신경 안 쓸 생각”

LG 불펜 투수 진해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LG 불펜 투수 진해수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활약상을 펼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LG 트윈스 투수 진해수를 본다면 감독의 믿음이 선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평균자책 7.21)에 빠졌던 진해수는 LG 류중일 감독의 믿음으로 시즌 끝까지 1군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사실 저는 당연히 지난해 시즌 중반에 2군으로 내려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저를 끝까지 1군에 놔두시더라고요. 내년에 어떻게든 더 잘해야겠단 동기부여가 확실히 됐어요.

스프링 캠프부터 절치부심한 진해수는 최일언 투수코치와 함께 전반적인 투구 밸런스 수정에 몰두했다. 그 노력의 결과는 놀라웠다. 진해수는 올 시즌 7월 10일 기준 43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13홀드 평균자책 2.00 25탈삼진 14볼넷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30을 기록 중이다.

비록 정우영·고우석 등 어린 후배들의 활약상에 살짝 가리긴 했지만, 좌완 투수가 부족한 LG 불펜에서 진해수의 가치는 무시 못 할 크기다. 게다가 진해수는 올 시즌이 끝난 뒤 데뷔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한 타자만 상대하는 반쪽짜리 투수가 될 순 없다”고 의지를 다지는 진해수의 믿음직한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렇게 프로 14년 차에 ‘커리어 하이’를 향해 달리는 진해수를 엠스플뉴스가 직접 만나봤다.

또 다른 ‘일언 매직’의 수혜자가 된 진해수

올 시즌 스프링 캠프 때부터 진해수는 최일언 투수코치(왼쪽부터 차례대로)와 함께 투구 밸런스 교정에 힘썼다. 그 결과가 올 시즌 좋은 기록으로 나오는 상황이다(사진=LG)
올 시즌 스프링 캠프 때부터 진해수는 최일언 투수코치(왼쪽부터 차례대로)와 함께 투구 밸런스 교정에 힘썼다. 그 결과가 올 시즌 좋은 기록으로 나오는 상황이다(사진=LG)

올 시즌 평균자책 기록이 놀랍다. 선수 자신도 놀라지 않나.

사실 내가 기록을 잘 안 찾아보는 편이다. 기록은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는데 괜히 숫자에 연연할 수 있다. 가끔 확인하는 수준이다. 평균자책이 2점대로 내려간 건 알고 있었다.

평균자책이 딱 2.00이다.

(화들짝 놀라며) 진짜로 그렇게 좋은 기록인가. 그 정도로 평균자책이 내려갔는지 몰랐다(웃음).

지난해 기록과 비교하면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지난해에 너무 못해서 올 시즌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프링 캠프 때부터 최일언 코치님과 안 좋았던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잘 나오고 있다. 코치님과 서로 공감대가 잘 형성됐다. 공을 팔로만 세게 던지는 게 아니라 중심 이동할 때 팔이 맞춰서 나가는 방향으로 변화에 집중했다.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지만, 계속 연습하다 보니 내 것으로 자리 잡는 느낌이다.

그 덕분인지 속구 평균 구속(139.8km/h->141.7km/h)도 지난해와 비교해 상승했다.

코치님이 ‘공을 세게만 던진다고 구속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고 강조하셨다. 중심 이동을 힘차게 하는 리듬 속에서 상체가 따라만 가면 구속이 저절로 올라간단 뜻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던지는 게 쉽진 않았는데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으니까 구속이 진짜 더 잘 나오더라.

올 시즌 LG 투수들의 활약상엔 다 최일언 코치 효과가 숨어 있는 듯싶다.

코치님이 정말 잘 가르쳐주신다. 무엇보다 등판 시점도 내가 잘 던질 수 있을 때로 정해주시니까 마음이 편하다. 올 시즌 거둔 좋은 기록은 코치님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 자신감과 더불어 공격적인 제구가 통하는 상황이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운도 따랐다. 오히려 그런 걸 보니까 맞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힘을 빼고 제구에 더 신경 썼다. 신중하게 던지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고 제구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런데 결과가 계속 좋게 나오니까 오히려 ‘공을 쳐라’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투구한다.

올 시즌 피홈런도 여전히 ‘0개’다. 공인구 효과가 확실히 있다고 보나.

언제 홈런을 바로 맞을지 모른다(웃음). 지난해 공인구 같으면 넘어갈 듯싶은 타구들이 담장 앞에서 잡힌다. 확실히 투수들이 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올 시즌 주로 우타자(33타석)보다 좌타자(84타석)를 상대로 출격하지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0.185)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0.219)보다 더 훌륭하다. 그만큼 활용 폭이 넓어지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좌타자와 우타자에 따라 달라지는 건 없다. 부담감이 전혀 없다. 코치님도 좌타자와 우타자에 상관없이 잘 던져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나도 더 중요한 상황에서 1이닝이라도 더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투수라면 1이닝을 다 소화하고 싶다. 한 타자만 던지고 빠지는 반쪽짜리 투수가 될 순 없지 않나. 내가 더 발전하려면 우타자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어릴 적 진해수와 지금 진해수의 차이점은 바로 ‘여유’

프로 14년 차가 된 투수 진해수는 올 시즌 통산 100홀드를 달성하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남겼다(사진=LG)
프로 14년 차가 된 투수 진해수는 올 시즌 통산 100홀드를 달성하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남겼다(사진=LG)

야구가 잘 풀리자 기록까지 따라왔다. 올 시즌 개인 통산 100홀드를 달성했다.

남들보다 뛰어나서 그런 기록이 나왔다고 생각 안 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 감독님들이 나를 마운드에 자주 올려주셨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기록이다. 야수들도 많이 도와줬고. 특히 류중일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해 그런 부진한 기록을 보여준 투수였다면 2군에 일찌감치 내려가서 시즌 마무리했을 텐데 감독님께서 나를 끝까지 믿고 1군에서 기용해주셨다. 그 덕분에 올 시즌 1군에서 꼭 더 잘해야겠단 동기부여가 확실히 됐다. 올 시즌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활약을 감독님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해 감독님께 실망을 드렸기에 올 시즌 조금씩 보답해 드려야 한다.

올 시즌 LG 불펜진을 보면 어린 투수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내가 오히려 ‘너는 어떻게 공을 던지니. 마운드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니’라고 물어볼 정도다(웃음). 아무래도 (정)우영이와 (고)우석이가 공을 던지니까 나머지 투수들도 여기까지만 막으면 된다는 계산이 서는 듯싶다. 나도 옆에서 후배 투수들을 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 말대로 정우영과 고우석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우영이 같은 경우엔 신인 투수가 이렇게 입단 첫해 시작부터 잘 던진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오)승환이 형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듯싶다. 우석이는 지난해부터 이미 이렇게 잘할 수 있을 거로 예상했다. 나도 더그아웃에서 이들의 투구를 보며 감탄한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투수들이니까 지금 활약상을 계속 유지했으면 한다.

진해수 선수도 그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예전 진해수와 비교하면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곧바로) 달라진 점은 ‘여유’다. 예전엔 마운드 위에서 힘으로만 세게 던지려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제구가 안 풀렸다. 지금은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어렸을 땐 왜 이런 생각을 못 했는지 아쉽다. 야구 인생이 더 잘 풀릴 수도 있었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안 좋은 별명도 따라다녔다. 스트레스가 컸지 않나.

(고갤 내저으며) 내가 못해서 붙은 별명인데 누구한테 원망하겠나. 사실 팬들이 나에게 비난과 비판을 통해 욕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야구를 못 했지만, 그렇다고 노력 자체를 안 한 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야구를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웃음).

“FA? 내가 그 정도로 뛰어난 투수는 아니다.”

진해수는 올 시즌 종료 뒤 팀 동료 내야수 오지환과 더불어 내부 FA 자격을 취득한다. 올 시즌 어떤 결과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사진=LG)
진해수는 올 시즌 종료 뒤 팀 동료 내야수 오지환과 더불어 내부 FA 자격을 취득한다. 올 시즌 어떤 결과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사진=LG)

올 시즌 종료 뒤 개인적으로도 큰일이 있지 않나. 데뷔 첫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인데 이것도 동기부여가 크게 되겠다.

지금 고민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프로선수로서 첫 FA 자격 취득의 의미가 크지 않나.

지금 우리 팀 투수조에서 내가 두 번째 위치에 있다. 벌써 15년 가까이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데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FA’라는 의미가 크진 않다. 그럴 정도로 내가 훌륭한 투수는 아니다(웃음). ‘그냥 잘 던지고 있다 보면 잘 풀리겠지’라는 가벼운 생각뿐이다.

그렇다면 FA를 떠나 야구 선수로서 진해수가 이루고 싶은 더 큰 가치는 무엇인가.

아프지 않고 선수 생활을 최대한 오래 하는 거다. 40살까지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1년 1년 이렇게 계속 더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불펜 투수로서 더 오래 공을 던지며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

올 시즌 3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이 유력해지는 LG의 분위기다. 3년 전 첫 가을야구의 추억이 떠오를 만하다.

지금 좋은 흐름을 잘 유지한다면 가을야구에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3년 전 가을야구가 나에겐 첫 경험이었다. 정말 행복했던 추억이었다. 올 시즌 가을야구에 나간다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할 거다.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가을야구 진출에 내가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 올 시즌 주장인 (김)현수가 팀을 잘 이끈 덕분이다. 다른 투수들도 잘 던지고 있으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도 해야 한다(웃음).

LG 팬들도 올 시즌 확 바뀐 진해수 선수를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LG 팬들의 사랑은 유명하지 않나. 나도 직접 느끼고 있지만, 고맙게 생각한다. 남은 시즌 동안 좋은 성적으로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보탬이 될 테니 열심히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가을 축제에서 팬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남기도록 하겠다. 3년 전 그 좋았던 순간을 또 같이 느끼고 싶다. 팬들도 팀에 도움이 됐던 투수로 나를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항상 감사드린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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